1987년부터 시작된 '지니어스' 블롬달의 여정

토브욘 블롬달. 사진 이동우 기자

1987년 첫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이래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를 한 순간도 내려놔 본 적이 없는 블롬달은 지금도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2009년 열린 다섯 번의 월드컵 중 네 번의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모든 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는 모든 것에 완벽함마저 엿보인다. 

블롬달의 첫인상은 차가웠다. 만나는 많은 선수들 중 유독 어려운 선수에 속해 있던 블롬달을 인터뷰하면서 그간의 생각들이 모두 편견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장난기 많은 쿠드롱과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선수와 달리 블롬달은 스마트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는 이미지와 다르지않게 모국어인 스웨덴어는 물론이고, 독일어와 영어를 비롯해 10개 국어를 구사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블롬달은 ‘지니어스’로 불린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 생중계로 그의 경기를 보고 응원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부인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가 참 가정적이구나 하고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 2009 수원 3쿠션월드컵에서 비록 4강전에서 자네티에게 안타깝게 패하고 말았지만, 그 전날 8강전에서 한참 상승세에 올라있는 에디 멕스를 기분 좋게 꺾고 4강에 진출한 그를 만나보았다.  

 

2009 수원 3쿠션 월드컵 8강전에서 에디 멕스에게 승리한 블롬달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사진 이주원 기자
오늘 특히 마지막 8강전 게임은 인상깊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봤듯이,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안전하고 쉬운 공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했고, 그런 경기를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다. 나는 오늘처럼 좀 더 힘과 집중력이 필요하고 내 자신과 싸워 이겨야하는 경기를 좋아한다.
 
스웨덴 국적인데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독일 스투트가르트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집은 포르쉐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만드는 회사 근처에 있는데, 산업도시이지만 시골스럽고 조용하고 좋은 곳이다. 독일인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결혼 수 16년 째 독일에서 살고 있다.
 
어떻게 당구선수가 되었나.
 
어렸을 때 아버지가 빌리어드 룸을 갖고 계셨다. 캐롬뿐만 아니라 풀 등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이 있었고 11살 때 처음 당구를 접할 수 있었다. 특별히 캐롬을 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구선수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특별히 한 순간을 꼽을 수는 없다. 첫 챔피언이 되었을 때 대부분 기억에 남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그 대회에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웃음). 음, 크리스탈 켈리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을 때가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년 최고의 톱 플레이어 8명을 초청하기 때문에 야스퍼스, 쿠드롱, 자네티, 산체스 같은 선수들이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대회다.
 
그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하지 않았나.
 
맞다.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그 중에서도 결승전에서 야스퍼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야스퍼스가 13점을 치고 나갔는데, 나중에 내가 6점, 7점, 그리고 마지막에 16점을 연달아 치면서 역전승했다. 특히 그 자리에 내 아내가 있었고, 아내 앞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루에 2~3시간 정도 꾸준하게 집에서 연습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과 비슷하다. 나도 한때는 10시간씩 연습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엔 너무 늙었다(웃음). 한참 성장할 때는 미련하게 24시간, 밤낮 없이 종일 연습하던 시절도 있었다.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연습 방법을 좀 알려줄 수 있나.
 
특별한 비법같은 것은 없다. 단지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이나 몸을 컨트롤하는 훈련을 꾸준히 한다. 나는 신체적 조건은 별로지만, 생각하는 것은 좋은 편이다. 게임을 쉽게 이해하도록 노력한다. 이런 것을 마인드게임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쉬운 길을 찾는 것으로, 마인드 컨트롤과는 다르다. 나는 쉬운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선수들은 좋은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서 어려운 공도 문제없이 잘 풀어내지만, 나에게는 그런 좋은 테크닉은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쉬운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게 테크닉이라면 나만의 테크닉이다. 
 
샷하는 블롬달. 사진 이주원 기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고난의 순간이 있었나.
 
솔직히 특별히 고난의 시간을 겪지는 않은 것 같다. 이건 단지 스포츠이고 게임일 뿐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인생에서 기억될 만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은 없었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나.
 
모든 선수가 다 특별하다. 선수들마다 경기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다 다르다. 누군가는 어떤 면이 좋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면이 좋다. 한 사람만 특별히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즘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 방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인 한국 스타일이 좋다. 한국 선수들은 가능한 쉬운 방법으로 득점하려고 노력한다. 경기 분석력이 좋아서 게임을 쉽게 만들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와 비슷하다. 하하.
 
당구선수가 될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
 
어릴 적 나의 꿈은 레이몽 클루망이었다. 그를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이미 여러 번 그를 이겼지만, 내가 처음 당구를 시작했을 때, 그는 10년 동안이나 세계 챔피언이었다. 레이몽 클루망은 정말 위대한 선수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당구를 열심히 즐기는 것이 내 목표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지금 갖고 있는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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