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숫자 놀음이다.
 
이 숫자 놀음은 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결국 이 숫자와 돈이 스포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스포츠 팬들이나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는 스폰서들에게 자신들의 관심과 지원이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종목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얼마나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 결과로 스폰서에게 지원 이상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많은 숫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 숫자를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 스포츠가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팬이든, 집에서 인터넷과 TV로 시청하는 시청자든, 얼마만큼의 숫자를 채울 수 있느냐가 마케팅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어떻게 숫자를 채울 것인가 하는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통의 관심사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바로 ‘대접받는 선수’를 대중 앞에 보여주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가 얼마나 대우를 받느냐, 얼마를 벌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관심을 받는 기준으로 평가되고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 팬의 관심이 모이는 종목에 앞서 말한 그 숫자가 채워지게 된다.
 
청춘을 바치는 것에 대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도전을 지속할 수는 없다. 비인기 종목에서 점점 유망주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전하는 사람이 없는 스포츠는 도태되고 끝내 그저 너도나도 즐기는 ‘오락’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스포츠의 흥망은 청춘을 바친 유망주와 선수들에게 얼마나 대우를 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타이거 우즈나 메시가 연봉 3천만원을 받는다면 과연 언론이나 팬들이 ‘스포츠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들을 대우할까. 메이웨더의 대전료가 500만원에 불과하고 조코비치의 U.S. 오픈 우승상금이 고작 몇천만원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더 이상 ‘스포츠 스타’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골프, 축구, 야구, 테니스, 복싱 등의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 대우를 위해 고비용 지출을 아깝게 생각하여 선수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몸값을 주는 정도에 그친다면 그저 땀 냄새 나게 뛰어다니거나 적당히 즐기는 이벤트 정도로 인식하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당구는 과연 어떤 위치에 놓여 있나. 골프나 축구, 테니스 등과 같은 대형 프로 스포츠 종목에 못지않게 당구도 직접 치는 것도 재미있고 보는 것도 즐거운 스포츠 종목이다. 그런데 당구는 갖지 못한 숫자를 대형 프로 스포츠 종목은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스포츠 팬과 스폰서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최소한의 장치도 당구에서는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형 프로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한 골프, 테니스, 축구 등에 비해 당구가 ‘오락’ 수준의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숫자와 돈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 종목의 흥망을 좌지우지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보편화된 진리이고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비인기 종목들은 자본시장에 어떻게 편입되어 갈 수 있을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단지 즐기는 것에만 만족하고 숫자와 연결된 다른 한 축을 찾지 못한 종목은 그 이상 관심과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당구는 지금, 그 과도기에 있다. 숫자와 직접 연결시키는 중간 성장단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구의 흥망’을 쥐고 있는 열쇠를 ‘숫자를 채울 당구선수’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당구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원조 유럽을 넘어서 세계 최대 3쿠션 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조차 이런 풍토는 별반 다르지 않다. 선수들이 그저 당구를 원 없이 치게 해주고 적당히 대우를 해주면서 자기 사업에만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풍토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다.
 
엄밀히 말하면 당구 종목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선수에게 적당히 대우’ 하는 잘못된 풍토는 3쿠션 종목에만 국한된다. 
 
스누커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백억원의 상금을 받아가는 선수들이 생기도록 제대로 된 스포츠 시스템을 적용하여 프로 스포츠 종목화에 성공했고,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포켓볼도 스누커보다는 적지만, 억대의 상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여 발전시켰다.
 
3쿠션만 성장이 한참 더디다. 이미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한국을 중심으로 우승상금 3천만원, 5천만원 등의 세계대회가 개최되고는 있지만, 세계 최고의 프로 선수들이 모여 우승상금 5천만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는 다른 당구 종목만 놓고 비교해봐도 아직도 한참 초라해 보인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3천만원 짜리 대회로 3쿠션 확산을 기대하려면 과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3쿠션 최대 상금인 7천만원의 상금이 걸렸던 LG U+ 3쿠션 마스터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3쿠션이 스폰서의 힘을 받아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이권과 대립하고, 비전문적인 행위와 비현실적인 계획을 내세워 스폰서를 상대하면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당구계의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시스템과 인력풀이 고착된 현재 3쿠션 종목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계자뿐만 아니라, 선수, 학부모, 업체 관계자 등 당구인 모두가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당구를 돋보이게 만들어 더 많은 마니아를 유치하고 스폰서들이 인정하는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필수적인 과제는 선수를 선수로 대우하고 그들에게 억대의 상금을 줄 수 있는 대회, 관계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지원금이 들어가는 대회가 아닌 ‘오롯이 선수에게 상금으로 돌아가는 대회’를 만드는 것이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