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롬 1 vs 포켓 & 스누커 9' 비율의 세계 당구 시장... 아시아 지역 캐롬 보급 '필수'

2013년 대한당구연맹(KBF), 일본에 아시아캐롬연맹(ACBC) 의장국 지위 받아와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활발 미비해... 장시간 조직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방치된 아시아캐롬연맹(ACBC).  사진=Ton Smilde
방치된 아시아캐롬연맹(ACBC). 사진=Ton Smilde

당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의 경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당구대에 있는 구멍에 목적구를 집어넣는 ‘포켓’ 경기와 구멍이 없는 당구대에서 큐볼로 목적구를 맞히는 ‘캐롬’ 경기로 나뉜다.

포켓 경기는 8볼, 9볼, 10볼, 1포켓, 스트레이트풀, 뱅크풀 등을 총칭하는 ‘풀(Pool)’ 종목이 대표적이다. 이 전형적인 포켓 방식의 풀 종목은 당구 경기 중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다.

다른 포켓 종목으로 영국에서 출발한 ‘스누커(Snooker)’와 러시아를 대표하는 당구 종목인 ‘러시안 피라미드(Russian Pyramid)’, 중국에서 개발된 ‘차이니즈풀(Chinese Pool)’ 등도 모두 포켓에 공을 넣는 경기다.

포켓은 풀과 스누커, 러시안 피라미드, 차이니즈풀 등을 포함해 전 세계 당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캐롬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종목이다. 대표적인 3쿠션 종목과 1쿠션, 빠띠리브레(4구 경기 방식의 원형), 4구, 5핀, 보크라인 등이 캐롬의 세부 종목의 범주에 들어간다.

캐롬은 포켓 방식에 비해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당구 전체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캐롬의 비중은 크지 않고,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몇몇 유럽 국가와 한국을 비롯한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일부에만 보급되어 있다.

주로 캐롬은 3쿠션이 대부분 알려져 있는데, 한국의 4구와 이탈리아의 5핀 정도만 정식 캐롬 경기로 보급되어 있다. 그밖에 1쿠션과 빠띠리브레는 거의 경기가 없다.

수십 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3쿠션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에서 기존 국내식 4구를 탈피하고 국제식 3쿠션 대대 경기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종목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같은 시기에 베트남과 터키 등을 중심으로 3쿠션 붐이 일어나 저변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

당구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포켓 종목과 캐롬 종목의 비중은 크게 차이가 난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판단했을 때 8 대 2 또는 9 대 1의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포켓과 캐롬 경기에서 사용하는 당구용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두 종목 용품의 생산 수량으로 대략적인 통계를 산출할 수 있는데, 전 세계 당구용품 생산이 집중되어 있는 중국의 최대 규모 제조공장 관계자는 자사의 포켓과 캐롬용품 생산 비율을 8 대 2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10여 년 전에는 격차가 더 커서 캐롬용품의 생산량이 불과 6~7%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베트남,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캐롬 보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생산량이 다소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동안 크게 유행했던 일본의 한 팁 회사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캐롬 종목은 매출의 10% 내외이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포켓 종목 매출이 대부분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포켓과 캐롬의 비중은 과거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총 4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안 대회당 10개씩 총 금메달 40개 중 캐롬 종목은 5개를 배정받는 데 그쳤고, 나머지 35개는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를 포함한 포켓 종목이 가져갔다.

당구에 걸려 있던 금·은·동메달 총 142개 중 포켓이 126개, 캐롬은 불과 16개를 수여했다.

캐롬은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쿠션 개인전 한 종목만 열렸다. 나머지는 모두 포켓 종목 경기였다.

이유는 캐롬의 참가국이 적었기 때문이다. 캐롬은 정식종목 구성 요건인 6개국 출전조차 맞추지 못해서 ‘풀의 전설’인 필리핀의 에프런 레이즈가 3쿠션에 출전했고, 중국 선수가 엔트리에만 이름을 올리고 기권하는 편법을 써서 겨우 종목에 포함되었다.

ACBC 로고(왼쪽). 당구 종목 세계스포츠단체 구조와 캐롬 종목 UMB 산하 조직체(오른쪽).  빌리어즈 자료사진
ACBC 로고(왼쪽). 당구 종목 세계스포츠단체 구조와 캐롬 종목 UMB 산하 조직 구조(오른쪽). 빌리어즈 자료사진

캐롬은 보급이 항상 숙제다. 2030년 도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을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6개국 이상 출전해야 하는데 중국이 캐롬을 치지 않고 중앙아시아권에서도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인도네시아와 시리아 같은 몇몇 국가에서 선수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풀과 스누커에 걸린 메달을 한두 개 가져올 정도로 영향력이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한 가장 첫 번째 책임은 아시아캐롬연맹(ACBC)에 있다. 그런데 ACBC 의장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것도 오래전의 일이다.

지난 2013년 10월에 한국은 구리에서 총회를 열어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KBF)의 회장이 겸직하는 것으로 하고 일본으로부터 의장국 지위를 받아왔다.

아시아의 캐롬과 세계 캐롬을 견인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히고 넘겨받은 자리였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의 고 니시오 가꾸 회장이 홀로 분투할 때보다 더 활동이 없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직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어떤 국제 교류에 대한 소식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아시아 캐롬이 세계 캐롬을 견인하고 있는 현 시국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다. ‘1 대 9’의 비중을 탈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ACBC가 조직 정비도 안 되어 있고, 마치 유령단체처럼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무려 10년 가까이 KBF 체제 아래에서 ACBC가 방치되면서 캐롬은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아시아는 정체된 세계 캐롬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ACBC가 보조를 맞춰 한국과 베트남의 붐을 활용해 중앙아시아권의 회원국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캐롬 시장은 더욱 활발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캐롬 성장의 열쇠를 쥔 ACBC가 오랜 시간 방치된 원인을 찾고, 다시 조직을 정비해서 캐롬을 보급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ACBC의 문제는 중요하다. 프로(PBA)와 아마추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간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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