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스코어 0-3까지 내몰리자 고개를 떨군 에디 레펜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세트스코어 0-3까지 내몰리자 고개를 떨군 에디 레펜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에디 레펜스(벨기에·SK렌터카)에게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테이블 위의 공은 어려웠고, 겨우 찾은 길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예상 진로를 벗어났다.

세트가 거듭될수록 여유롭던 레펜스의 얼굴은 웃음기를 잃어갔고, 반면 무표정한 마민깜(베트남·NH농협카드)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이 종종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했던가. 레펜스의 당구는 세트스코어 0-3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세트부터 시작됐다.

오늘(5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는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의 결승을 향한 마지막 대결이 펼쳐졌다.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의 첫 번째 준결승전에서는 에디 레펜스와 마민깜이 대결을 벌였다. 레펜스와 마민깜은 매 세트 지루하고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세트스코어 3-0으로 앞서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둔 마민깜.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세트스코어 3-0으로 앞서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둔 마민깜.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마민깜은 1세트 1이닝에 3득점 후 2이닝에 7득점을 추가하며 2이닝 만에 0:10으로 앞섰고, 8이닝째에 남은 점수를 모두 획득하고 3:15로 첫 세트를 차지했다. (0-1)

2세트는 레펜스가 먼저 점수를 차곡차곡 모으며 5이닝에 8:3까지 앞섰으나 마민깜은 13:14로 역전하며 결국 11이닝에 남은 1점을 먼저 차지하고 14:15로 세트 점수를 추가했다. (0-2)

3세트도 5이닝에 7점을 몰아친 마민깜은 8:15(11이닝)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0-3으로 결승 진출까지 필요한 세트는 단 한 세트뿐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마지막일지 모를 세트로 내몰린 레펜스는 4세트에 들어 신중한 경기를 펼치며 한 점씩 점수를 모아 나갔다. 마민깜의 큐는 지루하게 묶어 두며 15이닝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15:10으로 승리해 첫 세트 점수를 손에 넣고 세트스코어 1-3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4세트에서야 첫 세트 점수를 획득한 레펜스는 5세트를 15:11(17이닝)로 차지하며 2-3으로 마민깜을 바짝 뒤쫓았고, 결국 6세트마저 15:10(11이닝)으로 승리해 기어코 세트스코어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결국 마민깜도, 에디 레펜스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7세트의 경기가 펼쳐졌다.

0-3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3-3까지 추격한 에디 레펜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세트스코어 0-3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3-3까지 추격한 에디 레펜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마민깜은 3이닝에 6득점을 올리며 1:6으로 레펜스를 따돌리고 먼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민깜이 4이닝부터 6이닝까지 범타로 기회를 날리는 동안 레펜스는 1-3-2점을 모아 7:6으로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결국 7이닝에 선공인 레펜스가 먼저 남은 4점을 모두 획득해 11:6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0-3에서 4-3의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지난 시즌 3차전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레펜스는 이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3차전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랐으나 김재근(크라운해태)에게 패해 두 번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4차전과 5차전에서는 128강에서 마원희와 신기웅에게 패해 첫판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반면, 지난 5차전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PBA 챔피언의 대열에 올라선 마민깜은 2회 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레펜스의 끈질긴 추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로써 레펜스는 마민깜을 어렵게 꺾고 두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해 다시 한번 우승 타이틀에 도전한다.

레펜스는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과 박정근의 두 번째 준결승전 승자와 최종 우승을 놓고 결승 대결을 벌이게 된다.

만약 쿠드롱이 박정근을 꺾고 결승에 오른다면 오늘 밤 결승전에서는 두 벨기에 선수의 '절친 매치'가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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