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0위 올라 있는 웨이츄치엔. 구리=김철홍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 여자부 준우승을 차지한 대만의 웨이츄치엔(27∙세계 랭킹 10위)은 비교적 늦게 당구를 시작했다. 

대체로 세계적인 톱랭커로 성장하는 선수들은 10대 초반 정도에 큐를 잡는 경우가 많은데, 웨이츄치엔은 대학에 진학하고서 본격적으로 당구를 치게 되었다.

그런 그가 선수 생활 7년 만에 세계 '톱10'에 진입하고,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데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웨이츄치엔은 최근 열린 대회에서 연속으로 결승에 올랐다. 구리 대회 직전에 열렸던 CBSA 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아쉽게도 두 번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세계 랭킹 1위 첸시밍(중국)과 대만 최강자로 알려진 저우제위(세계 8위) 등을 꺾는 등 맹활약을 이어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당구를 시작해 포켓볼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대만의 톱플레이어로 성장하고, 또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라선 웨이츄치엔을 구리 대회 백스테이지에서 잠시 만나보았다.
 

'2017 구리 세계포켓9볼챔피언십'에서 준우승 한 웨이츄치엔(왼쪽). 오른쪽은 준결승전에서 대결했던 저우제위. 구리=김철홍 기자

- 박빙의 준결승전이 무척 인상 깊었다. 어땠나. (준결승전에서 웨이츄치엔은 같은 대만의 저우제위에게 9-8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갔다)   

너무 긴장이 되었다. 교대 브레이크였기 때문에 내가 브레이크인 세트에서 잘하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경기였다. 그런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쉽지 않은 경기였다. 

- 저우제위와 준결승 경기에서는 거의 진 경기를 뒤집었는데. 

두 번 실수했더니, 점수가 5-8로 벌어졌다. 교대 브레이크니까 저우제위가 자신의 브레이크 샷 차례에서 박스(실수 없이 1볼부터 9볼까지 차례로 모두 퍼팅하는 것)를 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마음 편하게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쳤다.

- 이렇게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면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하게 되나.

예전에는 스스로 쓸데 없는 걱정을 많이 해서 경기를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 점 씩 쌓아가고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내 플레이에 집중을 하게 된다.

내가 실수가 줄어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마음을 비우고 지금 공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웨이츄치엔이 결승전에서 브레이크 샷을 하고 있다. 구리=김철홍 기자

- 세계 랭킹이 10위로 높은데,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었나.

2011년에 일본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구리 대회 직전에 열렸던 CBSA 대회 결승에도 올라갔다. 이번에 구리 대회 결승에 진출하면서 세계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처음 해봤다.

- 결승에서는 루빌렌 아미트(필리핀)와 대결했다. 둘의 전적은 어땠나.

전에 몇 번 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비슷하게 가다가 진 적이 많았다. 아미트은 세계 챔피언이었고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다.  

- 언제부터 당구를 쳤나.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단지 재미로 치는 정도였다. 부모님이 공부를 하기를 원했고 대학에 가서 당구를 치기로 하고 대학에 진학한 18살부터 당구를 쳤으니까, 지금까지 한 10년 정도 쳤다.

- 대만의 경쟁 선수들은 대체로 일찍부터 큐를 잡는다. 다른 경쟁 선수에 비해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처음 당구를 치기 시작했을 때, 어린 친구들이 키도 잘 닿지 않는 당구대에서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조금 더 일찍 배웠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뭐든지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 당구선수 활동 이외에 또 다른 공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웨이츄치엔은 2011년 처음 세계대회에 출전해 7년 만에 세계 랭킹 10위에 올랐다. 구리=김철홍 기자

- 당구선수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처음 나간 대회가 2011년에 열린 암웨이배 대회였다. 그 대회 예선전에서 김가영과 대결했다. 그런데 무명이었던 내가 김가영을 7-1로 이겼다. 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다.

물론 본선에 올라가서 김가영과 다시 대결해서 패하긴 했지만,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 경기에서 김가영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만났을 때 어땠나.

당시 나는 김가영 팬이었다. 암웨이배 때 김가영을 만나면 사인을 받기 위해 대회 전에 미리 당구공을 새로 사서 가기도 했다. 대회 전에 만나서 사인을 받았고, 경기까지 같이 하게 되니깐 좋았다.

무엇보다도 대회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김가영이 나한테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 한국에는 이번에 몇 번째 방문인가.

지난해에 열렸던 초청대회 때 한 번 왔었고, 이번 대회가 두 번째 방문이다. 

-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두 번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세계에서 열리는 대회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선 추첨 때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 배정을 하지 않아서 톱랭커들끼리 초반에 경기하게 된 것과 몇몇 심판의 미숙한 경기 진행은 아쉬웠다. 

결승전이 끝난 후 심판과 악수하는 웨이츄치엔. 구리=김철홍 기자

- 심판 판정 문제로 경기가 끊기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본선 추첨과 심판 문제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은 세계 각국에서 하는 많은 대회를 나가게 된다. 여러 대회를 경험하고 많은 심판을 경기에서 만나게 되는데, 당구 심판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집중을 해야 하는 만큼 어렵기 때문에 당구 심판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인내하고 땀 흘려 연습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심판 판정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 판정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포켓볼은 어떤 점이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하나.

포켓볼은 변화가 다양한 종목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면 안 되는 다이내믹한 경기가 매력적인 스포츠다. 한국에서는 3쿠션이 더욱 대중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포켓볼 또한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포켓볼을 많이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인터뷰=김민영 기자
정리=김탁 기자
통역=현지원(김가영당구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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