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장애인당구협회 이중호 회장(좌)과 경기도장애인당구협회 이재관 부회장 <사진 = 빌리어즈>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누군가에게 당구대회는 그저 놀이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자 소풍이고, 때론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1년 365일 집에서 꼼짝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집 밖으로 나갈 이유가 당구라면,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 당구라면, 더이상 당구는 그냥 당구가 아니다.  

용인시장애인당구협회 이중호 회장과 이재관 부회장은 지난 몇 년간 ‘용인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총력을 다 쏟았다.

본인조차도 전동 휠체어 없인 단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당구가 그들에게 어떤 의민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지난 6년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에게 장애인과 당구, 그리고 용인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6월 8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제6회 용인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가 열렸다. <사진 = 빌리어즈>

- 올해로 어느덧 6회째 대회를 맞았다. 감회가 어떤가?

3회만 빼고, 다섯 번의 ‘용인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를 개최했다. 1회 대회 때와 지금 6회 대회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회가 될 것이다. 

- 처음 1회 대회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모든 일이 그렇지만, 돈이 가장 문제지 않겠나. 1회 대회를 기획하고 용인시에서 예산을 받기까지가 가장 어려웠다. 정말 열악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 15만 원에 당구장을 빌려서 이틀 동안 30만 원의 대관비로 첫 대회를 치렀다. 전국에서 온 선수들의 숙박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멀리서 용인까지 왔는데 소홀히 대접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대회 총예산 중 용인시장애인협회의 예산이 20% 이상 들어가야 하는데 그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이라 더 미숙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 

개회사를 하는 용인시장애인당구협회 이중호 회장 <사진 = 빌리어즈>

- 그렇게 힘들게 1회 대회를 치르고, 결국 6회 대회는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전국대회의 이름에 걸맞게 열렸다. 

체육관에서 두 번째 열리는 대회다. 3회 대회까지 당구장을 빌려서 열리다가 4회 대회 때 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아시다시피 당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체육관에서 대회를 치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예산 문제로 5회 대회를 다시 당구장에서 치렀는데, 용인시에서 가장 큰 당구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환경이나 테이블 상태 등 만족할 만한 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올해에 다시 체육관 대회를 계획했고, 용인시에서 흔쾌히 예산을 편성해 줘서 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 용인시에서 장애인 체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찬민 용인시장님이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많이 갖고 지원도 많이 해주고 있다.

지난 5회 대회 때 당구장에서 대회를 하는 걸 안타깝게 보고 다음 대회는 체육관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올해 그 약속을 지키셨다.

내년에도 미리 날짜만 알려주면 대관료도 거의 무료로 체육관을 대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시장님이 먼저 말씀해 주셨다. 

원래 개회식도 단상에서 하는 게 의례적인데, 장애인대회라고 일부러 단상이 아닌 체육관 바닥에서 개회식을 치르도록 한 것도 시장님이다.

항상 양복을 입고 오시는데, 오늘은 일부러 거리감 없이 편하게 다가오려고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오셨다. 여러모로 노력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며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하트'를 보내는 정찬민 용인시장 <사진 = 빌리어즈>

- 예산 문제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회를 치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자체로써는 전국대회를 하는 곳은 용인시가 유일하다. 앞서 말했듯이 당구대회는 시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 섣불리 이런 체육관 대회를 욕심내지 못한다.

올해도 2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전국에서 참가했다. 17개 시도 중 시도 자체 행사로 못 온 2곳을 제외하고 목포, 제주도 등 15개의 시도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이곳에 왔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장애인들 중 60% 이상이 친목 때문에 온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어디서 전국의 친구들을 만나겠나. 일 년에 한 번 소풍 나오는 기분으로 오는 거다.

장애인들이 음지에 숨지 말고 더 활발히 활동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당구만큼 장애인들에게 좋은 운동이 어딨겠나.

당구도 즐기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이 모든 것을 ‘용인시장배 장애인전국당구대회’에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참가자들한테 제일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용인 최고의 맛집을 찾아서 식사를 제공한다. 다들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좌측부터) 용인시장애인당구협회 박인수 사무국장, 경기도장애인당구협회 황종구 대회운영본부장, 용인시장애인당구협회 이중호 회장, 경기도장애인당구협회 이재관 부회장, 황연주 심판장 <사진 = 빌리어즈>

-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

사람들이 용인대회가 최고다, 재밌었다, 또 오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동안의 힘든 일이 다 잊혀진다.

집에서 잘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밖에 나와서 웃고 떠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떤 선수는 손이 없어서 발로 브리지를 만들어 게임을 하고, 어떤 선수는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6시간 동안 겨우 기어서 119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았는데 그런 몸으로 여길 온 거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안 날 수가 없다.

이사하느라 26년 만에 외출했다는 친구는 이 대회 덕분에 매년 외출할 이유가 생겼다.

가기만 하면 자는 거, 먹는 거 불편 없이 사람들과 이틀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어서 믿고 온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 대회는 그냥 당구대회가 아니다. 장애인 선수에게는 희망이며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모처럼 열린 전국당구대회 개회식에 모인 장애인 당구선수 및 동호인들 <사진 = 빌리어즈>

- 용인시장배 장애인전국대회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당구대회에 앞서 실버대회를 함께 개최했다. 비록 함께 대회를 하진 않았지만, 서로 지켜보고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어울림대회'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스포츠 중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란히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종목은 당구밖에 없다. 앞으로 ‘용인시장배 장애인전국당구대회’도 어울림대회로 치를 예정이다.

이번 시니어 부문을 추가한 것도 어울림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추후에는 시니어 선수와 장애인 선수가 한 팀을 이뤄 대회를 치르는 것도 기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수한 장애인 선수를 육성하는데 힘쓸 것이다. 유명 당구선수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장애인당구대회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용인시장배 장애인전구당구대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찬민 용인시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위해 애써준 관계자들, 자원봉사자들, 운영위원들, 심판들에게 무척 고맙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 본 기사는 당구전문잡지 <빌리어즈> 2017년 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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