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특별시 장애인생활체육 지원사업으로 매주 2회 열려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그동안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하는 대로 흉내 내는 게 전부였다.
왜 주판알을 빼다 말고 다시 하나 더하는지 어떻게 해야 점수가 나는건지 당구를 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은 너무 많았지만 물어볼 수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도 없었다.
청각장애인 조종태(42세) 씨의 이야기다. 당구를 몇 번 쳐보기는 했지만 치는 방법을 알 수 없어서 실력이 향상되는 건 기대도 안 했던 그가 달라졌다.
본인이 친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 제1목적구에 이어 제2목적구까지 맞자 조종태 씨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의 초이스당구클럽(대표 이철암)에서는 지난 4월 17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씩 청각장애인을 위한 당구교실이 열린다.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중랑구지회가 작년부터 서울당구연맹 소속 선수이자 초이스당구클럽 대표인 이철암 선수와 함께 추진해 온 청각장애인을 위한 당구교실이 올해 드디어 서울시의 장애인생활체육지원사업으로 채택되어 개설되었다.
‘중랑구 청각장애인 생활체육당구교실’에는 총 10명이 레슨에 참가하고 있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큐를 한 번도 잡아본 적없는 초짜이고, 여성회원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철암 선수가 설명을 하면 전정주 수화통역사가 수화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레슨이 진행된다.
이철암 선수도 청각장애인과의 레슨은 처음이라 어떻게 레슨을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첫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레슨 분위기가 너무 좋다. 설명을 바로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수화통역사가 통역을 해주어서 레슨할 때 어려움은 전혀 없다.
오히려 다른 수강생들보다 집중력이 높아서 더 빨리 실력이 향상된다. 공이 맞았을 때는 또 너무 기뻐하니까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무척 즐겁고 재밌다"라며 수강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당구교실에 참가한 손화영(64) 씨는 "우리는 안 들리는 대신 보는 능력이 발달해서 더 빨리 배우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종태 씨도 "가끔 주변 사람들과 당구장에 가봤지만 룰도 모르고 치는 방법도 몰랐다. 옆에서 보고 대충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당구교실에서 기본자세와 스트로크, 당점, 회전 등 이런 것들에 대해 배우고 나니 확실히 실력이 달라졌다.
옆에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여러 가지 궁금한 게 많았는데 당구선수가 직접 알려주니 너무 좋다. 앞으론 당구장에 더 자주 가야겠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얼마 전 장애인당구대회에 출전했던 한 참가자는 당구를 '우리(장애인)를 세상에 나가게 해주는 매개'라고 표현했다.
몸이 불편해지면서 외출하는 것도 꺼린다는 장애인들에게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당구를 통해 얻기 때문이다.
이철암 선수는 "장애인들에게 당구를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당구를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더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주 열리는 중랑구 청각장애인 생활체육 당구교실은 장애인들이 눈으로 당구를 배우면서 새로운 용기와 삶의 희망을 얻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