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열정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과 어려움도 그 변화를 막지 못한다.

'당구'라는 스포츠를 처음 접한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 '열정'이라는 것을 잠시 느낀다. 침대 위 천장에 당구대까지 그려가며 당구장에서 큐를 잡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이들 중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실에 부딪혀 당구를 취미로 즐기는 데 그치지만,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행복한 삶'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끝내 당구를 선택한다.

여자 당구동호인이었던 이유라(29) 씨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당구심판, 당구아카데미 실장이 되었다.

당구를 배우고 싶어서 무턱대고 당구장 알바를 시작했던 그녀는 현재 서울당구연맹 전담 당구심판, 서울당구학교(BAS) 실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캐롬은 섬세한 스포츠다. 여자들이 표현하기 좋은 종목이다. 여자 동호인들이 당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멘토가 되고 싶다"는 신념과 목표를 가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당구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랑 처음 당구를 쳤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당구를, 그것도 4구와 3쿠션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 그럼 어쩌다 이렇게 깊이 당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

졸업하고 다양한 일을 했다. 화장품 사업도 하고 피팅 모델도 하고 쇼핑몰도 운영하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있었는데, 술을 못 마셔서 친구들이랑 술 대신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물론 포켓볼을 쳤다. 

그런데 포켓볼 당구대가 있는 당구장이 별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4구를 치게 됐다. 그 당시에 다니던 당구장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고 쉽게 4구를 가르쳐 주셔서 캐롬 종목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당구를 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웠다. 그때 사장님과 손님들이 너무 좋으셔서 진짜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있다. 

 

- 어떻게 당구심판이 되었나. 당구심판으로 활동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 어느덧 3년 차다. 당구가 좋아서 당구 치러 왔다가 당구심판도 되고 당구아카데미인 서울당구학교 실장직도 맡게 되었다.  

 

- 서울당구학교는 어떤 곳인가.

백창용, 이용진, 김종빈 등 서울당구연맹의 현역 선수들이 강사로 있어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이 동시에 가능한 당구아카데미다. 3쿠션과 4구 등 캐롬 당구를 배울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 서울당구학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포지션은 상담 실장이다. 처음 당구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부담 없이 당구를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고, 특히 여자 동호인이 상담을 하러 왔을 때 잘 적응하고 어려움 없이 당구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캐롬을 치는 여자 동호인들이 점차 느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자들은 캐롬을 어려워한다. 캐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자들은 종종 캐롬이 어려워서 좋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캐롬은 섬세한 스포츠다. 오히려 여자들이 표현하기에 좋은 종목인 것 같다.

처음에는 3쿠션이 어렵다면 4구로 접근하는 것도 좋다. 4구로 충분히 캐롬의 매력과 재미를 느끼고, 실력이 늘면 3쿠션을 배우는 걸 추천한다. 처음부터 3쿠션에 대한 욕심을 냈다가는 금방 지칠 수 있다. 

 

 

- 당구동호인으로 당구를 치는 것과 당구심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당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었다. 그 전에는 그저 즐겁고 재밌기만 했는데, 심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당구의 즐거움뿐 아니라 진지함을 배우고 있다. 당구를 완전히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됐다.

나 같은 경우 승부욕보다 즐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선수보다는 심판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선수들의 경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 심판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심판 초기에는 선수들의 타이밍을 쫓아가지 못해 실수가 있었다. 선수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심판들도 충분히 선수들이 어떻게 공을 풀어갈지 예상하고 같이 생각해야 경기 진행이 수월하다.

그걸 못 쫓아가면 실수도 나오고 선수들의 흐름도 방해하게 되더라. 나 역시도 계속 공부하고 배우고 있다. 

 

- 심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센스다.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혹은 선수들이 편안히 경기를 풀어 갈 수 있도록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심판의 센스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다. 나는 그동안 당구심판을 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 서울당구연맹 전담 심판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울당구학교 실장으로 일하면서 다른 대회 심판으로 참가하는 게 쉽지 않다. 자리를 비우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에 주로 대회를 하는 서울당구연맹 대회 심판에 집중하고 있다.

 

- 당구를 사랑하는 동호인이자 당구심판 이유라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당구를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당구문화를 만들고 싶다. 당구클럽도 금연화가 되면서 여자들이 접근하기 좋아졌다.

나는 당구를 배우려고 무턱대고 당구클럽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지만, 다른 여자 동호인들이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싶다. 어떻게 당구를 더 즐겁게 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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