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서 더 강해진 경기력으로 무장한 위마즈... 4-1로 김재근 꺾고 '마수걸이 우승'

흐름 바뀔 고비마다 강심장 발동하고 정확한 득점... 리드 뺏기지 않으면서 '승리'

"PBA 슬로건 '너의 꿈, 우리의 꿈' 보고 가슴 벅차올라"... 4년여의 도전으로 마침내 꿈 이뤄

'튀르키예 전사'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가 4년여 도전 끝에 마침내 프로당구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튀르키예 전사'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가 4년여 도전 끝에 마침내 프로당구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강심장과 더 정교해진 샷으로 무장한 '튀르키예 전사'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가 4년여의 오랜 도전 끝에 프로당구(PBA) 왕좌에 앉았다.

위마즈는 준결승전에서 '3쿠션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을 꺾은 기세 그대로 결승전에서도 싸웠고, 결국 김재근(크라운해태)을 꺾고 우승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2019년 6월, 눈치 보던 자국의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과감하게 프로 데뷔를 선언한 이후 월드챔피언십 2회를 합쳐 23번째 토너먼트 출전 만에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12일 저녁 8시 경기도 소노캄고양 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 시즌 3차 투어 'TS샴푸-푸라닭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위마즈는 세트스코어 4-1로 김재근을 꺾었다.

불과 2시간여 전에 쿠드롱과 풀 세트 승부를 벌인 위마즈는 지치기보다는 오히려 감각을 유지한 상태로 결승전에 나타났다.

위마즈는 준결승처럼 초반에 점수를 내며 앞서가는 경기 운영을 계속했다. 1세트는 8이닝까지 점수가 무려 13:5로 벌어졌고, 2세트도 4이닝까지 12:7로 앞섰다.

3세트는 5이닝 5:1로 앞서다가 역전을 당했지만, 승부처였던 4세트에서도 김재근의 되살아난 화력을 4이닝까지 10:10으로 맞대응해 결국 승부처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마지막 7세트 역시 4이닝까지 7:2로 앞서는 등 위마즈의 뛰어난 운영은 경기 내내 상대방의 플레이가 조급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쿠드롱도 계속 뒤만 쫓다가 당했고, 김재근도 매 세트 끌려갔다. 정교함을 겸비한 대담한 공격형의 플레이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면 그게 경기 운영으로 연결돼서 빈틈을 찾을 수 없다.

여태 세계 톱랭커들이나 역대 세계대회 우승자들이 보여주었던 그 감탄사 나오는 플레이를 위마즈가 보여줬다.

위마즈는 결승전 1세트를 10이닝 만에 15:12로 승리하고 2세트도 5이닝 만에 15:7로 따내면서 2-0으로 앞섰다.

3세트에서 김재근이 허를 찌르는 6득점에 이은 끝내기 8득점 연속타로 순식간에 14점을 몰아치면서 6이닝 만에 5:15로 내줬지만, 4세트 막판 12:14로 뒤져있던 승부를 15:14(9이닝)로 역전시켜 3-1을 만들었다.

기세를 몰아 5세트도 10이닝 만에 15:9로 따내면서 위마즈는 마침내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때보다 더 강했던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결승전에서 위마즈는 어느 때보다도 집중했고 그만큼 더 강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김재근과 경기하는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김재근과 경기하는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위마즈는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의 김태호A와 경기에서 1세트를 3이닝 만에 6:15로 내줬고, 두 번의 승부치기에서 5:4, 겨우 1점 차로 승리했다.

2라운드 64강전에서 만난 김동석은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3, 4세트를 패해 승부치기로 끌려갔다. 마찬가지로 2:1의 진땀 나는 승리를 거두며 혹독한 투어 예선을 통과했다.

32강전에서 과거 국가대표 출신인 최재동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한 위마즈는 16강전에서 매서운 '베트남 돌풍'을 몰고 온 응오딘나이(SK렌터카)를 상대로 17이닝 만에 45점을 쏟아붓고 애버리지 2.647로 3-0 완승을 거두었다.

특유의 강하고 정교한 샷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8강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는 0-2에서 3-2 대역전극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4강에서 위마즈가 컨디션 좋은 쿠드롱을 꺾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위마즈는 전사처럼 강한 심장과 더 강해진 무기로 쿠드롱과 맞붙었고, 4-3의 승리를 쟁취하며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운 위마즈를 상대로 잘 싸운 '킹스맨' 김재근(크라운해태).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운 위마즈를 상대로 잘 싸운 '킹스맨' 김재근(크라운해태).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나란히 한자리에 선 준우승자 김재근과 우승자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준우승자 김재근과 우승자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결승전은 4-1이라는 스코어로 인해 위마즈가 마치 쉽게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경기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승 인터뷰에서 위마즈도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너무 어려웠던 경기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근은 현역으로 뛰는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톱플레이어로 인정받는 선수다.

그만큼 우승 경험이 많고, 경기 운영이 좋은 노련한 선수로 인정을 받는다. PBA에서 아직 우승 타이틀이 없다 해도 투어를 뛰다가 김재근을 상대하게 됐다고 좋아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언제 우승해도 낯설지 않은 김재근이 이번 대회에서 4년여 만에 결승까지 올라온 데는 이유가 있다.

김재근은 이번 투어에서 32강 고상운(휴온스), 16강 조재호(NH농협카드), 8강 이상대, 준결승 에디 레펜스(SK렌터카) 등을 상대하며 어느 한순간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 출중한 실력자들이 김재근에게 한 세트 이상 따내질 못했다. 김재근은 32강부터 준결승전까지 모두 세트스코어 3-1이나 4-1로 제압했다.

굳이 세트득실을 따지면 32강부터 13세트승을 거두는 동안 단 4세트패만 기록했을 정도로 김재근은 준결승까지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결승전 역시 김재근은 결코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다. 초반 가속은 더뎠지만, 파이팅 넘치는 위마즈의 뒤를 끈질기게 쫓는 노련한 플레이와 저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1세트에서 김재근이 12:13까지 쫓아가자 위마즈가 주춤했던 순간에 뒷공이 나쁜 탓에 자세를 풀고 반대 방향으로 공략을 바꾸면서 시간에 쫓겨 급하게 샷이 나간 부분과 승부처였던 4세트 세트포인트를 두 번이나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4세트 14:12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스리뱅크 샷이 허무하게 빗나가는 등 두 번이나 세트포인트를 마무리하지 못해 2-2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을 1-3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치명적이었다.

김재근이 상승 흐름을 쭉 타고 올라갔다면 아무리 컨디션 좋은 위마즈라도 주춤할 것이 분명했지만, 이 두 번의 승부처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결정타였다.

소속 팀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 김대웅 대표와 기쁨을 나누는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소속 팀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 김대웅 대표와 기쁨을 나누는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경기 후 김재근은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욕심을 부리거나 스코어에 연연하거나 컨디션에 속았거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라고 결승전을 돌아봤다.

또한, "한 경기 안에서 스스로 잘했다는 세트도 있었고, 너무 못했다는 세트도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결국은 연습이 중요하다. 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삼아서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우승자 위마즈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너무 쎈 선수와 붙었는데 이겨서 기쁘다. 어려운 상황에 100% 나를 믿었고, 지금 이 순간이 내 선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위마즈는 프로 원년 멤버로 1년에 8개월 이상 한국에 체류하며 열정적으로 투어와 팀리그를 소화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한국이 집 같다. 1년에 고향에 가는 게 두세 번뿐이다"라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위마즈는 "외롭다는 생각할 새도 없이 소속 팀 웰컴저축은행 관계자와 동료들 모두 나를 도와주었다. 웰컴저축은행 손정주 회장님과 김대웅 대표이사님, 웰뱅피닉스 박성수 단장님, 가족들, 친구들, 언제나 믿고 응원해준 분들, 이 모든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씩씩하게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경례로 우승 세리머니를 한 위마즈.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 후 위마즈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도움을 준 웰컴저축은행 관계자 및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 후 위마즈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도움을 준 웰컴저축은행 관계자 및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용휘 기자

PBA 전과 이후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위마즈는 "처음에 'Your Dream, Our Dream'이라는 PBA 슬로건이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PBA를 시작하고 프로답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전문적으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아 더 발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4년여 낯선 땅에서 꿈을 향해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던 위마즈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그 도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훈련을 거듭하며 더 프로답게 발전했고, 결국 우승의 꿈과 상금 1억원을 차지하는 목표를 이루게 됐다.

위마즈는 마지막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이기고, 계속해서 우승하고, 진정한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며 이번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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