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꿈나무 육성 구장 인증 및 지원,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나와

[빌리어즈=김주석 편집장] 한국 당구가 세계 정상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당구장 문화가 누구나 쉽게 당구를 접할 수 있도록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92년에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이후 당구장은 선수 육성의 요람이 되어 당구클럽에서 고 김경률, 최성원, 김가영, 차유람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구클럽이 점점 당구선수를 육성하는 요람으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기 위해 꿈나무들은 주로 당구클럽에서 연습을 하면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2012년에 개최된 학생 당구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중고당구대회. 대한중고당구연맹이 회장 공석인 상태로 수년 동안 표류하고 학생 선수 육성을 위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당구선수 출신 당구인들이 사비로 유망주를 발굴,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당구선수 출신 운영자들 자비로 꿈나무 육성 지원

몇 년 전에 수원의 매탄고, 서울의 배명고, 상명고, 환일고 등의 학교들이 교내에 연습실을 갖춘 당구부를 창단했지만, 사후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매탄고를 제외한 다른 학교들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당구클럽에서 학교로 연습장을 옮겼던 학생 선수들은 다시 당구클럽으로 돌아왔다. 학생 선수들이 학교에서 연습하던 때에도 당구클럽을 훈련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당구클럽에서 교외 훈련을 하며 성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것이 학생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 선수들의 교외 훈련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당구클럽이 있었다.

유니버설코리아의 박석준 대표가 운영하던 준당쿠클럽에서는 정영화, 김웅대, 차유람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포켓볼 선수들을 배출했다.

수원의 유플러스당구클럽은 김행직, 김준태, 조명우 등의 유망주들이 연습을 했고, 동대문의 박중석 씨가 운영하는 시저당구클럽은 김홍균, 김희철 등의 포켓볼 선수를 비롯해 유망주 박혜란을 배출했다. 그 외에도 학생 선수들은 여러 당구클럽에서 훈련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학생 선수들의 훈련을 지원하는 당구클럽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은 대부분 자비로 선수들에게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면 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코치에게 주기도 하지만, 학생 선수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재능이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운영자들이 그 몫을 안고 가야 한다.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유망주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의 지원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아직도 큐를 잡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당구인이 운영하는 당구클럽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중석 대표(가운데)는 꿈나무들의 훈련장을 운영하고 있다. 좌측이 박혜란 선수 <사진 = 빌리어즈>


임대 재계약 다가오면 운영자들 부담 커져… 꿈나무들 훈련장 잃을 위기에 놓여

이런 상황에서 당구클럽의 재계약이 다가오면 운영자들의 부담은 배가 된다. 건물주가 보증금 외에 웃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아예 재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월세를 많이 올리게 되면 어린 학생 선수들을 책임져야 하는 당구인 클럽 운영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애들을 내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애만 태운다. 

최근 시저당구클럽의 박중석 씨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십수 년을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당구클럽을 하면서 여러 당구선수와 유망주를 배출한 박중석 씨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올해 말까지만 영업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중석 씨는 현재 운영 중인 시저당구클럽에서 대학생인 박혜란(강원도당구연맹) 선수를 훈련시키고 있다.

박혜란 외에도 여러 명의 꿈나무들이 박중석 씨의 지도 아래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12월 이후에 계약이 해지되면 장소를 옮겨서 당구클럽을 신설해야 하는데, 이윤이 크게 남지 않는 현 상황에서 권리금까지 다 날리고 새로운 당구클럽에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결국, 매월 학생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지원을 해줘야 하는 운영자들의 클럽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어린 꿈나무들은 훈련할 곳마저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당구 꿈나무 육성 구장’ 인증하여 지원, 관리해야… 학생 선수 육성 클럽 지원책 마련 시급

학교체육의 시스템이 당장 갖춰지지 않은 당구 종목은 꿈나무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당구인 출신의 당구클럽 운영자들이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마저 당구클럽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큐를 놓고 진로를 바꾸게 되는 학생 선수들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까지 당구인들이 운영하는 당구클럽은 운영의 목적이 단지 이윤추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당구인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국 당구의 발전을 위해 꿈나무를 발굴하고 유망주를 육성하여 세계적인 당구선수로 키워 왔다.

십수 년의 결과를 놓고 보면, 그저 훌륭한 당구선수로 성장해주기만을 바랐을 뿐 운영자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선배 당구선수로서, 당구인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책임을 다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에서 학생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구 꿈나무 육성 구장’을 인증하여 어린 학생 선수들이 마음 놓고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

당구연맹은 선수 육성 구장을 주기적으로 관리하여 양질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학생 선수들을 육성하는 당구클럽이 재계약 시즌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연맹 차원에서도 지원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당구 종목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교체육과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이 전무한 현실에서 당구선수 출신들이 운영하는 당구클럽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마저도 힘들어진다면 유망주를 발굴하지 못한 결과로 10년 후 또 다른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학생 선수 한두 명이 훈련장을 잃고 큐를 놓게 되겠지만, 이렇게 마냥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는 결국 당구 종목 자체가 갈 곳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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