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여자 프로당구 LPB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 차지... '748일 만에 정상 탈환'

지난 4일 밤 시즌 6차 투어 결승에서 강지은 세트스코어 4-1로 꺾어

"지난 3년 동안 모든 노력과 고생을 보상 받은 느낌. 너무 행복해" 소감 밝혀

'당구 여제' 김가영(신한금융투자)이 여자 프로당구 LPBA 투어에서 2년여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이용휘 기자
'당구 여제' 김가영(신한금융투자)이 여자 프로당구 LPBA 투어에서 2년여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당구 여제' 김가영(38·신한금융투자)이 여자 프로당구 LPBA에서 2년여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748일 동안이나 이어졌던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도 깨졌다.

지난 4일 저녁 9시 30분에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여자 프로당구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세트스코어 4-1로 강지은(29·크라운해태)을 꺾고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3전 4기의 우승. 김가영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지만, 현실은 맞아떨어졌다.

김가영은 LPBA 결승에서 세 번의 쓰라린 패배 후에 네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2019년 12월 19일에 처음으로 LPBA 투어에서 우승했던 김가영은 이후 세 차례 올라간 결승에서 모두 패하며 뜻밖의 준우승 악몽에 시달렸다.

김가영은 당구선수로 20년 넘게 활동하며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결승전을 치렀다.

포켓볼 선수 시절에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했고, 미국 WPBA 프로 투어를 비롯해 각종 세계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전 세계 당구선수 중에서 김가영만큼 결승에 자주 올라간 선수도 많지 않다. 그만큼 김가영은 어떤 선수보다도 마지막 승부에 강한 베테랑이다.

결승전에서 경기하는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에서 경기하는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결승전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결승전 경기 장면. 사진=이용휘 기자

그러나 LPBA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김가영은 선수경력을 통틀어 처음으로 결승전에서 연속 세 번이나 패했다.

투어가 열릴 때마다 김가영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첫손가락에 꼽혔지만, 치고 올라오는 후배 선수들의 거센 도전에 부딪혀 애를 먹었다.

월드챔피언십을 포함해 19차례 투어에 나서는 동안 우승은 단 1회. 이후 세 차례 더 결승에 올라가 결승전 연속 3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첫 시즌 3차 투어 결승에서는 이미래(TS샴푸)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졌고, 다음 해에 열린 월드챔피언십에서는 김세연(휴온스)에게 2-4로 분패해 우승상금 1억원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이번 시즌 개막전 결승도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에게 1-3으로 패하면서 김가영에게 생각지 못했던 준우승 징크스가 생겼다.

하지만, 김가영은 꾸준하게 3쿠션 실력이 늘고 있었다. 첫 시즌에 전체 애버리지 0.860을 기록했던 김가영은 다음 시즌에는 0.899로 올라갔고, 이번 시즌에 여섯 차례 투어에서 1.045를 기록하며 현재까지 애버리지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과거 혈혈단신으로 대만까지 건너가 포켓볼을 배울 만큼 당구에 대해 열정이 강하고 그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진 김가영이, LPBA에 출전하기 위해 3쿠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록 결승전에서 연속 3번 패하면서 깊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당구 여제'가 이를 깨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 결국, 김가영은 2년 16일 만에 여제의 자리에 복귀했다. 

김가영과 결승에서 대결한 강지은.  사진=이용휘 기자
김가영과 결승에서 대결한 강지은. 사진=이용휘 기자
뱅킹을 준비하는 강지은(왼쪽)과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뱅킹을 준비하는 강지은(왼쪽)과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이번 결승 상대는 투어 통산 2승을 거둔 강지은이었다. 김가영은 지금까지 강지은과 투어에서 대결한 적은 없지만, 팀리그에서는 여러 차례 맞붙었다.

두 선수는 팀리그에서 2년 동안 7번 대결해 5승 2패로 강지은이 우세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7월 14일 열린 팀리그 2라운드 경기 여자단식전에서 김가영이 6이닝 만에 11:6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11점 치기로 한 세트만 경기하는 팀리그와 7전 4선승제의 투어 결승은 다르지만, 상대전적에서 패배가 많은 김가영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

결승전 1세트에서 김가영은 6이닝까지 점수를 내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강지은도 단 2득점에 그쳤다.

김가영은 7이닝 2득점타로 포문을 열고 8이닝 5득점과 9이닝 1득점 등을 엮어 8:4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모든 세트에서 김가영은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김가영은 1세트를 13이닝 만에 11:6으로 따낸 뒤 2세트도 17이닝 승부 끝에 11:6으로 승리했다. (2-0)

3세트는 9:6까지 앞서던 김가영이 막판 추격을 허용해 10:10 동점이 되었고, 13이닝에서 강지은이 먼저 세트포인트를 마무리하면서 10:11로 끝났다. (2-1)

두 선수 모두 4세트가 승부처였다. 김가영은 3:1로 앞선 4이닝에서 결정적인 4득점타를 성공시켜 7:1로 달아난 후 5이닝 1득점과 6이닝 끝내기 3득점으로 11:1 승리를 거두었다. (3-1)

5세트는 4이닝까지 7:6으로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김가영은 5이닝 공격에서 제각돌리기와 스리뱅크 샷으로 3점을 올린 다음 뒤돌려치기를 성공시키며 11:6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4-1로 강지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인터뷰를 하는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인터뷰를 하는 김가영.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우승자 김가영과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NH농협카드 최미경 부사장.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우승자 김가영과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NH농협카드 최미경 부사장. 사진=이용휘 기자

시상식 후 우승 인터뷰에서 김가영은 "지난 3년 동안 했던 모든 노력과 고생을 보상받은 느낌이다. 너무 행복하다"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첫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징크스라기보다는 중요한 순간에 망설이고 나를 믿지 못하고 준비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 이런 것들의 반복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결승전 경기는 "가끔 과몰입해서 남의 수구를 '약탈'해서 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실수가 나왔을 때 무너지지 않고 남은 4, 5세트를 잘 마무리했다. 점수를 준다면 한 7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3세트 오구 실수에 대해서 "내 수준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수를 하면 화가 많이 나는데 그게 컨트롤이 어렵다. 포켓볼에서는 한두 개 실수로 경기를 질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처음 3쿠션을 칠 때도 똑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또한, 평소 자신의 경기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3쿠션 사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 대한 고마움도 밝혔다.

우승자 김가영과 준우승자 강지은.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자 김가영과 준우승자 강지은. 사진=이용휘 기자
김가영의 우승을 축하하는 신한 알파스 선수와 구단관계자들.  사진=이용휘 기자
김가영의 우승을 축하하는 신한 알파스 선수와 구단관계자들. 사진=이용휘 기자

준우승자 강지은은 "너무 경기가 안 돼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오지 못한 것 같다"라며 "1세트가 가장 중요했는데, 1세트를 놓치고 끌려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은 상금 2000만원과 2만포인트를 받아 LPBA 시즌 랭킹 종전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강지은은 준우승상금 600만원과 1만포인트를 추가해 랭킹 2위 자리를 지켰다.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상'은 64강전에서 애버리지 1.90을 기록한 이미래가 받아 상금 200만원을 획득했다.

한편, 이번 대회 공동 3위는 차유람(웰컴저축은행)과 이우경이 올라 두 선수 모두 첫 4강 입상을 기록했다.

프로당구(PBA)는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팀리그 6라운드 경기로 일정이 이어진다.

개인투어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PBA 6차전과 LPBA 7차전이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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