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빌리어즈=안소영 기자] 2014년 2월 2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 50분이었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아직 탑승 수속은 시작이 안 된 상황이었다.

새벽부터 출국을 위해 공항에 나온 사람들은 탑승 수속을 기다리며 긴 줄을 서 있어서 공항은 평소보다 더욱 혼잡한 분위기였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잠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어느새 중국 심천 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중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중국은 참 가까운 나라다.

한국에서는 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아서 추웠지만, 광저우는 비행기에서 나오는 순간 한국에서 입고 간 두꺼운 외투가 갑갑하게 느껴질 만큼 여름이 코앞에 다가 와 있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2014 광저우 국제당구박람회(GBE 2014)가 열린 칸톤페어 컴플렉스에 도착했다.

야외에 있는 주차장에서 박람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 있었지만, 모두 보안을 이유로 폐쇄해서 먼 길을 걸어서 정문으로 가야 했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공항 보안 검색 못지않은 보안 검색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은 대외적인 행사에서는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

라슨 빌리어드 부스
빌킹 부스
롱고니 부스
메쯔 부스

GBE 2014는 3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박람회장인 칸톤페어 컴플렉스 안에는 여러 개의 박람회 전시장이 있기 때문에 서너 종류의 박람회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이번에도 장난감, 게임기 산업 등의 박람회가 다른 관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한 종류의 ID카드가 있으면 다른 박람회 관람도 가능해서 다른 산업의 현황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 시간과 체력이 남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당구용품 박람회 전시장에 처음에 들어서자마자 역시 거대한 테이블 부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중국의 라슨(Rasson)과 센더(Shender) 브랜드의 테이블이 좌우에 마주 보고 있었는데, 지난해와 달리 싱파이(Xingpai)와 얄린(Yalin)사의 테이블 부스는 보이지 않는 점이 의외였다.

전시장 중앙으로 가니 세계의 주요 큐 회사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유니버설을 비롯하여 메쯔, 아담, 버펄로, 브런스윅, 프레데터, 몰리나리, 롱고니 등의 세계 각국의 큐 회사들이 부스를 설치하여 전시와 홍보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볼텍코리아, 빌플렉스, 빌킹코리아 등이 참가하여 부스를 열었다.

한국 참가 업체들은 큐 수리 및 손질을 시범보이면서 각종 용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국 업체들은 캐롬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그런지 국내에서의 관심에 비해 규모가 작게 운영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이번 GBE 2014에서 국산 당구공 메이커인 다이아몬드볼이 센더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다이아몬드볼이 값싼 중국산 당구공과 품질을 인정받은 살뤽의 아라미스볼 사이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를 볼지 기대가 된다.

볼텍코리아 부스
이완시모니스, 아라미스 부스
프레데터 몰리나리 부스에 설치

전체적으로 중국은 아직 스누커가 강세임을 한눈에 봐도 느낄 수 있었다.

부스의 60% 정도가 스누커 종목의 부스였고, 그에 이어 35% 정도가 포켓볼의 부스였다. 나머지 5%만 캐롬과 기타 종목의 부스였다.

가브리엘테이블 부스에서는 코줌코리아의 오성규 대표가 3쿠션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낯선 3쿠션을 보는 중국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3쿠션과 한국 당구가 조금이나마 더 알려지고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점은 당구용품 이외에도 한국의 스크린골프 기계 업체가 부스를 만들어 놓고 상품을 홍보하고 있어서 약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쪽에서는 한때 TV 예능 프로그램에‘왕발통’으로 소개되었던 세그웨이를 전시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여러 유럽 및 미국의 당구용품 메이커들이 중국 시장 및 해외시장을 겨냥하여 부스를 만들어 놓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아직 생소한 브랜드들이 많아서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여러 대만 및 중국 용품 회사들도 열심히 노력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타 제품과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부스와는 별도로 올해에는 많은 한국 당구계의 업자들이 박람회를 찾았는데, 여러 외국인에게 한국인이 많아서 놀랍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내년에는 박람회 내에 한국관을 따로 차리자는 얘기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오고 있었고, 그것이 실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람회 중간에는 중국 광둥 스누커 리그 미디어 인터뷰가 있었는데,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땅덩어리만큼 당구 시장의 규모가 커서 메리트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캐롬의 재미를 중국인들도 알게 되어서 스누커, 포켓, 캐롬의 큐 스포츠가 같이 발전하면 세계 당구 시장의 활성화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GBE 2014에서 만난 여러 사람과 얘기해 보니, 이제 GBE는 유서 깊은 미국의 BCA 당구박람회보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GBE 역시 3~4년 전과 비교하면 부스와 관람객 수가 줄어든 것 같아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용품들도 준비하고 발전하여서 세계 당구 시장에서 한국의 브랜드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센더 부스
광둥 스누커 대회 기자회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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