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의 한 당구클럽. 

한참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명가량의 고등학생들이 당구를 치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 배운 듯 서툰 스트로크로 연신 큐 미스를 내도, 맞는 공이 하나도 없이 공 사이로 수구가 유유히 빠져나가도,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중 잘 치는 학생들은 단번에 샷을 성공시키며 친구들의 환호를 받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로 선수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당구선수로 보이는 남자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당구를 가르쳐 주고 있고, 이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어른도 있다.

지금 이곳에선 면목고등학교의 당구 넛지클래스(Nudge Class) 수업이 한창이다.  
 

넛지클래스에서 당구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 빌리어즈>

서울 면목고등학교, 넛지클래스 운영
당구 수업 참여도 높아

서울시 중랑구의 면목고등학교(교장 남철주)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넛지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넛지클래스는 공부뿐만 아니라 스포츠나 음악, 미술, 기술 등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시간이다.

강압이 아닌 부드러운 선택을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넛지클래스의 취지다.

이번 여름방학 후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고 이번 학기부터 넛지클래스에 당구가 포함되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20분부터 12시까지 학교 인근의 당구클럽에서 서울시당구연맹 소속 이철암 선수가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서울시당구연맹의 이철암 선수가 아이들에게 이론부터 꼼꼼히 당구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빌리어즈>

특히 면목고등학교는 이번 당구 수업을 계기로 교내에 캐롬과 포켓볼 당구대를 각각 1대씩 설치하며 당구 수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당구클럽에서 수업을 하지만, 교내에 당구실이 갖춰지는 대로 학교에서도 당구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총 10회의 수업 동안 아이들은 당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기본 이론과 스트로크부터 회전, 당점, 두께, 분리각 등 기초 기술, 그리고 다양한 시스템도 배우게 된다.

학생들을 인솔한 박창열 교사는 “그동안 넛지클래스에서 다양한 직업과 관련된 클래스를 운영해왔다. 이번에 아이들이 당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수업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당구에 대한 이미지가 예전과 많이 달려졌고, 이미 많은 아이들이 당구장을 출입하고 있는데 막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구가 스포츠로서, 취미활동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이 건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라고 당구 수업을 진행하게 된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실습이 시작되면 담당 강사인 이철암 선수가 학생들이 부족한 점을 체크해 당구를 올바로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사진=빌리어즈>

보통 넛지 클래스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한두 번 수업이 진행되면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당구 수업은 빠지는 학생들이 없고, 오히려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최성호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당구를 쳤는데, 학교 수업 시간에 당구를 치는 기분이 새롭다. 당구는 나중에 직장생활을 할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구를 잘 치면 직장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당구 수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또한, 김성태 학생은 “2년 전에 처음으로 친형이 당구를 가르쳐 주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서 고민 중이었다. 마침 당구 수업이 생겨서 꼭 듣고 싶었다. 확실히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니까 실력이 많이 늘었다. 열심히 배워서 더 잘 치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구 수업을 진행하는 이철암 선수는 “학교에 당구대를 설치하는 등 교장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학교에서도 당구를 가르칠 만큼 사회적인 이미지가 변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넛지클래스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돼서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당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구 수업 후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면목고등학교 학생들 <사진=빌리어즈>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