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의 가치 그 정도면 되는가?

당구의 가치를 한두 사람이 임의로 설정할 수 있을까.

대한당구연맹 집행부 내부에서조차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구를 2억5,000만원의 후원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로 평가하느냐 하는 얘기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당구연맹과 대한민국 당구선수들의 가치로 2억5,000만원 이상의 후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집행부 임원 몇 명의 말대로 당구는 이만하면 된 것인가.

다른 종목보다 당구는 사용자가 많고, 또 과거의 이미지가 당구인들과 당구선수들의 노력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시스템 부문만 내부에서 정비하면 발전 가능성이 무척 큰 종목이다.

그런데 대한당구연맹 현 집행부 임원들이 오히려 이런 당구의 인프라와 성장 가능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돈 1억원 벌어온 것이 우습다는 것이 아니라, 당구의 가치로 당장 1억원을 벌기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절차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비정상적 턴키 방식의 수의계약으로 무려 5년 동안 당구의 가치를 묶어둘 만큼 어렵고 힘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장황하게 말한 정상적인 계약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연맹 재정을 확보하고 당구의 가치를 지키고 당구선수들을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계약서에 이미 직인을 다 찍어 놓은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모적일 수도 있지만, 숨긴다고 숨겨질 이야기도 아니다. 당구인들과 당구선수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생각해보고 논의하여 효과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못 했다면 다음 계약, 다른 계약에서는 절차와 합의를 거쳐 옳은 방향으로 계약을 진행하면 된다.  

대한당구연맹과 빌리어즈TV 양쪽 모두에게 좋을 게 없는 이번 마케팅 대행권 계약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대한당구연맹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집행부와 대의원, 실무자들이 논의하여 부속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2억5,000만원의 계약금이 넘어가는 후원금에 대한 러닝 개런티 설정이나 당구계 내부 기업의 스폰서십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 최대 스폰서인 이트레이드증권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었을 때 계약금을 하향 조정하는 조항, 계약금을 이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조항, 기업의 당구대회 유치 시 후원금 적용 범위와 수수료 비율 설정 조항, 후원사 섭외 활동 보고 의무 조항, 후원사 섭외 시 국제연맹(UMB, WPA)과 직접 접촉 금지 조항 등에 대한 재논의를 고려해봐야 한다. 

대한당구연맹의 권리는 당구인과 당구선수 모두의 권리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어떠한 권리이든 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대의원들과의 논의, 전문가 집단을 통한 컨설팅, 규정과 절차에 따른 계약 진행, 모든 계약 사항의 성실한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대한당구연맹은 스포츠 당구를 이끌어가는 중차대한 임무를 가진 단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당구연맹 집행부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중대한 사안까지 몇몇 개인의 의견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되면 자칫 당구 전체의 손해로 귀결될 수도 있다.

집행부 임원은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대한 결정은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항상 논의해야 한다.

대한당구연맹은 체육단체라는 단체 성격상 비밀에 부쳐 진행해야 할 만큼 대단히 위험한 사안을 다루는 단체도 아니다. 국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로써 절차를 지키고 합의를 통해 당구인과 당구선수를 대변하고 대의를 실현한다는 기본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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