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4강에 올라 사상 첫 세계 랭킹 100위권 내에 진입한 권호준.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탁 기자] 지난 10월 여린 '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4강에 올라 랭킹 포인트 4500점을 획득한 권호준(24∙경기 안산)이 처음으로 세계 랭킹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권호준은 얼마 전 세계포켓볼협회(WPA)에서 발표한 세계 랭킹 70위에 올랐다. 정영화(서울시청, 세계 42위)∙유승우(대전, 56위) 등의 뒤를 이어 한국 선수 중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순위다. 구리 대회에서 16강 활약을 펼친 고태영(25∙세종)도 3050점을 받아 95위에 랭크되었다. 

용인 구성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큐를 잡은 권호준은 올해 초 군대에서 전역했다. 17사단 수색대대에서 복무하며 복무 기간 동안 휴가 때 말고는 당구를 칠 수 없었던 그가 전역 후 8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2년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연습과 훈련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는 권호준은 "부모님에게 당구선수로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드린 것이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들이 당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부모님에게 항상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군에 입대한 2년의 공백기, 그리고 제대 후 큐를 다시 잡은 지 8개월 만에 세계 대회 4강에 올라 세계 랭킹 '톱100'에 진입한 권호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권호준은 구리 대회 준결승전에서 우승자 류정치에(대만)와 풀 세트 접전을 벌였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축하한다. 구리 대회 4강 성적으로 세계 랭킹 70위에 올랐다. 소감은.

고맙다. 세계 랭킹 70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첫 국제대회 입상부터 세계 랭킹 진입까지 선수로서 정말 뜻깊은 일이다. 더 높게 올라가서 한국 남자 포켓볼의 위상을 세우고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기쁜 일이다. 
 

- 무엇이 가장 기쁜가.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당구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이 가장 기쁘다. 내가 선택한 당구선수라는 직업이 이런 것이라고 당당하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뻤고,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 당구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토르스텐 호먼(독일)이 우승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찌릿찌릿 전기가 왔다. 그 모습이 엄청 멋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큐를 처음 잡게 되었다. 처음부터 포켓볼 종목 선수를 목표로 연습을 했다. 2010년 학생부 대회에 입상했고, 고교 졸업 후에는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를 다니면서 훈련을 병행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갔다. 전역 후에는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 군 생활 2년 동안 큐도 제대로 잡지 못했고, 게다가 전역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당구를 너무 치고 싶었다. 수색대대에 있다 보니 2년 동안 군에서 아예 당구를 치지 못했다. 휴가 때 나와서 당구장에 간 게 전부일 정도다. 당구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초 체력훈련과 독서를 꾸준하게 했다.

그리고 전역하고 나서 바로 김가영 선배를 찾아가 지도를 부탁했다. 기술, 경험, 멘탈 트레이닝 등 김가영당구아카데미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강행군을 했다. 
 

- 구리 대회를 보면 실력이 갑자기 확 늘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입대 이전에 세계 무대 경험이 있나.

입대 전에 세계 대회에 3번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군대에서의 공백기를 생각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미루어 보면 지난 8개월 동안 김가영 선배의 지도를 받은 시간은 내가 실력이 늘고 변화가 생긴 가장 큰 원인이다. 
 

- 입대 전에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지 못했나.

고1 때 처음 큐를 잡았는데, 막연하게 포켓에 공을 넣고 뭔가 열심히 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확실하게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것은 처음이다. 
 

- 구리 대회 준결승전은 정말 아쉬웠는데. 

10-10이 되니깐 너무 흥분한 것이 문제였다. 푸시(Push)를 상대방이 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수 싸움을 해야 되는데, 아예 보이지도 않게 디펜스 된 공을 주니까 그 공을 반대로 내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내가 그 디펜스를 풀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세트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점프 샷도 선택이 잘못되었다.
 

- 그럼 어떻게 쳤어야 했나.

점프 샷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빈쿠션치기로 강하게 샷을 해서 목적구가 퍼팅이 되거나 수구가 디펜스되거나 약간의 운을 바라야 했다. 그런데 판단 미스로 무리하게 점프 샷을 시도했고, 그것이 파울이 되면서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 좋은 경험을 했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만, 중국, 구리 등 최근 열린 세계 대회에서 파이널 스코어 경기를 계속 졌다. 이유는, 승부욕이 너무 커서 이기고 싶은 마음에 냉정하게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을 누르고 평정심을 찾을 수 있도록 멘탈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야 한다.
 

구리 대회 준결승전 10-10 마지막 세트에서 점프 샷 파울 후 허탈하게 앉아 있는 권호준. 빌리어즈 자료사진

- 당구선수 중에 어떤 선수를 좋아하나.

한국의 유일한 포켓볼 세계 챔피언 김가영 선배와 현재 세계 랭킹 1위 창정린(대만) 선수를 존경한다. 두 분 모두 정신력,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세계에서 가장 포켓볼을 잘 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의 리 반 코르테자와 호먼의 플레이도 좋아한다. 
 

- 올해 남은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중국에서 열리는 CBSA 홍저우와 광저우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1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남자 포켓 9볼 월드 챔피언십 스테이지1에도 출전한다. 아직 세계 랭킹이 높지 않으니깐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서 랭킹을 올릴 생각이다. 


- 경비가 만만치 않은데 세계 대회는 어떻게 출전하고 있나.

(주)코줌코리아 오성규 대표님의 도움으로 세계 대회에 나가고 있다. 너무 감사하고, 쉬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하루 빨리 랭킹을 올릴 계획이다.
 

- 앞으로의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경험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을 통해서 단순히 기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른 전략과 정신력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세계 대회에 나갈 수 있어야 하고 또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최대한 빨리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훈련하겠다. 세계 랭킹 70위가 아닌 7위, 1위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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