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으로 시작된 팀챔피언십의 새 역사... '탈 유럽화와 3쿠션 세계화'

韓 2015년 고 김경률 장례기간에 열린 대회에서 사상 첫 준우승 차지

'스카치더블' 방식으로 바뀐 2017년과 2018년 우승... 유럽의 25년 독주 마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세계캐롬연맹(UMB)에서 주최하는 캐롬 3쿠션 종목 국가대항전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이하 팀챔피언십)’에서 한국은 모름지기 세계 최강국이다. 최근 5년간 성적을 합산해 산정하는 랭킹에서 한국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최근 10년 동안 벨기에, 터키, 네덜란드 등 유럽의 강호들과 치열한 대결을 통해 한국 당구의 위세를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팀챔피언십의 역사에는 한국 3쿠션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은 한국에 3쿠션이 전파되는 것과 동시에 캐롬 3쿠션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처음으로 팀챔피언십 3위에 입상한 2008년 이후 한국에서는 서서히 3쿠션 붐이 일어났고, 고 김경률과 최성원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맹활약이 견인차 역할을 하며 3쿠션의 세계적인 중흥을 이끌었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팀챔피언십의 역사와 함께 한국이 세계 최강에 오르는 여정을 돌아보자.


3쿠션 국가대항전 ‘팀챔피언십’... 세계 최강 한국의 여정①에 이어서 

한국의 선전으로 본격적인 '탈 유럽화'가 진행된 팀챔피언십. 사진 왼쪽 위부터 2011년 열린 팀선수권, 세계 당구의 큰 변화를 이끈 선구자 고 김경률, '쿠드롱-멕스' 세계 최강 듀오,   사진=Ton Smilde
팀챔피언십은 한국의 선전으로 본격적인 3쿠션의 '탈 유럽화'와 '세계화'가 진행되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1년 열린 팀선수권, 세계 당구의 큰 변화를 이끈 선구자 고 김경률, '쿠드롱-멕스' 세계 최강 듀오, 2013년 대회 시상식, 팀챔피언십 트로피.  사진=Ton Smilde

韓 2011·2012년 연속 8강에 그쳐… 터키 2연승·벨기에 4연승의 시작

한국은 2011년과 2012년에 모두 8강에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에 터키는 2010년에 이어 2011년 우승으로 다시 한번 2회 우승에 성공했고, 벨기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대회에서 한국은 간판 김경률과 ‘뉴페이스’ 이충복(시흥체육회)을 대표로 출전시켜 4회 연속 4강에 도전했다.

예선에서 디펜딩 챔피언 터키B(초클루-윅셀)와 프랑스 등 강팀을 상대한 한국은 첫 경기에서 터키에게 한 세트도 패하지 않고 4-0의 완승을 거두었고, 이어서 프랑스도 4-2로 꺾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탈락시키고 본선에 올라온 한국은 에디 멕스와 에디 레펜스의 벨기에를 상대로 준결승 진출에 도전했다.

이 경기에서 이충복은 레펜스를 세트스코어 3-1(15:6, 4:15, 15:4, 15:13)로 꺾었지만, 김경률이 멕스에게 1-3(1:15, 15:4, 5:15, 1:15)로 패하면서 애버리지에서 뒤져 4강행에 실패했다.

이 대회 4강에는 벨기에를 비롯해 스웨덴을 완파한 네덜란드와 스페인을 꺾은 터키A, 덴마크에게 승리한 독일 등이 올라갔다.

타스데미르와 뤼피 체넷이 나온 터키는 준결승전에서 독일을 5-3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 벨기에와 맞붙어 체넷이 레펜스를 3-0(15:10, 15:7, 15:11)으로 제압한 데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본선에서 터키에 2년 연속 분패한 벨기에는 2012년부터 쿠드롱-멕스의 최강 듀오를 내보내 팀챔피언십을 휩쓸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이후 8년 만에 팀챔피언십에 출전한 쿠드롱은 예선 첫 경기에서 베트남의 마쑤언끙과 대결해 1세트를 13:15(7이닝)로 내주었지만, 2세트 15:8(10이닝), 3세트 15:4(7이닝)로 승리하며 팀챔피언십 제패에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

베트남을 2-0으로 꺾은 벨기에는 이어서 이탈리아에도 2-0 완승을 거두고 본선에 올라갔다.

8강에서는 오랜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일본에 2-0으로 승리했고, 준결승에서 스페인(2-0), 결승에서 독일(2-0)에 승리하고 팀챔피언십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4강에 재입성한 한국… 6년 연속 팀챔피언십 본선행 성공 ‘아시아 3쿠션 순풍’

2013년 대회부터 팀챔피언십 경기방식이 세트제에서 점수제로 변경되었다. 점수제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후 2017년에 팀챔피언십 경기방식은 ‘단식-단식’에서 ‘스카치더블’로 바뀌는데, 한국은 스카치더블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팀챔피언십 최초 우승과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5년 동안 유럽이 안전한 독주를 이어가던 팀챔피언십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아쉽게도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스카치더블 방식은 3년만 대회를 치르고 다시 단식-단식으로 경기방식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유럽의 견제를 받기도 했지만, 한국은 어떤 경기방식으로 경쟁을 벌여도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2013년 팀챔피언십에 김경률과 허정한(경남)이 대표로 출전해 예선에서 포르투갈과 베네수엘라를 꺾고 본선에 올라갔다.

예선에서 한국은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4전 전승을 거두었고, 8강에서 대결한 덴마크도 2-0으로 꺾고 4번째 4강 진출을 달성했다.

8강전에서 한국은 김경률이 28이닝까지 34:25로 토니 칼센에게 앞서 있는 상황에서 허정한이 토마스 안데르센을 29이닝 만에 40:21로 제압해 승부가 마무리되었다.

준결승전에서는 ‘쿠드롱-멕스’의 디펜딩 챔피언 벨기에와 맞붙었다. 이 경기에서 쿠드롱은 하이런 10점을 포함, 단 13이닝 만에 40:10으로 허정한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김경률과 대결한 멕스도 22:14(14이닝)로 앞서면서 벨기에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결승에서 벨기에는 터키를 어렵게 꺾고 올라온 독일을 2-0으로 제압하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한국이 팀챔피언십에서 6년째 붙박이로 8강에 진출하면서 유럽에 머물러 있던 캐롬 3쿠션은 아시아권으로 급격하게 확장되는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이 시기에 한국의 선전과 함께 아시아권에서는 베트남이 신흥 3쿠션 강호로 태동을 시작했다.

베트남은 팀챔피언십 입상은 못 했지만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베트남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고, 2011년 마쑤언끙에 이어 2013년에는 응오딘나이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성적을 올리면서 응우옌꾸억응우옌과 쩐뀌엣찌엔 등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오는 밑거름이 만들어졌다.

왼쪽 위부터 2015년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허정한-조재호, 2015년 우승으로 4연패를 달성한 벨기에의 쿠드롱-멕스, 2015년 대회 시상식.  사진=Dirk Acx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5년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허정한-조재호, 2015년 우승으로 4연패를 달성한 벨기에의 쿠드롱-멕스, 2015년 대회 시상식. 사진=Dirk Acx

韓 2015년 사상 첫 결승 진출 성공… ‘쿠드롱-멕스’ 벨기에, 4연승 달성

한국은 2015년 팀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연장 승부 끝에 네덜란드를 꺾고 마침내 결승 관문을 넘어섰다.

A, B 두 팀이 출전한 한국은 A팀에 허정한과 조재호, B팀에 조치연(안산체육회)과 김형곤(프로 이적)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두 팀은 모두 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8강에서 A, B팀이 대결했고, 조재호-허정한이 나란히 승리를 거둔 A팀이 준결승전에 올라갔다.

‘세계 최강’ 야스퍼스가 버티고 있는 네덜란드는 지난 2014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년 연속 결승에 도전했다.

2014년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8강에서 한국을 간발의 차로 꺾고 준결승에 올라간 바 있다.

조재호-허정한을 앞세워 7년 연속 본선 8강에 올라갔던 한국은 네덜란드와 박빙의 승부 끝에 아쉽게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8강전에서 야스퍼스와 대결한 허정한은 19이닝 만에 38:40으로 졌고, 조재호는 배리 반비어스에게 33이닝 만에 39:40으로 분패했다.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한국은 1년 만에 네덜란드와 준결승전에서 재대결을 벌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야스퍼스는 허정한을 22이닝 만에 40:27로 꺾고 결승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조재호가 반비어스를 20이닝 만에 40:32로 제압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스카치더블 방식의 연장전에서 한국은 초반에 5:8로 뒤지다가 9:8로 역전한 뒤 13:10으로 승기를 잡아 12이닝 만에 15:10 승리를 거두었다.

대회 직전 김경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비통해 있던 한국 선수단은 “김경률 선수를 위해 꼭 우승하겠다”라고 굳게 다짐한 뒤 출국해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결승전 상대는 팀챔피언십 3연패를 달성한 벨기에. 한국은 최강 벨기에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고 연장전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조재호는 무패 행진을 거듭하던 쿠드롱을 21이닝 만에 40:33으로 꺾었고, 허정한은 멕스에게 25이닝 만에 32:40으로 아깝게 져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연장전에서 한국은 첫 타석에 5점을 합작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벨기에가 7득점과 6득점으로 응수하면서 5:13으로 크게 뒤졌고,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11:13까지 추격했다.

아쉽게도 벨기에가 먼저 남은 2점을 득점해 경기는 11:15로 마무리되었다.

한국은 김경률을 필두로 최성원, 허정한, 이충복, 조재호 등이 활약하며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본선 진출과 4강 3회, 준우승 1회 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유럽 최강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가 세계랭킹에서도 벨기에와 독일에 이어 3위까지 올라가면서 3쿠션 강국으로 입지를 굳게 다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6년 대회에서 1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 2016년 대회 시상식  사진=Ton Smilde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6년 대회에서 1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 2016년 대회 시상식, 한국의 김행직, '쿠드롱-멕스'의 무적신화를 마무리한 터키의 체넷-사이그너. 내리막이 시작된 세계 최강 벨기에.  사진=Ton Smilde

2016년 8년 만에 예선 탈락한 한국… 네덜란드, 16년 만에 우승

한국은 2016년 팀챔피언십에서 8년 만에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예선에서 프랑스, 그리스 등 강호와 대결한 한국은 1무 1패로 아쉽게 탈락했다.

김행직(전남)과 김재근(프로 이적)이 대표로 출전한 한국은 프랑스와 첫 경기에서 김행직이 제러미 뷰리에게 19이닝 만에 23:40으로 패했고, 김재근도 제롬 바베용에게 23이닝 만에 34:40으로 져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먼저 열린 경기에서 프랑스는 그리스에 0-2로 져 1승 1패로 예선을 마친 상태였고, 그리스는 1승을 안고 한국과 마지막 대결을 벌였다.

1패로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은 그리스와의 승부에서 무조건 이겨야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김재근이 21이닝 만에 40:33으로 그리스의 코스타스 코크코리스를 꺾었지만, 김행직이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에게 28이닝 만에 38:40으로 단 2점 차 패배를 당하면서 1무 1패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 해 4강은 5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벨기에와 4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한 터키, 3년 연속 4강을 달성한 네덜란드, 1997년 준우승 후 무려 19년 만에 4강 무대를 밟은 오스트리아의 4파전이 벌어졌다.

벨기에는 라이벌 터키와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터키는 2010년과 2011년 우승을 차지했으나 2014년과 2015년에 연속으로 4강에서 벨기에에 졌고, 이번 대회 4강에서 3회 연속 맞대결을 벌였다.

쿠드롱과 멕스의 세계 최강 듀오는 이날 준결승 전까지 팀챔피언십에서 5년 동안 22승 1무로 무패행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준결승에서 벨기에는 터키에게 두 경기를 모두 져 0-2로 패하며 결국 무적신화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터키의 세미 사이그너는 멕스를 11이닝 만에 40:19로 꺾었고, 체넷도 쿠드롱을 상대로 16이닝 만에 40:30으로 승리하며 역사적인 승부를 기록에 남겼다.

이 경기 이후 벨기에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쿠드롱-멕스’ 듀오의 활약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결승에서는 터키와 네덜란드가 대결했다. 야스퍼스와 장 반에르프가 출전한 네덜란드는 준결승전에서 오스트리아를 2-0으로 가볍게 누르고 결승에 올라왔다.

네덜란드는 지난 1999년 마지막으로 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5차례 결승에 올라왔지만, 모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모든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이끈 야스퍼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었다. 야스퍼스는 이번 경기에서 터키의 최강자 사이그너를 상대했다.

두 선수 모두 중요한 승부였기 때문에 신중하게 경기가 진행되었고, 33이닝까지 긴 대결을 벌인 끝에 야스퍼스가 40:26으로 승리를 거두고 16년 만의 팀챔피언십 우승을 견인했다.

반에르프도 체넷을 16이닝 만에 40:12로 꺾어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1998년과 1999년에 연속 챔피언에 올랐던 네덜란드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3승을 기록했고, 이 우승이 팀챔피언십 마지막 우승이다.

네덜란드는 이후 2019년에 터키와 다시 결승에서 맞붙었지만 0-2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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