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본토 국가 프로 선수로 월드 스누커 투어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벨기에의 루카 브리셀 <사진 = Tai Chengzhe/World Snooker>

[빌리어즈=김탁 기자] '벨기에 에이스' 루카 브리셀(23∙벨기에)이 스누커 프로 당구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브리셀은 지난 22일 열린 '2017 에버그란데 차이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8위 숀 머피(36∙잉글랜드)를 10-5로 누르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브리셀의 이번 대회 우승은 스누커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본토 국가의 선수가 랭킹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기록이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2억 2,000만원을 획득한 브리셀은 세계랭킹 27위에서 15위로 껑충 뛰어올라 '톱 16' 안에 처음 진입했다. 

1995년생인 브리셀은 월드 스누커 투어(World Snooker Tour) 출전 자격을 갖고 있는 유일한 벨기에 당구선수다. 

벨기에는 캐롬 종목에서 프레데릭 쿠드롱, 에디 멕스 등 세계 톱 클래스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누커 프로 선수는 브리셀을 포함해 역대 4명밖에 없다.

브리셀은 우승상금으로 15만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억 2,000만원을 받았다 <사진 = Tai Chengzhe/World Snooker>

브리셀은 14살에 최연소로 U-19 유럽피안 스누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17살이던 2011년 프로에 데뷔했다.

2010년에는 '벨기에 올해의 선수상' 유망주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구 종목에서 '벨기에 올해의 선수상'을 탄 선수는 레이몽 클루망(80, 1978년 수상)과 브리셀이 전부다.

브리셀은 이번 대회 8강전에서 '더 로켓' 로니 오설리번(42∙잉글랜드, 세계랭킹 14위)을 5-4로 꺾었고, 준결승전에서는 중국의 돌풍을 잠재웠다. 

이번 대회에서 크게 활약했던 중국의 리항(28, 세계랭킹 58위)은 준결승전에서 브리셀에게 5-6으로 패해 4강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든 브리셀 <사진 = Tai Chengzhe/World Snooker>

브리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머피 압도
머피는 결정적인 실책 두 번으로 무너져

결승전 초반 1-3으로 끌려가던 브리셀은 이어진 두 프레임에서 연승하며 3-3으로 따라잡았다. 

다음 7프레임에서는 연속 53득점을 올리며 머피가 먼저 치고 나갔다.

그러나 머피가 어렵지 않은 중거리 퍼팅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면서 브리셀에게 추격의 기회를 내주었다.

브리셀은 당구대 위에 남아 있는 레드볼을 모두 퍼팅하며 52:53까지 따라잡았고, 이어서 완벽한 디펜스로 머피의 '파울 앤 미스'를 유도했다. 

머피는 네 번 만에 겨우 디펜스를 풀어내면서 벌점 12점을 헌납해 64:53으로 전세가 역전되었다. 

다시 타석에 들어선 브리셀은 침착하게 나머지 컬러볼을 퍼팅하며 77:53으로 승리했다.

프레임스코어 4-3으로 전세를 역전한 브리셀은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머피에게 좀처럼 추격의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7-5로 브리셀이 앞서있던 13프레임에서는 머피가 다시 한번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해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준우승자 숀 머피(왼쪽)과 우승자 브리셀 <사진 = Tai Chengzhe/World Snooker>

경기 후 브리셀은 "7-6과 8-5는 완전히 다르다. 13프레임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머피는 13프레임에서 연속 48득점을 올리며 52:12로 앞서 막판 추격에 발동을 걸었다.

코너 포켓 주변 쿠션에 붙어 있던 레드볼을 퍼팅하기 전 머피는 심판에게 공을 닦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심판이 레드볼을 닦고 머피가 퍼팅을 시도했지만, 레드볼이 코너를 털며 그대로 포켓 앞에서 멈춰버렸다. 

테이블 위에는 레드볼 2개와 컬러볼 6개만 남아 있었다. 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머피에게는 계속해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머피는 브리셀의 디펜스를 빈쿠션치기로 풀었다. 그런데 레드볼이 반대쪽 코너 포켓으로 빨려 들어가던 레드볼이 바로 포켓 앞에서 멈추면서 브리셀에게 역전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결국, 머피는 52:53으로 뼈아픈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브리셀은 머피의 실책에서 비롯된 두 번의 결정적인 상황을 득점으로 연결시켜 스코어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어서 브리셀은 14∙15프레임을 70:30, 61:37로 가져가며 10-5로 승리, 여러 가지 기록과 함께 우승상금 2억 2,000만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상식에서 브리셀은 "정말 놀랍다. 꿈이 실현되었다. 오설리번과 머피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너무 기쁘다. 테니스 선수 킴 클리스터스가 벨기에 테니스 발전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오늘 나의 우승이 벨기에 스누커 발전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준우승에 머문 머피는 "나는 퍼팅, 세이프티, 전술 모든 부분에서 좋지 않았다. 반면 브리셀은 오늘 나보다 모든 것이 뛰어났다. 브리셀의 우승을 축하하고, 브리셀의 성공이 더 많은 유럽 대륙의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퓌르트에서는 랭킹 이벤트 '2017 폴 헌터 클래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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