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벳프레드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

ⓒ TAI CHENGZHE

2014/2015 시즌의 마지막 대회인 78번째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이 4월 18일부터 5월 4일까지 벳프레드의 후원으로 영국의 셰필드 크루시블 극장에서 개최되었다. 보름에 걸쳐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24개국에서 약 144명의 선수가 출전해 대결을 벌였다.

10명의 전 세계 챔피언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 피터 엡돈과 스티브 데이비스, 켄 도허티가 예선 라운드에서 떨어진 한편, 그레이엄 닷만 시드 없이 32강 진출에 성공했으며, 존 히긴스, 숀 머피, 로니 오설리번, 닐 로버트슨, 마크 셀비, 마크 윌리엄스 등 나머지 여섯 명의 전 챔피언들은 톱 16위 시드를 받아 자동으로 32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지없이 크루시블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이 자신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없다는 크루시블의 저주가 재현되었다. 

드디어 우승트로피를 손에 넣은 스튜어트 빙햄 ⓒ TAI CHENGZHE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은 모든 스누커 대회를 통틀어 상금과 랭킹 포인트, 그리고 명성에서 단연 최고의 대회로 손꼽힌다.

아무리 다른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세계 챔피언의 칭호를 얻지 못한다.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우승을 노리는 대회이며, 가장 치열한 대회이다.  

1927년 처음으로 개최된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은 오랜 역사와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UK 챔피언십, 마스터스와 함께 트리플 크라운 대회이다.

스티븐 헨드리가 일곱 번이나 세계 챔피언에 오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으며, 스티브 데이비스와 레이 리어든이 그 뒤를 이어 여섯 번 왕좌를 차지하였다.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 우승자에게는 300,000파운드, 한화 약 5억1,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1,364,000파운드 한화 약 23억3,000만원의 총상금이 걸려있다.  

세계 랭킹 상위 16위의 선수들이 자동으로 32강 진출 시드를 받은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인 마크 셀비가 1번 시드를, 나머지 시드자들은 자신의 랭킹을 기준으로 각자의 자리를 배정받았다.

스티브 데이비스는 예선 라운드에서 커트 머프린에게 비록 1-10으로 졌으나 월드 챔피언십에서 100개의 경기를 치른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10번이나 여자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리안 에반스가 여자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십 방송 토너먼트까지 출전했으나 켄 도허티에게 8-10으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디펜딩 챔피언인 마크 셀비는 크 루시블 첫 무대에 서는 앤서니 맥길에게 두 번째 라운드에서 9-13으로 패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 끝내 크루시블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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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은 헐리우드 스타처럼 ⓒ TAI CHENGZHE

딩준후이는 16강에서 13-9로 존 히긴스를 이기고는 9년 만에 8강전에 진출했으며, 8강전에서 딩준후이를 만난 주드 트럼프는 그를 13-4로 물리치고 세 번째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스튜어트 빙햄은 첫 라운드(32강)에서 로비 윌리엄스를 10-7로, 그 다음 라운드에서 그레이엄 닷을 13-5로 이기고는 생애 첫 월드 챔피언십 8강 진출을 이뤄냈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스튜어트 빙햄은 8강전에서 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로니 오설리번 마저 13-9로 이기고 준결승에 올랐다.

로니 오설리번과의 경기 중 다섯 번째 프레임에서 오설리번이 그의 초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이용해 샷을 하는 파울을 범했으나, 사물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한 선수에게 7점의 벌점을 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은 오설리번에게 어떠한 패널티도 주지 않았다. 심판의 오심에도 불구하고 스튜어트 빙햄은 자력으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였다.  

2015 월드 스누커 챔피언십의 준결승에 숀 머피, 베리 호킨스, 스튜어트 빙햄, 주드 트럼프 등 4명의 영국 선수가 올랐다.

이로써 스누커 역사상 준결승에 영국 선수가 모두 오른 것은 이번이 네 번째가 되었다. 그중 숀 머피가 유일한 전 세계 챔피언이었으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에 진출했다. 

숀 머피와 베리 호킨스와의 준결승전은 숀 머피의 일방적인 리드로 진행되었다. 6-2로 앞서 나가던 머피는 13-3까지 점수를 벌여놓았고 호킨스가 남은 여덟 개의 프레임 중 다섯 개를 이기며 가져갔으나 방어에 성공한 머피는 17-9로 시합을 끝내며 세 번째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스튜어트 빙햄 ⓒ TAI CHENGZHE
가족들과의 감격적인 포옹 ⓒ TAI CHENGZHE
새로운 챔피언 스튜어트 빙햄 ⓒ TAI CHENGZHE

스튜어트 빙햄은 주드 트럼프를 5-3으로 초반부터 리드해 나가기 시작하더니 9-7, 13-11의 점수 차를 꾸준히 유지했으며, 결국 17-16 간발의 차로 트럼프를 이기고 첫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올랐다.  

1978년 45살의 레이 리어든이 크루시블에서 결승전을 치른 이후, 38살의 스튜어트 빙햄이 최고 연장자로 크루시블 결승전에 올랐다.

숀 머피는 2005년 매튜 스티븐스를 18-16으로 이기며 세계 챔피언의 타이틀을 차지한 뒤 10년 만에 다시 한 번 두 번째 세계 타이틀을 노렸다.

머피가 먼저 3-0으로 앞서 나갔으나, 빙햄 역시 물러서지 않고 4-4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강한 반격에 나선 머피는 4개의 프레임을 연속으로 이기며 8-4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빙햄이 다음 다섯 개의 프레임 중 4개의 프레임을 획득하면서 9-8로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 세션에 들어서 먼저 여덟 프레임 중 6개의 프레임을 획득하며 빙햄이 14-11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으나, 머피가 막판 분전하며 15-15 동점을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피가 마르는 쫓고 쫓기는 대결을 벌인 끝에, 결국 16-15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 빙햄이 나머지 두 개의 프레임을 차지하며 18-15로 생애 첫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38살의 나이에 첫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한 스튜어트 빙햄은 그날 밤 드디어 20년 된 그의 오래된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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