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직 선수 ⓒ KIM JU SEOK

주니어 세계 챔피언이었던 김행직은 지난해 대회 중에 쓰러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 경과가 좋아서 얼마 뒤 복귀에 성공했지만, 그의 경기를 지켜본 동료들은 이전보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한국 3쿠션 최고의 기대주로 장래가 촉망받던 김행직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김행직이 4월에 열린 두 번의 전국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 김행직에게도 기쁜 일이지만, 그를 응원하던 이들에게도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 당구는 다시 진주를 얻은 셈이다.


갑작스러운 활약에 많은 팬들이 놀랐다.

나도 놀랐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믿을 수 없다. 이번 일로 욕심을 버려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대회에 출전하면서 우승 욕심 안 나던가?

나는 아직 실력이 한참 모자란다. 워낙 선배들이 잘 치니깐 그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운 좋게 우승을 하게 된 거다.


한 번이면 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번이나 우승하지 않았나?

당구는 어느 정도 승운이 따라야 한다. 이번에 그걸 절실하게 느꼈다. 양구에서 진짜 운이 좋았던 경기가 있었다. 64강에서 박흥식 선수와 만난 경기였다.


아, 승부치기에 두 번이나 갔던 그 경기 말인가?

그렇다. 35:35로 경기가 끝나서 승부치기에 돌입했는데, 내가 선구에 나와서 3점밖에 못 쳤다. 나는 운에 맡기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박흥식 선수가 4점만 쳐도 내가 탈락하는데, 3점을 쳐서 동점을 만들고 마지막 4점이 정말 아깝게 빗나갔다.


두 번째 승부치기도 3:2로 끝나지 않았나?

내가 두 번째 승부치기에서도 선구에 나와서 3점밖에 못 쳤다. 박흥식 선수가 후구에서 2점을 치고 3점 째에서 1cm 차이로 빗나가고 말았다. 나로서는 정말 운이 좋은 경기였다.


양구에서 보니깐 시간이 가면 갈수록 플레이가 더 안정적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장 분위기나 테이블에 적응할 수 있으니깐 더 플레이가 안정적이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당구는 정말 멘탈이 중요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전주 결승전과 양구 결승전이 패턴이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전주에서도 초반에 내가 리드하다가 허정한 선수에게 동점, 역전을 허용했고, 그 뒤에 내가 다시 동점, 역전하면서 이겼다. 양구에서의 결승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초반에 8점을 치고, 그 다음에 15점을 맞았을 때는 어땠나?

처음에 13:1로 리드하고 있다가 갑자기 15점을 맞고 나니깐 힘이 쭉 빠졌다. 그런데 동생 태관이가 내가 1점씩 칠 때마다 혼자서 계속 박수를 쳐주었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힘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생의 응원이 언제 가장 큰 힘이 되었나?

후반에 7점 쳐서 다시 역전했을 때하고, 다시 역전당해서 흐름이 조치연 선수에게 넘어가려는 타이밍이 있었다. 그때 하이런 10점을 쳤는데, 동생의 응원이 가장 고마운 순간이었다.


아들 둘을 당구선수로 키운 아버지는 우승 소식을 듣고 반응이 어떠셨나?

동생이 양구 결승전 경기에서 실시간으로 아버지에게 카톡 중계를 했다. 아버지는“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너무 기뻐하셨다. 부모님이 기뻐하시니 나도 뿌듯하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번 2연속 우승으로 일반부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는데, 당구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이런 영광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앞으로 몸 관리 잘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당구팬 여러분에게 더 좋은 경기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못 뵙더라도 TV를 통해서 경기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고 항상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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