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빌리어즈>가 30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김기제 발행인이 집필하며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WCBS 창립 기념 환영 리셉션에서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 양태주 회장이 WCBS 초대회장에 추대된 앙드레 가뇨 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 양태주 회장은 92년 1월 23일 출국하여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양 회장은 제네바 공항에서 약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IOC 본부가 있는 로잔에 도착한 후 다시 택시로 40분 걸려 온천휴양지인 '이베르동 레 방'이라는 중소도시에 밤 10시 30분에 도착했다.

이곳 그랜드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쉰 다음날인 24일 오후 5시에 주최측이 베푼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다.

세계스포츠당구연맹(WCBS) 창립총회의 전야제격인 리셉션장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40여 명의 단체장들 자리가 정해져 있었고, 양태주 회장의 이름이 적혀 있던 자리에는 세계캐롬연맹(UMB)에서 발행한 프로그램북이 담겨져 있는 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리셉션은 약 2시간 동안 계속되었는데, 당시 UMB 회장이었던 앙드레 가뇨를 비롯한 세계 당구 단체장들은 WCBS가 창립하는 역사적인 총회에 함께 한 양태주 회장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갖고 환대해 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날인 1월 25일 오전 9시에 마침내 WCBS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캐롬∙포켓볼∙스누커의 세계 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캐롬은 UMB, 포켓볼은 WPA(세계포켓볼협회)가 참석했고, 스누커는 프로선수 단체인 세계프로스누커협회(WPBSA)와 아마추어 단체인 국제아마추어스누커연맹(IBSF)이 새로운 '세계스누커연맹(WSF)'을 구성해 창립 멤버로 총회에 참석했다. 

그 외에도 UMB와  WPA, WSF 등 산하 22개국 40여 명의 회원단체장이 참석했다.

앙드레 가뇨 UMB 회장의 주재로 개회된 창립총회는 "세계 여러 당구 단체들이 지금까지 각자 도생하며 중구난방으로 올림픽 종목 채택 활동을 벌여왔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므로 IOC가 요구하는 단일기구로 통합하여 추진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WCBS를 결성한다"는 것이었다. 

창립총회의 주요 안건은 참석 회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하나로 통합된 세계 당구 단체의 역사적인 결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WCBS 초대 회장에는 앙드레 가뇨가 추대되었고, 3대 세부 종목 단체 임원들이 9명의 WCBS 임원으로 선출되었다. 

당시 70대의 노령이었던 가뇨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강한 집념으로 당구의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헌신해 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IOC를 방문한 WCBS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IOC 본부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WCBS 임원 및 양태주 회장 등 IOC 본부 방문
IOC "당구 종목 단체 하나된 것 환영"

WCBS 창립총회는 총회 개최 사실을 사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에 전달했기 때문에 이날 총회장에는 IOC 사무국 관계자가 파견되어 총회 진행을 지켜보았다. 

창립총회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오후 4시경에 WCBS 임원들과 양태주 회장을 비롯한 당구 단체장들은 버스를 대절하여 로잔에 있는 IOC 본부를 방문했다. 

WCBS 일행이 도착하자 IOC에서는 위원장, 본부장 등의 관계자가 직접 마중했고, 일행은 본부장의 안내로 청사 내부를 견학한 뒤 곧이어 IOC 측에서 미리 준비한 만찬회에 참석했다.

IOC 본부장은 만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가뇨 회장이 당구를 IOC에 가입시키려고 여러 차례 교섭해 왔었다. 그러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IOC 총회에서 계속 부결되었는데, 이번에 당구 단체가 하나로 통합해서 IOC 가맹을 요청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2~3월 중에 있을 상임이사국 총회 때 당구 종목을 대표하는 WCBS의 IOC 가맹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가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늦어도 5월 말까지는 가맹 여부를 통보해주겠다며 당구가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WCBS 일행은 당시 92년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는 어렵더라도 4년 뒤 열리는 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당구 종목의 정식종목 채택을 기대하기도 했다.

양태주 회장은 7박 8일 동안 WCBS 창립총회에 참석한 유럽 출장을 끝낸 다음 귀국하여 <빌리어즈(월간 당구)>와의 인터뷰에서 총회 참석한 내용을 소상히 공개했다. 

이렇게 당구의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한 첫걸음이 92년 1월 25일 WCBS 세계스포츠당구연맹 창립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후 WCBS는 95년 10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IASF) 가입을 거쳐 96년 7월 IOC의 2년간 임시 승인 절차를 통과하고 98년 2월 5일 마침내 IOC에 정가맹하게 되었다. 

IOC 정가맹 이후 당구는 98 방콕 아시안게임, 2001 아키타 월드게임 등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명실상부한 스포츠로 인정받게 되었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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