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티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무승부로 본선행 불씨를 살린 허정한 <사진 = 빌리어즈>

[빌리어즈=김탁 기자] '박빙'. 첫날과 달랐다.

토브욘 블롬달(54∙스웨덴), 마르코 자네티(55∙이탈리아), 딕 야스퍼스(51∙네덜란드) 등 대회 첫날 화끈한 득점포로 세계 정상급의 위용을 뽐냈던 세계 톱 랭커들은 둘째 날, 한국에 지거나 비겼다.

6일 열린 '2017 LG U+컵 3쿠션 마스터스' 예선 2라운드에서 한국은 김행직(25∙전남당구연맹)과 강동궁(37∙동양기계), 이충복(44∙시흥시체육회) 등이 승리를 거두며 본선 토너먼트를 향한 불씨를 살렸다. 

둘째 날 경기 결과로 한국은 출전 선수 8명 중 이승진을 제외한 7명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세계 랭커들은 '랭킹 1위' 다니엘 산체스(43∙스페인)와 '베트남 간판' 응웬꾸억응웬(35∙베트남) 등 2명의 탈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6명만 남았다. 

한국 선수들이 둘째 날 경기에서 선전하면서 본선 판도에 크게 변화가 생긴 것. 첫날 흐름대로면 본선 여덟 자리 중 절반을 노리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빅 매치'에서 김행직, 강동궁이 모두 승리하고,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인 최성원(40∙부산시체육회)과 허정한(40∙경남당구연맹)이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면서 한국은 그 이상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C조와 D조에서 한국 선수끼리 본선행 티켓을 다퉈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마지막 3라운드 결과에 따라 한국은 최대 다섯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블롬달 꺾고 귀중한 1승 거둔 김행직 <사진 = 빌리어즈>

두 번의 '빅 매치' 모두 한국이 승리
극적인 무승부로 한국 당구 자존심 지켜 

A조 경기에서 김행직은 '애버리지 8.00, 연속 18득점'을 기록한 토브욘 블롬달을 40:27로 꺾었다. 

블롬달은 26이닝 동안 27점을 내는 데 그쳤다. 그나마 5점도 후구에서 올렸다. 

25이닝 동안 22점을 친 셈이다. 애버리지로 환산하면 0.88. 펄펄 날았던 블롬달이 하루 사이에 극과 극을 달린 것이다.

김행직은 몰아치지 않고 블롬달을 차근차근 눌렀다. 이런 경기 운영이 주효했다. 블롬달은 칠 게 별로 없었다. 

이충복은 응웬의 끈질긴 추격을 선방했다. 장시간 벌어진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막판에 34:31로 추격을 허용하며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충복은 지치지 않았다.

전열을 가다듬은 이충복은 27이닝부터 3이닝 동안 남은 6점을 잘 마무리했다. (40:35)

홍진표 꺾고 2승으로 조 1위에 오른 제러미 뷰리 <사진 = 빌리어즈>

B조에서는 홍진표(31∙대전당구연맹)가 제러미 뷰리(36∙프랑스)에게 아쉽게 패했고, 이승진(47∙대구당구연맹)도 살아난 프레데릭 쿠드롱(49∙벨기에)을 막지 못했다. 

뷰리는 7이닝까지 34점을 쳤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점수 차는 34:15로 크게 벌어졌다.

뷰리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던 홍진표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었다. 끈적거리는 뷰리를 무척 괴롭혔다. 

홍진표는 12이닝에서 연속 11득점하며 38:34까지 붙었다. 후구가 홍진표였기 때문에 무승부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경기였다. 

뷰리가 먼저 40점에 도달했고, 홍진표가 후구에 나섰다. 그러나 아쉽게도 무승부까지 5점 남아있던 홍진표는 부담을 덜지 못하고 후구 첫 공을 놓쳤다. 

경기는 14이닝에 40:35, 뷰리의 승리로 끝났다. 

되살아난 프레데릭 쿠드롱 <사진 = 빌리어즈>

첫날 홍진표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쿠드롱은 다시 살아났다. 이승진에게 13이닝 만에 40:10으로 승리하며 본선 무대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승진은 2패로 탈락이 확정되었고, 1승 1패를 기록한 쿠드롱은 본선행 불씨를 겨우 살렸다.

쿠드롱은 2승을 거둔 뷰리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쿠드롱은 뷰리에게 이겨도 홍진표가 이미 탈락이 확정된 이승진에게 승리하면 전부 2승 1패로 동률을 이뤄 애버리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까지 애버리지는 홍진표가 2.344로 가장 높다. 쿠드롱은 1.871, 뷰리는 1.667이다.

그밖에 비기거나 지면 탈락할 확률이 더 높다. 

산체스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한 강동궁 <사진 = 빌리어즈>

C조에서 강동궁은 산체스와 '벼랑 끝 한판 승부'를 벌였다. 세계 랭킹 1위 산체스는 강동궁에 패하면서 2패로 예선 탈락했다.

강동궁은 32:28로 앞서있던 19이닝에서 남은 8점을 모두 득점했다. 남은 후구 12점은 산체스에게 불가능한 점수는 아니었다.  

침착하게 한두 점 쌓아가던 산체스는 무려 8득점을 올렸다. 불과 4점만 치면 내일 경기까지 끌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9점째 포지션이 난해했다. 산체스는 옆돌리기를 선택했지만, 길었다.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40:36)

조재호(37∙서울시청)는 아쉽게도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39∙그리스)에게 36:40(24이닝)으로 패했다. 폴리크로노폴로스는 조재호에게 약한 선수였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컸다. 

후반전에 추격을 허용한 것이 빌미가 되었다. 2승을 거둔 폴리크로노폴로스는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고, 조재호는 3라운드에서 강동궁과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싸우게 되었다.

최성원은 경기 막판 38:38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남은 2점을 마무리하며 D조에서 본선 티켓 한장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사진 = 빌리어즈>

D조에서는 최성원과 허정한이 한국 당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최성원-야스퍼스, 허정한-자네티의 경기 모두 40:40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날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야스퍼스와 자네티에게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비록 무승부였지만,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허정한은 2라운드에서도 엄청난 공격력을 퍼부은 자네티에게 후반까지 끌려갔다. 그러나 14이닝에서 연속 6득점하며 36:33으로 허정한이 역전에 성공했다.

그냥 물러설 자네티가 아니었다. 16이닝에서 5점을 만회해 재역전시킨 자네티는 결국 40점 고지에 먼저 도달했다. 

후구에서 허정한은 침착하게 4점을 마무리하며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었다. 

2라운드에서도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준 자네티 <사진 = 빌리어즈>

최성원과 야스퍼스 경기도 막판까지 치열했다. 20이닝, 점수는 38:38이었다. 최성원은 21이닝에서 곧바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성원이 남은 2점을 신중하게 처리하면서 한국은 D조에서 본선 티켓 한 장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야스퍼스는 후구에서 2점을 가볍게 성공했다. (40:40)

'죽음의 조' D조는 두 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마지막 3라운드 경기가 더 치열하게 되었다. 

3라운드에서는 최성원-허정한, 야스퍼스-자네티가 맞붙는다.

 

◆ 예선 2라운드 경기 결과

A조
이충복 40:30 응웬꾸억응웬
김행직 40:27 토브욘 블롬달

B조
제러미 뷰리 40:35 홍진표
이승진 10:40 프레데릭 쿠드롱

C조
조재호 36:40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
다니엘 산체스 36:40 강동궁

D조
최성원 40:40 딕 야스퍼스
마르코 자네티 40:40 허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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