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수들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제대회 출전이 관건

일부 선수들 자비로 세계대회 출전... 한국 당구 발전 원동력돼

97년 이후 김철민, 황득희, 강석봉, 이흥식 등 유럽에서 열린 세계대회 출전

<한국 당구 130년사 '이슈별 당구사 바로 알기'>는 한국에 당구가 전파된 이후 130년 동안 어떻게 당구 문화가 자리 잡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스포츠가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칼럼입니다. <월간 빌리어즈>가 지난 35년간 취재한 기사와 수집된 자료, 당사자의 인터뷰에 근거해 김기제 발행인의 집필로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1991년 12월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이 개최된 후 5년 만인 1996년 11월에 두 번째로 '96 한국 오픈 월드컵 당구대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이상천이 준우승을 하며 한국 당구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1997년 1월에 한국에서는 세 번째이자 서울에서 두 번째인 '97 세계 그랑프리 3쿠션 당구월드컵'이 대한스포츠당구협회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 3쿠션 당구선수들은 세계적인 당구 흐름과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이들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선수단체의 지원이 미미한 여건 아래서 열악한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부담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는 것은 한국 당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서는 1997년 1월에 한국에서 세 번째로 개최된 '97 세계 그랑프리 3쿠션 당구월드컵' 후 네 번째로 1999년 3월 15~19일에 서울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파크텔에서 '99 세계 3쿠션 당구월드컵' 토너먼트가 개최되기까지의 한국 선수들의 유럽에서 열린 3쿠션 당구 월드컵 참가를 다루고자 한다.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1  ’97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머트 벨기에 투어에 출전한 강석봉(오른쪽)이 이 대회 우승자 에디 멕스와 포즈를 취했다  2 '97 벨기에 3쿠션 당구 월드컵 오픈 대회'에 출전한 정정환(오른쪽)이 뱅킹하고 있다  3 네덜란드의 딕 야스퍼스와 황득희(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 UMB/CEB '97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 벨기에 투어'에 9명 출전 

UMB(세계캐롬연맹)와 CEB(유럽캐롬연맹)가 공동 주관하는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의 벨기에 투어가 1997년 5월 7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는 대한스포츠당구협회 캐롬 부문 대표 김문장을 단장으로, 이흥식(매니저 겸 선수), 선발전을 통해 선발된 김윤석, 박승희, UMB 랭킹으로 김철민, 강석봉, 윤승록, 김상호, 엄동렬 등 9명이 참가했다. 이들 중 선발전에서 선발된 김윤석과 박승희에게는 대한스포츠협회에서 왕복 항공권을 제공했다.

이번 대회는 A・B・C・D 시드로 구분해 하위 D시드에서 상위 A시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의 김철민과 엄동열은 B시드를, 강석봉・박승희・윤승록・김상호・이흥식은 C시드에 배정되었다. 예선 경기 결과,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UMB 랭킹 9위의 김철민은 예상 밖의 부진으로 32강이 겨루는 본선 A시드 진출이 좌절되었으며, 강석봉・김상호・박승희 등 3명은 A시드에 진출했다.

32강전에서 강석봉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벨기에의 에디 멕스와 대결해 첫 세트를 내준 뒤 연거푸 두 세트를 따내어 역전에 성공했으나 4세트와 5세트를 패해 세트스코어 2-3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상호는 32강전에서 지난 1월 서울에서 개최된 '97 세계 그랑프리 3쿠션 당구월드컵' 준우승자인 폴란드의 데리아가와 맞붙어 처음 두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으나 이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2-3으로 역전패 당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 대회 결승전은 에디 멕스(벨기에)와 마틴 혼(독일)이 치러 에디 멕스가 3-0으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6강 진입에 실패해 32강에 그쳤으나 개인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벌여 각국 선수들을 놀라게 하며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 UMB/CEB '97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 독일 투어'에서 김철민 6위에 올라

UMB와 CEB가 공동 주관하는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의 1997년 최종 투어가 독일의 레크린하우젠의 시민회관에서 6월 18~22일 개최되었다. 대한스포츠당구협회에서는 40일 전인 5월 벨기에 투어에 이어 이 대회에도 계속 참가했는데, 동 협회의 캐롬 부문 대표 김문장을 단장으로 해 이흥식(감독 겸 선수), 김철민(세계 랭킹 19위), 강석봉(세계 랭킹 32위), 윤승록, 엄동열, 강문수 선수와 한국당구인원로회 최종수 부회장이 출전했다.

B시드 예선 경기에서 김문장, 강문수, 최종수가 외국 선수들과 대전해 3명 1조의 리그전 결과, 강문수가 2승, 김문장이 1승 1패 애버리지 순으로 김철민, 강석봉, 윤승록, 엄동열, 이흥식 등 5명의 한국 선수가 대기하고 있는 A시드 32강에 진출했다. A시드 대전에서는 김철민이 8강에 진입해 6위에 입상했으며, 강문수는 16강에 진출해 14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의 결승전은 독일의 크리스티안 루돌푸와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가 치러 1월에 서울에서 개최된 '97 세계 그랑프리 3쿠션 당구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루돌프가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독일 대회에 참가하기에 앞서 한국선수단은 6월 13~16일 4일간 그리스를 방문해 한국-그리스 친선경기를 가졌다. 그리스 방문은 그리스당구협회장을 역임한 사카스와 그리스선수협회 안토나토 회장의 초청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양국 각 8명씩 대전한 경기에서 막상막하의 대등한 경기 끝에 한국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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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7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 독일 투어'에 앞서 한국선수단은 그리스에 방문해 친선 경기를 가졌다   2 '97 월드컵 그랑프리 3쿠션 토너먼트 독일 투어' 시상식. 이 대회에서 김철민은 8강에 올라 6위를 차지했다.  월간 빌리어즈 자료사진

◼︎ '97 벨기에 3쿠션 당구월드컵 오픈 대회'에 황득희・정정환・김철민 출전

'97 벨기에 3쿠션 당구 월드컵 오픈 대회'가 12월 2일부터 7일까지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개최되어 국내 선발전을 통해 32강 와일드카드를 배정받은 황득희, 그리고 정정환, 터키 월드컵을 마치고 합류한 김철민 등 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정정환은 예선 1회전에서 독일 선수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이겼으나, 2회전에서 오스트리아 선수에게 1-2로 져 탈락했고, 김철민도 1회전에서 네덜란드 선수에게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32강 시드를 배정받은 황득희는 본선 1회전에서 터키의 세미 사이그너를 만나 분전했으나, 1세트를 3:15, 2세트를 14:15로 패한 후 3세트는 사이그너의 초구 15점 하이런 성공으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 대회의 우승은 네덜란드의 딕 야스퍼스가 차지했다. 

 

<월간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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