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곧 발전을 의미한다. 이전보다 더 나아지거나 수준이 높아진다는 의미의 글자 그대로의 진보가 당구의 환경에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당구 환경은 모두 진보해야 한다. 선수, 연맹, 클럽, 우리와 같은 미디어까지 시대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올해까지 모든 당구 환경은 대부분 이러한 진보의 과정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뀐 것도 있고 앞으로 바뀌게 될 부분도 있다. 또한, 바뀌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고착되어 있으려고 애쓰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진보하는 흐름은 사람의 의지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구에서 가장 먼저 진보한 것은 바로 선수였다. 선수들은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 앞서갔다.

그 대가로 당구는 국내 스포츠계에서 명실상부한 스포츠로 인정받게 되었다.

2002년 황득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당구가 진보하는 첫걸음이었다.

그 금메달 하나로 당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종목’이 되었고, 대한당구연맹은 당장 2003년부터 매년 억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도 고 김경률과 김가영, 두 선구자들의 세계 챔피언 등극은 당구를 스포츠로 인식하게 만들어 굳게 닫혀 있던 기업 후원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당구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당장 형편이 좋아진 것은 당구연맹이었다.

연맹은 매년 지원금과 후원금이 늘어났고 어느 순간 20억원 가량을 움직이는 결코 작지 않은 단체로 올라섰다.

결국, 대한체육회 정가맹과 전국체전 정식종목 등의 쾌거를 이루며 한국 체육계 안에서 당구연맹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진보는 결국 당구연맹의 재원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이 재원은 다시 선수들에게 오롯이 쓰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서는 당구연맹 임직원들이 연맹 재원을 카드깡, 차명계좌 등의 수법으로 수억원이나 착복한 것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다.
 

2002년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당구 국가대표 선수단. 당시 국가대표로 출전한 황득희(아래 줄 오른쪽 두 번째), 정영화(아래 줄 왼쪽 두 번째), 김원석(아래 줄 오른쪽 첫 번째) 등이 메달을 따면서 대한당구연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종목으로 지위가 올라갔고, 이듬해부터는 매년 억대의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구선수, 당구산업, 당구미디어, 당구클럽 등 전부 진보
당구연맹만 진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은 것은 안타까운 일

당구 산업의 진보는 이루 말할 것이 없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큐, 당구대, 가방, 장갑 등의 당구용품도 선수들처럼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비록 캐롬 한 종목에 국한되어 있지만, 한국의 브랜드들은 당구가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미디어 역시 진보했다. 당구 전문방송 <빌리어즈 TV>는 당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맞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국내 종합일간지에서 당구 전문 뉴스를 생산하며 전 국민에게 당구를 알리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좀 늦은감이 있다. 당구를 감시하고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이 많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당구의 저널리즘은 <빌리어즈>가 유일했다.

몇몇 잡지 역할을 하는 매체들이 있었지만, 협회지이거나 ‘저널리즘’으로서의 언론 역할을 하는 매체들은 아니었다.

미디어는 진보와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생긴 당구 전문매체가 부디 ‘저널리즘’과 언론의 제역할을 하는 미디어로 당구 역사에 남아주길 기대한다.

그밖에 올 12월에는 당구클럽 금연법이 시행되면서 당구 환경에 큰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이제 당구의 진보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루어졌고 또 앞으로 계획되어 있다.

다만, 아직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만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지적에도 이사회 운영에는 문제가 있고, 오랜 금전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들은 여전히 당구연맹에 남거나 붙어서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

당구의 진보는 이제 당구연맹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당구연맹의 진보는 가장 중요한 변화다. 가장 중요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타깝게도 당구계는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당구인 모두가 목소리를 내어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당구연맹의 진보가 이뤄져야 ‘당구의 진보’는 비로소 완성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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