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탁 기자] 당구는 매우 민감하고 섬세한 스포츠다. 따라서 당구 경기 심판은 선수의 플레이는 물론, 당구대와 당구공의 상태나 위치, 경기장 주변 환경까지도 점검해 신중하게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그만큼 심판은 전문적이고 고난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장면이 '2018 벳프레드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 8강전에서 나왔다.

지난 2일 열린 키렌 윌슨(잉글랜드)과 마크 앨런(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심판은 마치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듯 조심스럽게 당구공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누커 종목은 컬러볼이 퍼팅되면 심판이 빼내서 정해진 위치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 경기에서는 마크 앨런이 핑크볼을 퍼팅시키면서 레드볼이 뭉쳐있던 공간이 벌어졌고, 심판 마르셀 에카르트는 그 사이에 핑크볼을 놓아야 했다.

그런데 핑크볼을 놓아야 하는 위치 주변이 공 1개 넣을 수 있을 만큼만 벌어져 있어서 에카르트는 레드볼 1개를 마킹하고 옮긴 다음 핑크볼을 놓아야 했다.
 

월드스누커 공인심판 마르셀 에카르트는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 8강전에서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렵게 공 컨트롤을 해야 했다. 핑크볼을 자리에 놓고 레드볼을 원위치에 놓은 뒤 마킹을 제거하는 에카르트. BBC 중계화면 갈무리


현장에 있는 수천 명의 관중과 BBC를 통해 전 세계에서 시청하는 수억 명의 시청자들의 눈이 심판 에카르트의 손끝에 집중되었다.

매우 긴장된 상황이었지만, 에카르트는 당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마킹을 하고 레드볼 1개를 빼냈다.

그다음 당구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클리닝까지 완벽하게 하고 나서 핑크볼을 천천히 당구대 위에 놓았다.

당구 심판 중에서도 스누커 종목 심판은 가장 어려운 것으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룰도 복잡하고 치기 전의 위치로 당구공을 '복기'하는 일은 다반사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작은 당구공을 손으로 정확하게 다루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구 심판은 전문적인 훈련이 필수다.

최근 국내에서도 당구 경기가 대중화되면서 당구 심판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동시에 당구 종목의 전문 심판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점점 개발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류지원 공인심판은 "당구 종목의 심판은 쉽지 않다. 능숙한 심판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심판도 선수 못지않은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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