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샷하는 김보건 <사진 = 빌리어즈>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지난주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각 '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가 열린 호반체육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구 여제' 김가영(35∙인천시체육회, 국내랭킹 1위∙세계랭킹 4위)과 '당구 요정' 김보건(18∙경북당구연맹, 국내랭킹 5위)이 맞붙은 포켓 9볼 여자 선수 여자부 준결승전 테이블에 관중들의 시선이 쏠렸다. 

스코어 보드에는 7-4로 적혀 있었다. '7'자 앞에 적힌 이름은 '김가영'이 아닌 '김보건'이었다.

테이블 위에서는 18살에 불과한 유망주 김보건이 세계 챔피언 김가영을 압도하고 있었다.

8선승제. 김보건은 김가영을 꺾고 결승에 오르기까지 1승만 남겨 놓았다. 반면 김가영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였다. 

경기 기록지를 살펴보니, 첫 세트는 김가영이 승리했다. 2세트는 김보건 승, 3세트 김가영 승, 4세트 김보건 승, 이렇게 초반부터 접전이 벌어졌다. 

<사진 = 빌리어즈>
<사진 = 빌리어즈>

세트 스코어 3-3으로 팽팽하던 균형은 김보건이 깨트렸다. 김보건은 7, 8, 9세트를 연달아 승리했다. 

다시 한 세트씩 주고받아 7-4가 되면서 김보건은 마지막 한고비만 넘기면 김가영을 누르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승리를 눈 앞에 둔 김보건의 큐질이 무뎌졌다. 반면, 김가영은 '당구 여제'라는 것을 증명하듯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는 김가영이 내리 세 세트를 승리하며 결국, 7-7 동점이 되었다.

김보건에게 완전히 기울었던 승부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김보건과 김가영 모두 마지막 세트로 승부를 가르게 되었다. 

 

<사진 = 빌리어즈>

'당구 요정'에서 '당구 챔피언'으로 성장
2015년 대한체육회장배서 이미 16살의 나이로 우승

2000년생인 김보건은 초등학교 4학년인 2010년경 처음 큐를 잡았다.

당시 대회장에서 보았던 초등학생 김보건은 운동과 춤 등을 좋아하는 발랄한 10대 소녀였다. 

한국 1세대 포켓볼 챔피언 박신영은 김보건의 재능을 알아봤다. 

처음 김보건을 맡아 훈련하게 된 박신영은 "보건이는 어떤 선수보다도 더 재능이 있다. 훈련에 전념하면 지금 중국, 대만 정상급 선수들과 대등한 실력자로 키울 수 있다"라며 김보건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김보건은 3년 만에 학생부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2015년 11월 열린 대한체육회장배에서 마침내 일을 냈다.  

불과 16살의 나이로 일반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김보건은 "그때 가영 언니가 출전하지 않은 빈집을 턴 거다. 운이 좋았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대회에는 김가영을 제외한 국내 최강자가 모두 출전했다. 포켓볼을 시작한 지 5년, 불과 16살 나이의 꿈나무 선수가 우승을 할 만큼 쉬운 대회가 아니었다.

그런 김보건이 마침내 큰 산을 넘었다.

경기를 마친 김보건은 "방송 경기라 너무 떨렸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이 있지만, 정작 카메라 앞에서 경기를 하는 방송 대회 경험은 별로 없다"며 "공을 칠 때보다 자리에 앉아있을 때 더 떨렸다. 어떻게 동점이 되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라고 경기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가영 언니는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실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기겠다는 마음을 내려놨던 것이 마지막 세트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김보건은 '경험과 욕심'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경험은 무조건 많이 쌓고, 욕심은 절대로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지는 경험이든 이기는 경험이든 내가 어떻게 이기고 지는지 알아가는 것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부담을 덜고 경험을 많이 쌓아서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게 목표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큐를 잡은 지 3년 만에 '당구 요정'으로 주목을 받은 김보건이 다시 4년 후 어엿한 정상급 당구선수로 성장했다. 

김보건은 16살에 전국대회 우승한 이후 꾸준하게 성적을 올리며 국내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고, 이번에 김가영을 넘어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포켓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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