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션 이익 창출 후 독점'과 같은 이유로 갈라지면 프로화 성사는 어렵다

3쿠션을 프로화하겠다는 이들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등장했다. 전례 없는 흥미로운 일이다.

3쿠션의 프로를 시도하는 이들은 현재까지 세 분류다. 규모도 꽤 크다. 최소 수십억원 규모다.

모 중견 기업, 당구 관련 기업, 유능한 사업가 등 다양한 이들이 3쿠션을 프로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3쿠션의 프로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나눠진 세 분류의 인프라가 융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는 ‘내가 다 한다, 나 중심으로’라는 독점 패러다임 때문이다. 

과거에는 프로를 하겠다는 도전이 이렇게 나누어져 있지는 않았다. 아니, 나뉠 수가 없었다.

기업 한 군데의 후원 유치도 어려운데 한 번에 여러 명이 프로를 하겠다고 나타날 수가 없었다.

마치 지난해 있었던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초대회장 선거를 보는 듯하다. 당시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당구인들이 측근의 인사들을 여러 명 섭외하면서 초호화 캐스팅이 성사되었다.

이번 프로 사건 역시 초호화 캐스팅이다.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당구계 내부의 몇몇 사람들은 “돈 많은 기업, 힘 있는 유력 정치인만 섭외하면 3쿠션을 프로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유력자를 이용하여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이 프로를 만들어서 당구계를 장악해야 한다”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다소 유치한 발상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아무리 당구의 프로 열풍이 불어 좋은 사람, 좋은 기회가 온다고 해도 이러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내가 해야 된다’라는 착각에 빠져 있으면 프로는 성사되기 어렵다.

과거 당구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프로를 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3쿠션 프로화의 세 분류 중 적어도 두 분류는 새로운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당구를 위해 한번 일을 해보겠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이런 기류는 긍정적이다.

당구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기는 하다. 당구 인프라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언젠가 그 인프라를 통해 많은 당구인들이 꿈꿨던 프로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구계에도 분명히 숨어있는 실력자들이 있다. ‘뭐든지 나 중심으로’라는 패러다임에 고착된 당구계 환경 때문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통할 수 있는 채널만 마련되어도 당구계를 위해 열심히 일할 인물들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이 가진 재능과 인프라를 서로 융합하면 머지않은 때에 프로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한국 당구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참고할 만한 미국의 사례가 있다.

올해부터 미국에서는 WPS 월드 풀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스누커나 포켓 9볼에 비해 토너먼트가 적은 포켓 8볼 종목을 프로화하는 투어다.

이 투어를 만든 이는 다름 아닌 포켓 9볼 세계 챔피언인 현역 선수 대런 애플턴이다. 애플턴 중심으로 거의 모든 포켓볼 선수들이 8볼의 활성화를 위해 뭉쳤다. 

애플턴은 시모니스 살룩, UNILAD, 빌리어즈 다이제스트, 카무이, 몰리나리, 프레데터 등 많은 스폰서를 규합해 연간 5억여 원의 상금을 만들었다.

왕중왕전까지 연간 총 4번의 투어가 열린다. 5억원이면 월드컵 1회 치를 정도의 사업 규모에 불과하다. 애플턴은 5억원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스누커처럼 연간 수백억원의 상금이 걸리는 날까지 계속 상금을 늘리면 명실상부한 프로가 된다는 계산이다.

우리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아무리 수십억원이 모여도 세 갈래로 갈라져 있거나, 투어의 규모 확장 외에 ‘프로모션 이익 창출 후 독점’과 같은 다른 목적을 두고 끼리끼리 하려고 한다면 프로는커녕 WPS와 같은 투어조차 만들기 어렵다.

셋이나 넷으로 갈라지지 말고 뭉쳐서 WPS와 같은 투어 하나부터 만드는 것이 프로화의 첫 단추다. 한국 실정에서 당구가 프로화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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