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권 계약으로 돌파구 찾은 빌리어즈TV

올해 대한당구연맹은 두 가지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 규모만 놓고 보면 5년간 20억원에 달하는 유례없는 빅딜이다.

방송권은 연간 2억5,000만원씩 3년간 계약했고, 마케팅 대행권도 연간 2억5,000만원씩 5년간 계약했다. 이 계약을 성사시킨 대한당구연맹 이성혁 전무이사는 “연간 5억원의 후원금을 확보하여 앞으로 대한당구연맹은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라고 계약에 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한당구연맹은 방송권으로 연간 8,800만원의 중계권료와 후원금으로 이트레이드증권 1억원, 공식용품 3,000여만원, 기타 후원금 1,000여만원 등을 합쳐 연간 2억2,000만원 ~ 2억5,000만원을 자체일반회계로 운용해왔다. 이번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자체일반회계가 2배 이상 상승하여 그의 말처럼 올해부터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계약의 세부 내용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권은 전과 달리 3년 장기 계약의 무리수를 두었고, 마케팅 대행권은 절차와 협의가 충분하지 못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굳이 서둘러 마케팅 대행사를 두어야 할 이유가 없는 대한당구연맹이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와 합의라는 중요한 과정을 간과하고 갑작스럽게 마케팅 대행권 계약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두 가지 계약이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었을까. 계약서 내용을 보면 계약의 목적과 세부 내용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대한당구연맹은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의 진술과 정황에 비춰 이번 계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송권 계약으로 돌파구 찾은 빌리어즈TV

대한당구연맹과 (주)타임앤플레이스의 마케팅 대행권 체결식

지난해 컨텐츠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아왔던 빌리어즈TV의 돌파구는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을 갖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문제였지만 대한당구연맹이 오랜 시간 방송 파트너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SBS스포츠 대신 빌리어즈TV를 선택하게 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칼자루는 대한당구연맹이 쥐고 있었다. 이성혁 전무이사(당시 경기위원장)가 빌리어즈TV에 2억5,000만원을 제시했고, 빌리어즈TV도 승인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빌리어즈TV가 추가로 지급해야 할 중계권료 1억원은 ‘빌리어즈TV배 코리아오픈’을 개최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최초 제시액보다 1억원을 더 받고 대회도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렇게 빌리어즈TV와 방송권 계약이 체결되었다. 

종전 최고 중계권료는 1억5,000만원이다. 처음 빌리어즈TV가 제시한 것이 그 금액과 같은 액수였다. 대한당구연맹 입장에선 그 금액을 받고 방송권자를 바꿀 이유는 없었다. 왜냐하면, 빌리어즈TV가 1억5,000만원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월드컵이나 주요 대회에 SBS스포츠나 MBC스포츠플러스, 코줌 등을 끌어들이면 불과 몇천만원에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을 가져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성혁 전무이사는 중계권료를 2억5,000만원으로 다시 제시했다. 빌리어즈TV 입장에서도 2억5,000만원이라는 중계권료를 지급하게 되었지만, 어차피 컨텐츠는 생산해야 하고 중계권료의 일부로 ‘빌리어즈TV배 코리아오픈’을 개최하기 때문에 컨텐츠의 부가가치를 고려하여 광고, 수신료 등의 수익을 따져보면 크게 손해 보는 계약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방송권은 서로 윈윈하는 차원이라면 어느 한쪽도 불리하지 않도록 협의가 잘 이뤄진 적절한 계약이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당장 2억5,000만원을 내고 대한당구연맹의 방송권을 가져갈 만한 방송사업자는 당구 전문방송인 빌리어즈TV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빌리어즈TV가 대한당구연맹 방송권을 가져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기대 효과 역시 기대할 만하다. 계약이 종료되는 3년 뒤에 타 방송사업자가 대한당구연맹의 방송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억5,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빌리어즈TV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수록 대한당구연맹 방송권료는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올해부터 빌리어즈TV가 대한당구연맹방송 컨텐츠를 독점하게 되면서 빌리어즈TV는 물론 당구계의 전반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되는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실적 좋은 전문 방송사가 가져다주는 시너지 효과는 당구계에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SBS스포츠나 MBC스포츠플러스와 같은 대형 채널이 노리는 당구 컨텐츠가 당구를 잘 아는 전문 방송사를 거쳐 다시 공중파에 보급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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