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연 ⓒ LEE WOO SUNG

어느 날 갑자기 국내 랭킹 1위가 바뀌었다. 그가 우승을 했다고 떠들썩했던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월드컵이나 해외대회에서 입상을 한 소식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야금야금 순위를 올리던 그가 어느새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선수도 제치고, 국내 대회에서 몇 번씩 우승을 한 선수도 제치고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드디어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것 축하한다.

고맙다. 나도 갑자기 순위가 1위까지 올라서 놀랐다.


이유를 알고 있나?

작년에만 준우승 두 번에, 3등을 여섯 번이나 했다. 그렇다 보니 랭킹이 조금씩 오른 것 같다. 나름 랭킹 관리가 잘 된 것 같다.


맞다. 최근 6개 대회에서 5번 입상을 했다. 그것도 4강 이상에만. 이렇게 대회마다 꾸준히 입상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의도한 일인가?

입상이야 항상 의도한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지 않나.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당구 시합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불과 2년 정도다. 그전에는 당구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서 거의 당구대회에 출전을 못 했었다.

당구선수로서 올인하고 싶어서 당구클럽을 정리하고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11개의 전국대회에서 연속으로 8강 이상 입상을 하게 됐다. 그 덕분에 지금의 랭킹이 만들어진 것 같다.


갑자기 잘 운영하던 클럽을 접고 당구선수로서 살기로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가?

그전까지는 시합에 나가고 싶어도 생계 때문에 클럽 운영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좀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당구선수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당구연맹 정기평가전은 항상 출전하기 때문에 서울연맹에서의 랭킹은 어느 정도 순위가 되는데 전국대회에서의 성적이 없으니 전국 랭킹이 거의 482위 정도였다.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치연 ⓒ LEE WOO SUNG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대회 출전을 하기 시작했나? 성적은 어땠나? 나오자마자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나?

선수 등록은 2006년에 했는데,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회 출전을 시작했으니 제대로 선수생활한 지는 이제 2년 정도 됐다. 다행히도 첫 대회에서 바로 입상을 했다. 덕분에 자신감이 좀 붙은 것 같다.


아마추어로 대회에 출전해서도 제법 이름을 날렸다. 조치연, 하면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이름이었다고?

아마추어로 활동할 때부터 대회에서 입상을 제법 했었다. 입상을 제일 많이 한 동호인이라고 하더라. 동호인으로 있었을 때 목표가 핸디 30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핸디 30점을 만들면 정식 당구선수로 등록할 계획을 남몰래 야무지게 세우고 있었다. 정말로 핸디 30점을 채우자마자 바로 선수 등록을 했다.
 


아마추어로서도 명성을 얻을 만큼 얻었는데, 굳이 직업까지 관두면서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서른세, 네 살 때쯤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2003 KBS 빌리어즈 챔피언십이라는 대회에 나가 보라는 권유에 나갔다가 그 시합에서 왕중왕이 되었다. 그 계기로 당구클럽을 오픈했고, 결국 아예 당구계로 들어왔다. 살다 보니 삶의 방향이 이렇게 흘렀다.


당구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나?

당구를 처음 친 건 1985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다. 그 당시 아버지가 당구장을 경영하셔서 그때 처음 당구를 쳤다. 소질이 좀 있었는지 실력이 빨리 늘었다. 5개월 정도 연습하니 초등학교 5학년 때 300점을 쳤다. 6학년 때 400점을 치고, 중3 때는 1천 점까지 쳤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도 아버지가 당구장을 하고 계셨는데, 당구는 대학 가서 치라고 하시면서 고등학교 때부터는 전혀 당구장 출입을 못 하게 하셨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했다. 그렇게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3쿠션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는 잘 친다는 명성 있는 분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같이 게임도 쳐 보고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봤다. 그분들마다 잘 치는 분야가 다 달랐고, 그런 걸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당구를 그냥 재미로만 친 게 아니라 나름 연구도 많이 하고 배우기도 열심히 배웠다. 대학 때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으니까 당구 칠 시간도 많았다. 게다가 그 당시만 해도 피씨방이 없던 시절이라 대학 주변은 온통 당구장뿐이었다.


 

조치연 ⓒ LEE WOO SUNG

대대를 본격적으로 접하고 선수생활을 준비한 건 언제부터였나?

2000년대 초반 내가 직접 클럽을 운영하면서 대대를 설치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기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바깥으로 돌려치기다. 내 공의 구질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나는 일정한 속도로 평범하게 다니는 걸 좋아한다. 예술구처럼 화려하고 막 휘어다니고 그런 것보다는 공이 무겁게 다니는 게 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치연 선수의 공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바깥으로 돌려치기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렇지는 않다. 잘 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이제 남은 건 우승이다. 우승만 하면 되는데, 조급한 마음은 안 드나?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승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 치른 결승전에서 두 경기 모두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우승을 못 했다고 해서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양구에서 열린 대회 때도 김행직에게 거의 다 이기고 드디어 승리를 하나 했더니 경기가 뒤집어졌다. 웬만한 멘탈로는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텐데?

재밌는 게 결승에서 하이런 15점을 치고 역전까지 이뤄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김행직이라는 어린 동생 선수가 내가 15점을 치고 수비를 해놓은 걸 거침없이 풀더니 바로 7점으로 응수하더라. 놀랬다.


경험상 15점 정도 맞으면 데미지가 크지 않나?

그렇다. 심리적 충격이 많이 큰데, 김행직 선수가 해외에서의 시합 경험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정신력이 아주 좋더라. 오히려 선배들보다도 훨씬 멘탈이 좋은 선수다.

 

조치연 ⓒ LEE WOO SUNG

15점 하이런에, 역전까지 이뤄 우승이다 기대했는데, 갑자기 시작된 김행직 선수의 반격에 정작 본인은 어땠나?

이상하게 오히려 경기 중에는 시합 결과 때문에 불안하거나 그렇지 않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상대방이 잘 치면 내가 지는 거고, 내가 잘 치면 내가 이기는 거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꼭 이기겠다는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되더라. 매 순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근 입상을 많이 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멘탈이 좋은 멘탈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한다. 조치연 선수의 연이은 입상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기록 중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도 한다. 챔피언을 한 다른 선수들도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했더니 이렇게 됐다.(웃음) 예전에 클럽을 운영할 때는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클럽을 접고 나니 연습량도 몇 배로 늘고, 게임수도 몇 배로 늘고, 또 마음의 여유도 생기더라.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시너지를 만든 것 같다. 게다가 2세가 생기면서 책임감도 더 커져서 더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은 운동도 많이 하고 자기 관리도 하고, 체력 관리 차원에서 일주일에 3일은 아침에 등산을 하는데 당구클럽 할 때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좋아하는 선수나 당구 스타일이 있나?

제일 닮고 싶고 부러운 당구선수는 쿠드롱 선수다. 그의 당구 스타일과 한결같은 모습, 그리고 누구에게도 매너 있는 모습, 플레이도 잘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모습이 본받을 만한 것 같다.

플레이 스타일 또한 시원시원해서 관중들이 봤을 때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경기를 펼치니 관중을 많이 끌 수 있는 스타일이다. 이제 우리끼리 재미있는 당구보다는 당구팬들이 재미있는 당구를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당구 자체도 인기가 더 생기고 스타 플레이어도 나오지 않을까?


당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당구 경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너인 것 같다. 당구선수뿐 아니라 동호인들과 시합을 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매너있게 행동해야 된다. 아무리 당구를 잘 친다고 해도 그런 부분이 결여되어 있는 선수는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기 어렵다. 당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너와 스포츠맨십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국내 시합을 열심히 하면서 성적도 제법 냈고, 랭킹도 많이 올렸다. 앞으로는 해외 시합에 출전해서 월드 랭킹을 올리고 싶다. 지금 100위권 정도에 있는데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서 세계 랭킹을 우리나라 다른 선수들만큼 올려놓는 것이 이제 나의 목표다. 그 다음은 그 목표를 이룬 다음에 생각하겠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정도의 꾸준함이라면! 이제 우승 타이틀이 간절할 때다. 앞으로 건투를 빈다.

고맙다.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계속해서 4강에 오르고, 결승에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 반드시 기회가 오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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