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구 132년 역사상 올해만큼 중요하고 복잡다단한 해도 드물었던 것 같다.
 
특히 정부의 체육정책의 일환으로 대한체육회 산하의 엘리트 체육과 국민생활체육회의 생활체육이 하나로 통합되어 새로운 단체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당구계도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가 통합의 어려운 진통 끝에 어렵사리 사단법인을 이루고 대한당구연맹의 새 단체로 등록되었다. 
 
이 통합의 길에는 너무나 난관이 많았고, 당국의 통합설립기획단조차 당구 단체의 통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 중의 가장 큰 것은 비리와 내분이다. 통합추진위원회 구성과 해산총회가 당국이 정한 통합 시한 직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당구는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되기 일보 전까지 오게 되었다.
 
이 아슬아슬한 찰라에 본지에서 나서 반대측 대의원들을 설득함으로써 전국당구연합회의 해산총회가 성사되고 당일 대한당구연맹측과의 역사적인 통합총회가 이루어져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새 단체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일련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지난 8월 1일 (사)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가 실시되어 당구 역사상 처음으로 유력한 4명의 후보자가 경선을 한 결과 현재의 회장이 선거인단의 다수 지지를 받아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선거 기간 중 후보자들이 내건 선거공약은 참으로 화려했고, 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도 많이 있었다.
 
물론 당선된 회장의 선거공약도 그대로 실현이 된다면 당구계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회장 선거가 끝난 지도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아직 짧은 이 기간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바란다는 것은 어렵지만, 해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당구인들에게 기대를 줄 수 있는 큰 틀의 그림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대한당구연맹이 새롭게 독자적으로 시작하였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아직 없다.
 
회장 당선 후 개최된 구리 세계 3쿠션 월드컵은 구 연맹과 구리3쿠션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만들어 넘겨 준 것이고, 10월의 전국체전이나 국토정중앙양구대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사업들이다.
 
많은 당구인들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당구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이 이루어져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옛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사업들도 앞으로는 연맹의 재정과도 관련되는 것이므로 문체부의 지원금(직원급여, 운영비, 경기력향상지원비 등)이 끊어진 상태에서는 새해의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마당에 회장의 선거공약에서 내세웠던 소외 종목인 포켓볼과 스누커 등의 종목 활성화나 또다른 공약의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지난 10년간 수원에서 6회, 구리에서 4회 개최되어 한국의 당구를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린 3쿠션 월드컵이 그 맥을 이어 내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구리시에서 연속 개최의 신호를 주었으나 대한당구연맹 측에서 이를 마다하고 굳이 청주에서의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하다가 청주시장의 재판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 결과가 나옴으로써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잘못하면 10년 연속 개최의 찬란한 업적이 이번 회장대의 첫 해에 저지되어 당구계에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
 
만약 내년에 한국에서 3쿠션 월드컵이 개최되지 못한다면 한국 당구의 자존심에 엄청난 먹칠을 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상승의 기운을 타고 있는 한국 당구의 발전에 큰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3쿠션 월드컵의 연속 개최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새 회장이 통합단체 대한당구연맹의 수장(首長)으로 선출된 후 현재까지 기대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당구계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행정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구리당구월드컵이 끝난 지가 3개월이 되었는데도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급기관에 민원이 제기되어 있는가 하면, 특히 스포츠공정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을 연발함으로써 당구인들의 의구심과 빈축을 사고 있다.
 
당구인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지만, 연맹 직원들의 공금횡령 비리에 대하여 문체부의 중징계 지시를 계속 경징계로 항명하다가 2분기에 이은 3분기 지원금도 전액 삭감되고 4분기마저 받지 못하게 되었으나 다시 정직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항명의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표시하였다.
 
연맹이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 문체부 관계자의 말로는 새해에도 대한당구연맹에 대한 지원금은 없다고 한다. 이 일의 결말은 당구계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선거 당시에 입후보한 4명의 인물들은 모두 당선시켜 차례로 회장을 맡겼으면 좋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말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선택된 회장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특히 당구인이 아닌 비당구인을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것은 당구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영역의 부분까지 성취시켜 주기를 바라는 당구인들의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당구인인 지금의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클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경선 결과 탈락한 나머지 두 분의 비당구인 후보자를 지지한 당구인들의 기대까지 다 충족시켜 주어야 할 책임까지도 느껴야 하는 것이다. 
 
대한당구연맹 창립 후 19년간 10대 회장을 맞기까지 8명의 회장 중에서 4명이 비당구인이다. 3대 유태성 회장은 부산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6, 7대 이유병 회장은 수원 3쿠션월드컵을 무려 6회나 유치해 한국 당구를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으며, 8, 9대 장영철 회장은 한국 당구의 글로벌화에 기여하였다.
 
따라서 모든 당구인들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하나로 통합되어 사단법인화한 대한당구연맹의 초대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기대를 받고 있는 회장이 당구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당구를 발전시키기는커녕 당구를 후퇴시키거나 퇴보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회장의 당구를 위한 노력에 1000만 당구 동호인들과 당구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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