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당구 큐를 잡고 1년 만에 포켓볼 선수로 데뷔했다. 서울=김탁 기자

[빌리어즈=김탁 기자] "혹시, 포켓볼 배워보지 않을래"

어머니의 권유로 4년 전 처음 당구 큐를 잡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진 소녀가 한 명 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 소녀는 어릴 때부터 키워 왔던 음악가의 꿈을 접고 피아노 건반 위에 있던 손을 포켓볼 당구대로 옮겼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당구선수가 되었다.

우연하게 그리고 운명처럼 접한 포켓볼에 모든 것을 내걸기로 마음먹었던 정은수(20∙배화여대). 그녀는 선수 데뷔 3년 만에 주목받을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학업과 훈련을 병행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 노력을 바탕으로 국제종합경기대회 은메달을 따낸 것.  

올해 7월 열린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포켓볼 여자 복식 은메달을 딴 정은수는 마침내 도약을 시작했다. 그녀를 가르치고 있는 최인규 코치는 정은수를 '부지런한 연습벌레'라고 평가한다. 근성, 열정, 집중력 다 좋다. 다만 마음이 여린 성격 때문에 더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16살의 나이에 포켓볼이 마냥 좋아서 시작했던 순수했던 도전을 지치지 않고 4년 동안 꿋꿋하게 해나가며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성장한 정은수를 만나보았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다. 그런데 포켓볼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취미와 전공은 서로 뒤바뀌었고 나는 당구선수가 되었다" 서울=김탁 기자

- 포켓볼을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혹시, 포켓볼 배워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했고, 대뜸 "좋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의 대화가 모든 것을 바꾸게 되었다.

 - 왜 어머니가 느닷없이 포켓볼을 권유했나.

어머니와 최인규 코치님 가족이 친한 사이여서 가끔 코치님이 운영하는 포켓볼클럽에 갔었는데, 딸과 함께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에 포켓볼을 권유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막상 큐를 잡고 보니까 너무 재밌고, 또 당구대 안에서 풀어야 하는 퍼즐들을 오로지 내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정말 좋아서 매일 치게 되었다.

- 당구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포켓볼은 취미와 전공을 뒤바꿀 만큼 재미있었다. 포켓볼을 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음악이 취미가 되고 포켓볼은 전공이 되어 버렸다. 

- 포켓볼의 어떤 점이 좋았나.

목표를 향해서 스스로 퍼즐을 맞추어 가고, 또 정교한 두뇌 싸움을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승부에 크게 매력이 느껴졌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좋았다. 

-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훈련했나.

당구선수가 되기로 결정한 뒤 최인규 코치님에게 개인 지도를 받으면서 훈련했고, 고등학교 3년은 공부와 훈련을 병행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고도 계속해서 두 가지를 함께 해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학교가 끝나면 홍제동 훈련장에서 하루 6~7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

정은수는 지난 4년 동안 최인규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최 코치는 정은수를 '부지런한 연습벌레'라고 평가한다. "근성과 열정, 집중력 등이 다 좋지만, 아직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김탁 기자

- 고등학교 시절 선수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텐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시험 성적도 나와야 하고 대회 성적도 좋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공부, 훈련을 병행했다.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포켓볼을 잘 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기간이어서 재미있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 대학 전공은 무엇을 선택했나.

비즈니스 중국어과를 선택했다. 당구 때문에 선택한 전공이다. 많은 포켓볼 대회가 대만과 중국에서 개최되고 있고, 그쪽 선수들과 교류를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가려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다시 또 대학 생활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를 병행하다 보니 수업 준비와 과제 등으로 시간을 보내려면 아무래도 훈련 시간을 줄여야 한다. 오후 5시에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훈련을 하는데, 정해진 24시간 안에 두 가지를 모두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훈련 성과가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 훈련 시간에는 주로 어떤 훈련을 하고 있나.

최인규 코치님에게 기술 지도를 받고 그것을 반복 습득을 통해 몸에 익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스트로크, 퍼팅 연습 등도 매일 하고 있다. 

-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시합인가.

2015년에 열린 대회에서 2-4로 지고 있다가 6-4로 역전승을 한 경기와 지난해 열린 대회에서 6-6 동점인 상황에서 도저히 풀기 어려운 포지셔닝을 뱅크 샷과 점프 샷 등으로 남은 5개 공을 마무리하고 7-6으로 승리한 경기다. 그 경기 이후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포켓 9볼 여자부 복식전 은메달을 획득한 정은수. 사진제공=세계포켓볼협회

- 얼마 전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한 소감 한마디 해달라.

당구가 처음 참여한 의미 깊은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다. 국제종합경기대회 은메달을 처음 목에 걸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호흡을 맞춘 윤혜 언니(장윤혜)에게 고맙고, 포켓볼을 알게 해 준 어머니와 최인규 코치님에게도 감사한다.

- 당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직접 부딪혀서 경험하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많은 세계 대회에 출전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유니버시아드 이후 당분간은 공부보다 훈련에 전념하기로 했다. 후회가 없을 만큼 더 많은 시간 큐를 잡고 싶고, 열심히 훈련해서 하나하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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