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로운 종목 '차이니즈 8볼' 보급에 나선 이유

제1회 차이니즈 8볼 우승으로 대런 애플턴은 1억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했다.

중국의 세계 당구를 움직이기 위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차이니즈 8볼’이라는 새로운 종목에 총상금 5억원을 걸고 매년 대회를 개최한다.

선수들은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차이니즈 8볼 테이블’을 사들여야 하고 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선수들이 움직이면 마니아들이 따라서 움직이게 될 것이고 차이니즈 8볼 시장은 중국을 벗어나 전 세계에 형성될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계획이다. 당구산업과 스포츠 당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중국의 계획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중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우리는 항상 중국을 주목한다. 당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물론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인다. 비단 한국만 그런 관심이 깊은 것은 아니다.

세계 시장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중국은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중국은 우리와 항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보든 정치, 경제적으로 보든 또 국제 관계에서 보든지 간에 우리는 중국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중국은 항상 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해왔다. 한때 일본이 중국에 도전했지만 중국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고, 한국 스포츠가 수직적 발전을 이룬 90년대 이후부터 일본을 밀어내고 우리가 중국과 전면에서 경쟁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강대국인 중국과 경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유망주 발굴에 성공적이었던 수영, 골프 등과 같은 종목이 과거 중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가 이제는 중국보다 앞서거나 대등한 실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볼 때 중국과의 격차는 계속해서 좁혀지게 될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럼 당구는 어떠할까?

중국이 캐롬을 치지 않기 때문에 포켓볼과 스누커를 비교해 보면, 포켓볼은 남자와 여자 모두 중국과 대등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고 스누커는 중국이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 스누커는 당구 종목 중에 스포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중국이 스누커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던 것은 스누커 시장이 캐롬이나 포켓볼과는 비교되지 않는 바로 이 큰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란 스포츠적 시장과 경제적 시장을 동시에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포켓볼이 스누커보다 대중적이고 시장도 크다고 할 수 있었으나, 스누커가 프로 당구 종목으로 발전한 2000년대 이후부터는 포켓볼을 밀어내고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은 당구가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4개 대회에서 금메달 10개 중 절반인 5개가 스누커 종목에 걸려 있었고 포켓볼에 4개가 걸려 있었다. 세계 당구 시장은 스누커와 포켓볼이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캐롬 강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세계 당구계를 캐롬 중심으로 반전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그럴 힘도 여력도 재력도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캐롬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 종목 간 균형 발전이라는 논리로는 중국에도 캐롬을 보급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캐롬 인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그게 웬만한 시간과 노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우리가 캐롬의 세계화를 주도할 만한 자금과 자원을 갖고 있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미 기득권층에 형성된 당구 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자금력이라는 밑바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에 3쿠션을 보급해야 한다고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을 때, 중국에서는 어떤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차이니즈 8볼’ 보급

올해 초 한화로 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남자 1억원, 여자 7천만원 등이 걸린 당구대회가 중국에서 열렸다.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중국 장시성 상라오에서 대회가 열렸고, 정영화, 김웅대, 임윤미 선수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새로운 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대회가 지금까지 열렸던 스누커나 포켓볼 오픈 대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총상금 5억원을 내걸 만큼 당구로는 최대 규모로 열린 대회가 신생 종목으로 열렸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큰 상금을 걸고 대회를 개최한 것인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차이니즈 8볼’의 보급이다. 

한국에 독자적인 캐롬 4구가 있는 것처럼 중국은 ‘차이니즈 8볼’이라는 대중적인 당구 종목이 있다.

차이니즈 8볼은 스누커 테이블을 포켓볼 테이블 크기로 축소하여 포켓볼 공으로 8볼을 치는 경기로, 작은 포켓에 큰 포켓볼 공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꽤 어려워서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차이니즈 8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종목은 중국에만 있는 종목이다.

기존의 스누커와 포켓볼을 융합하여 진화시킨 형태지만, 스포츠성이 매우 뛰어나고 당구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부가가치가 큰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중국은 바로 이 ‘차이니즈 8볼’이라는 새로운 종목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당구협회(CBSA)가 앞장서고 테이블 제조사인 씽파이(Xing Pai)가 투자하여 ‘차이니즈 8볼’의 세계 보급을 목표로 총상금 5억원이 걸린 이 대회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선수들은 시작부터 이렇게 큰 대회가 얼마나 커질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 대회의 파급효과는 대회가 열린 직후 바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차이니즈 8볼 테이블’을 사들이고 있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대회가 더 많아지면 아예 차이니즈 8볼 선수가 생기거나 전향하는 선수들이 생기게 될 것으로 예상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의 스누커, 포켓볼 톱 클래스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기대를 품고 중국으로 날아왔다. 스누커 세계 챔피언 마크 셀비와 포켓볼 세계 챔피언 대런 애플턴이 결승전에서 만나 세기의 대결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스누커와 포켓볼 세계 최강자가 대결한 결과 대런 애플턴이 제1회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자 애플턴을 비롯한 대부분의 출전 선수들은 이 ‘차이니즈 8볼’ 종목의 세계화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서울시청의 정영화 선수도 ‘차이니즈 8볼’ 의 긍정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영화 선수는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많은 세계 대회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다. 누구보다도 당구대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가 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포켓볼 대회에 출전해 왔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에서 열리는 포켓볼 대회도 비슷한 위치의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비해 나쁘지 않을 정도로 잘 치러진다. 그러나 이번 ‘차이니즈 8볼 세계선수권대회’는 지금까지 출전했던 어떤 대회보다도 훌륭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얼마나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회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가 대회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번 대회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대회였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중국의 계획(2)'에서 계속)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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