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의 개념을 이해하고 훈련하기 위한 연습 도구 '트윈볼' <사진 =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모든 발명은 필요에 의해 시작된다. 전기도, 전화도, 자동차도 모두 필요에 의해 발명되었고, 지금은 그 존재가 너무나도 당연하다.

당구를 좀 더 잘 치고 싶었던 한 남자는 두께 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 도구가 필요했다. 결국 그 필요는 직접 연습 도구를 제작하기에 이르렀고, 두 개의 공이 붙은 기존에 없던 요상한(?) 모양의 공이 탄생했다.

그리고 ‘트윈볼’이라 불린 그 공이 드디어 그의 연습실을 벗어나 세상에 공개되었다. 

(주)트윈볼코리아 박도준 대표 <사진 = 빌리어즈>

- 트윈볼의 정체가 궁금하다. 

간단하다. 당구공 두 개를 붙인 것이다. 당구 연습의 가장 기본인 두께의 개념을 이해하고 훈련하기 위한 연습 도구이다. 

- 생긴 게 재미있다.

빨간색과 회색의 두 개의 당구공이 붙어 있는 모습인데, 빨간색 공은 목적구, 회색 공은 고스트 볼로 이미지 공이다. 빨간 공에는 1/8, 2/8, 3/8, 5/8, 6/8, 7/8 등 다양한 두께가 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고스트 볼을 이용해 정확한 두께 연습을 할 수 있다. 

- 이렇게 두 개의 공을 붙인 이유가 있나?

선수들도 공을 겨냥할 때 공 앞에 이미지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지 공은 실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이 어렵다.

하물며 이제 막 당구에 입문한 초보들은 이미지 공 자체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두께 연습용 목적구 앞에 이미지 공, 고스트 볼을 붙여 놓은 것이다. 

- 트윈볼을 발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도 당구를 쳐본 적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려면 당구는 배워놔야 할 것 같아서 작년에 대학생이 된 아들을 당구클럽에 데리고 갔는데, 아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당구에 빠지면서 트윈볼까지 발명하게 된 거다. 

대대 3쿠션에 제대로 재미를 붙인 내가 집에 대대까지 설치하면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아무리 연습을 해도 뭔가가 잘 안 됐다. 심지어 멀리 있는 공의 두께 연습을 위해 당구대 끝에 공을 붙들어 매 놓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대로 연습이 되질 않았다. 그러던 중에 두께를 원하는대로 맞힐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려면 에이밍 연습에 필요한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트윈볼이었다. 두께 표시가 된 목적구 앞에 이미지 공이 있으면 정확한 두께를 겨냥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트윈볼은 어떤 원리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빨간색 목적구에 흰색과 검은색의 선이 표시되어 있다. 흰색 선이 4/8, 즉 1/2 두께로 가장 기본이고 그 선을 중심으로 1/8, 2/8, 3/8, 5/8, 6/8, 7/8 등 다양한 두께를 연습할 수 있다.

고스트 볼을 앞에 두고, 빨간색 공의 보이는 선 만큼의 두께를 연습할 수 있다. 목적구에 표시된 두께를 고스트 볼을 이용해 조정하고, 내 수구로 고스트 볼을 100%로 겨냥한 후 치면 된다. 아주 단순하다. 

- 발명이라고 하면 무척 거창한데, 원리는 단순해 보인다. 

그동안 발명을 오래 해왔는데, 구성요소라는 게 있다. 구성요소가 많은 것보다 한 가지인 게 훨씬 강력하다.

트윈볼은 공 두 개를 붙이는 단순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다른 방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그 쓰임이 다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트윈볼의 특허출원과 PCT국제출원도 끝났다. 

- 트윈볼을 발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원리는 단순한데, 정확한 두께를 표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단히 생각해서 공 자체를 일정하게 등분하면 될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일반적인 계산법으로는 두께를 도출할 수 없었다. 고스트 볼의 접선과 맞물려 특별한 계산법이 필요했다.

접선과 각도를 찾을 수 있는 수식이 필요했고, 그 수식을 도출해 내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원하는 각도로 접점을 찾았고, 접점을 기준으로 원을 그려 정확한 두께를 에이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많은 사람들이 두께 연습을 하면서 당황한다. 아무리 가르치는 사람이 절반 두께, 1/4, 1/8 두께를 맞히라고 해도 정확한 두께를 겨냥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맞다. 내가 느꼈던 그 절실한 필요가 결국 트윈볼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주 초보부터 중상 이상의 실력자들도 유용하게 트윈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공장 한쪽 구석에서 트윈볼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직원들의 모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이게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나처럼 트윈볼이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 

- 본인이 직접 트윈볼을 사용해본 소감은 어떤가?

도움이 많이 됐다. 막연하게 “이만큼일 거야”라고 생각했던 두께를 정확하게 연습하니 실제로 게임에서도 두께가 정확해졌다.

세리 연습을 할 때도 공 두 개를 계속 모으는 게 어려운데, 초보의 입장에서 두 개의 공이 계속 붙어 있으니 스트로크를 다양하게 연습할 수 있어 좋다. 

- 트윈볼이 두께 연습 말고 다른 연습에도 유용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주 기능은 두께 연습이지만, 세리 연습에 필요한 스트로크의 힘 조절과 균형잡힌 스트로크를 위한 스트로크의 좌우편향 연습도 할 수 있다. 두 개의 공을 동시에 타격하면 두 공이 똑같은 각도, 똑같은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분명 어느 한쪽으로 힘이 치우쳐 있다는 소리다. 트윈볼의 두 공 중앙을 타격하면 힘이 쏠린 방향으로 공이 돈다. 균형 잡힌 타격을 연습하기에도 아주 유용하다. 또한, 트윈볼 두 개를 각각 1적구와 2적구로 생각하고 얇은 두께를 맞히는 연습도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두 공이 붙어 있어서 수구에 맞은 1적구가 밀리면서 2적구가 같이 도망가기 때문이다. 트윈볼로 연습을 충분히 하면 진짜 게임에서는 휠씬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트윈볼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당구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 그리고 당구를 배우시는 어르신들이 두께를 이해하고 연습하는데 트윈볼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당구클럽에서는 당구를 가르쳐 달라는 손님들에게 트윈볼을 이용한 간단한 방법과 원리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손님이 스스로 연습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구장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다. 

마차를 타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비싼 장난감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것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트윈볼이지만, 훗날 당구연습에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으로 당구 깊숙이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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