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조재호(NH농협카드)가 우승을 차지해 상금 2억원을 받았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조재호(NH농협카드)가 우승을 차지해 상금 2억원을 받았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한국 선수 최초로 프로당구 왕중왕에 올랐다.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한 조재호는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무려 4시간 넘게 벌인 사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마침내 프로당구를 평정했다.

조재호는 11일 밤 10시에 경기도 고양시 JTBC스튜디오에서 열린 왕중왕전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2023' 결승전에서 마르티네스를 세트스코어 5-4로 꺾었다.

결승전 승리로 조재호는 PBA 투어 풀타임 출전 두 시즌 만에 여러 기록을 작성하며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와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프로당구 왕좌에 앉았다.

조재호는 월드챔피언십 첫 우승과 함께 한국 선수 최초 투어 2연승 및 최다승(3승) 기록을 세웠고, 우승상금 2억원 획득해 누적상금 5억 300만원(시즌 4억 2250만원)이 되면서 종합 상금랭킹 5위에서 3위로 올라왔다.

또한, 이번 시즌 개막전과 마지막 투어, 왕중왕전 등을 우승하면서 PBA 트리플크라운을 처음 작성했다.

이번 결승전은 공교롭게도 2년 전 첫 번째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사파타와 강동궁(SK렌터카)이 세트스코어 5-4의 풀 세트 승부를 벌였을 때와 동일한 총 205분의 플레이타임을 기록했다.

당시 결승전은 프로당구 역사상 가장 치열한 풀 세트 승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스페인이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벌인 두 번째 왕좌의 게임에서는 더 뜨거운 승부가 연출됐다.

두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자 첫 번째 뱅킹에서 같은 위치에 공이 위치할 만큼 집중했고, 두 번째 뱅킹에서 마르티네스가 승리하면서 선공을 잡았다.

결승전 뱅킹.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결승전 뱅킹.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샷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샷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조재호는 1세트 6이닝까지 점수를 내지 못해 0:7로 지고 있다가 7이닝에서 8점을 득점하며 월드챔피언십의 포문을 열었다.

마르티네스도 곧장 반격에 나서 8이닝에 7점을 달아났다. 이후 조재호가 다시 4점을 쫓아와 12:14가 되면서 격전이 시작됐다.

1점을 남겨두고 조재호에게 타석을 넘겼던 마르티네스가 다음 9이닝에서 세트포인트를 득점하면서 1세트를 승리했다. (0-1)

2세트에서는 더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5이닝까지 매 이닝 선공에 나선 조재호가 달아나면 마르티네스가 후공에서 동점을 만들었다.

2이닝 5:5, 3이닝 9:9, 4이닝 11:11, 5이닝 12:12 등으로 접전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6이닝 공격에서 3점을 득점하고 15:12로 세트를 마무리한 조재호가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4점째 공격을 계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1)

3세트에서는 4이닝까지 4-2-5-1 연속타로 마르티네스가 3:12로 앞서면서 6이닝 만에 7:15로 다시 조재호가 패했다. (1-2)

반대로 4세트는 7:6으로 팽팽했던 균형을 막판에 조재호가 깨면서 9이닝 만에 15:8로 승리해 세트스코어 2-2 동점이 됐다.

5세트와 6세트 역시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며 승리를 거두었다. 5세트는 마르티네스가 1-3-3-2-1-3 연속타를 올리며 6이닝 만에 15:9로 조재호를 따돌렸고(2-3), 6세트는 매 이닝 추격전을 벌이다가 6이닝에서 마르티네스의 공격이 빗나가면서 곧바로 7이닝에서 2점을 마무리한 조재호가 15:12로 승리했다. (3-3) 

마르티네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전반보다 큐 끝이 무뎌졌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마르티네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전반보다 큐 끝이 무뎌졌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7세트 승리를 기점으로 방향타를 바꿔 경기 주도권을 잡은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7세트는 승부의 반전이 일어난 분기점이었다. 마르티네스의 큐 끝이 잠깐 무뎌진 사이에 조재호가 5이닝에서 터진 8득점 적시타로 12:2로 리드를 잡았다.

3시간 동안 숨 막히는 혈전이 벌어지면서 두 선수 모두 체력과 집중력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한 마르티네스가 후반으로 갈수록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재호가 7세트를 9이닝 만에 15:7로 승리했고, 승부의 방향타를 돌려 결승전에서 처음 앞서기 시작했다. (4-3)

8세트에서는 조재호가 5이닝까지 7:5로 리드하던 중 6이닝에서 각성한 마르티네스가 7점을 치면서 7:12로 역전을 허용, 9이닝 만에 11:15로 패했다. (4-4)

마지막 세트까지 오면서 경험 많고 노련한 조재호는 더 단단해졌고, 반면에 빈틈이 보이지 않던 마르티네스는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차이로 결국 승부가 갈렸다. 9세트에서 조재호는 3이닝부터 단 세 번의 공격으로 마르티네스를 무너트렸다.

3:5로 뒤진 3이닝에서 4점을 올려 7:5로 역전에 성공한 조재호는 다음 4이닝 공격에서 3점을 더 보태 10:6으로 달아났다.

점수가 벌어졌는데도 마르티네스가 쫓아오지 못하자 이번에는 5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고 14:7로 치고나가 아예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5점째 조재호의 더블 쿠션 공격이 득점 일보 앞에서 키스가 나 실패하면서 마르티네스에게 마지막 기회가 돌아갔지만, 지쳐 있던 마르티네스는 1득점 후 리버스 공격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그대로 기회를 날렸다. 

타석을 이어받은 조재호는 호쾌한 비껴치기로 챔피언 포인트를 성공시키며 6이닝 만에 15:8로 9세트를 마무리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순간 환호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 순간 환호하는 조재호.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시상식 기념촬영. 사진 왼쪽부터 PBA 장상진 총재, 준우승 마르티네스, 우승 조재호, SK렌터카 대표.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시상식 기념촬영. 사진 왼쪽부터 PBA 장상진 총재, 준우승 마르티네스, 우승 조재호, SK렌터카 황일문 대표.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챔피언에 오른 조재호와 그의 아내 유수경 씨.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당구 챔피언에 오른 조재호와 그의 아내 유수경 씨.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조재호는 우승 인터뷰에서 "얼떨떨하다. 내가 한 게 맞나 싶고. 마지막 공도 잘못 쳤나 싶었다"라며 "결승 시작 전에는 부담이 너무 컸는데 막상 경기장에서 응원 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소위 대진운이 좋은 경기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확실히 긴장이 필요하다. 16강에서 쿠드롱을 이기고 댓글에 '쿠드롱 이기고 우승한 사람 없는데, 조재호가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고서 꼭 우승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음 상대가 카시도코스타스였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번 월드챔피언십 출발이 불안했던 조재호는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로 떨어지는 거였는데, 신대권 선수가 최원준 선수를 이기는 바람에 운이 좋게 16강에 올라왔다. 신기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신대권 선수에게 밥이라도 한 번 사야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조재호는 오는 14일에 열리는 프로당구 첫 시상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첫 시상식에 월드챔피언십까지 포인트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경쟁자인 마르티네스가 결승에 먼저 올라갔다. 내가 결승은 가야 대상을 탈 수 있는 자격이 될 것 같아서 죽기 살기로 결승에 왔다. 첫 시상식인데 꼭 타고 싶었다. 그게 목표였고,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자 마르티네스는 "좋은 경기였고, 어려운 경기였다. 한 세트를 따고서 다음 세트를 빼앗겼던 것이 패배의 원인이다. 챔피언 조재호가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라고 아쉬워했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준우승으로 상금 7000만원을 받아 1억 8450만원으로 시즌 랭킹 2위, 누적 4억 5800만원으로 종합 랭킹 4위에 랭크됐다.

프로당구 투어는 이번 월드챔피언십을 끝으로 2022-23시즌 모든 대회를 마무리하고, 오는 14일에는 PBA가 주최하는 첫 번째 시상식이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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