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펜스, 3시간 13분 혈투 끝에 신정주 4-3으로 꺾고 '프로 첫 결승 行'

1-3으로 패색 짙던 신정주, 끈질기게 따라붙어 3-3 동점 만들어

6세트 마지막 레펜스의 스리뱅크 샷 빗나가며 7세트 기회 얻어

7세트 9:6 상황에서 신정주의 '스리뱅크 샷' 매치포인트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에디 레펜스(SK렌터카)가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에디 레펜스(SK렌터카)가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김도하 기자] 에디 레펜스(벨기에·SK렌터카)가 무려 3시간 13분 혈투 끝에 프로당구 투어에서 처음 결승 무대를 밟았다.

레펜스는 23일 오후 1시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 호텔에서 열린 '휴온스 PBA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신정주(신한금융투자)와 긴 승부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두 번의 스리뱅크 샷으로 인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레펜스가 놓친 스리뱅크 샷으로 신정주는 7세트에 갈 수 있었고, 신정주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놓친 매치포인트 스리뱅크 샷 때문에 레펜스는 잊을 수 없는 승리를 거두었다.

레펜스는 1세트를 패해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세트부터 내리 3연승을 거두고 3-1로 앞서 무난하게 결승에 올라가는 듯했다.

그러나 신정주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신정주가 5, 6세트를 차지하며 3-3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마지막 7세트에서 승부가 갈렸다.

개인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렸던 신정주는 강호 레펜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기 플레이를 하며 추격에 성공,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7세트에서 매치포인트 '스리뱅크 샷'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신정주는 당구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세트에서 신정주는 레펜스가 5이닝 타석에서 6점을 쳐 4:6으로 도망가자 6이닝에서 7점을 맞받아치며 11:9로 앞섰다.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레펜스가 7이닝 4점을 올려 13:11로 역전했으나, 8이닝에서 신정주가 4득점을 올려 15:13으로 1세트를 따냈다. (0-1)

2세트에서도 신정주는 1이닝 5득점, 2이닝 3득점 등으로 8이닝까지 9:7로 앞섰다.

그러나 9이닝 레펜스가 대거 7득점에 성공해 11:14가 되었고, 10이닝 타석에서 레펜스가 1점을 마무리하면서 15:11로 2세트를 승리했다. (1-1)

3세트에서는 레펜스의 샷이 정확하게 득점으로 연결되며 7-5-2-1 연속타로 4이닝 만에 15:5로 승리했다. (2-1)

4세트 초반에는 신정주가 1-2-3-3 연속타로 선전했다. 5이닝까지 9:7로 신정주가 앞선 상황, 이번에도 레펜스가 6이닝에서 연속 5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2:10으로 앞서던 레펜스는 8이닝 2득점, 11이닝 1득점으로 4세트를 마무리했다. (3-1)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신정주는 5세트 8이닝 6:6 동점 상황에서 연속 7득점을 올리며 13:6으로 달아났고, 13이닝 만에 15:7로 승리, 한 세트를 만회했다. (3-2)

극적으로 세트스코어 3-3을 만든 신정주는 11점 치기 마지막 7세트 9:6으로 앞선 상황에서 시도한 스리뱅크 샷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나가며 아깝게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지 못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극적으로 세트스코어 3-3을 만든 신정주는 11점 치기 마지막 7세트 9:6으로 앞선 상황에서 시도한 스리뱅크 샷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나가며 아깝게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지 못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6세트 승부는 더 치열했다. 마지막 한 세트를 남긴 레펜스와 6세트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신정주의 숨막히는 대결이 벌어졌다.

11이닝까지 레펜스가 연속해서 단타로 득점을 이어가며 11:5로 앞서 레펜스의 승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나 신정주는 12이닝 타석에서 6득점 동점타를 터트려 11:11을 만들었다.

레펜스가 2점을 더 달아나 13:11로 신정주의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신정주의 중요한 13이닝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레펜스는 역회전 스리뱅크 샷을 시도했고, 이 샷이 빗나가며 신정주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왔다.

신정주는 4점이 남아있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14이닝 공격에서 끝내기 4점에 성공하며 15:13으로 6세트를 따냈다. (3-3)

기울어져 가던 승부의 추가 다시 균형이 맞춰지면서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마지막 11점 치기 7세트에서 신정주는 3점, 4점, 2점 등을 득점하고 4이닝까지 9:6으로 앞섰다.

신정주는 7:6으로 팽팽하던 4이닝 타석에서 스리뱅크 샷을 성공시켜 2점을 보탰다.

승리까지 남은 점수는 단 2점. 신정주는 다시 한번 스리뱅크 샷을 시도했다. 이 공이 맞으면 신정주가 대역전 드라마를 쓰고 결승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제1적구를 정확하게 맞은 수구가 제2적구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치듯이 빗나갔다.

아깝게 득점에 실패하자 경기 내내 크게 표정 변화가 없던 신정주도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90년대 초반부터 오랜 선수 생활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레펜스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펜스는 자로 재듯 정확하게 대회전으로 1점을 뽑은 다음 역회전 스리뱅크 샷으로 2점을 더해 9:9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동점을 만든 레펜스는 뒤돌려치기를 시도, 아슬아슬하게 키스를 빼면서 10점째 득점에 성공했다.

다음 배치는 다시 뒤돌려치기. 레펜스는 제1적구를 두껍게 끌어서 정확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레펜스는 11:9로 7세트에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4-3)

신정주는 이번 대회에서 64강 한동우(TS샴푸), 32강 서현민(웰컴저축은행), 16강 이호영 등 국내 강자들을 꺾고 8강에 올라왔다.

8강에서는 우승 후보 1순위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 개인통산 2승에 도전했다.

아쉽게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승패가 뒤바뀌면서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노련한 레펜스를 상대로 3시간이 넘는 경기를 하면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신정주를 꺾고 결승에 올라간 레펜스는 처음으로 프로당구 PBA 투어 정상을 넘보게 되었다.

레펜스는 준결승 제2경기 조재호(NH농협카드)-다비드 자파타(블루원리조트) 경기 승자와 오늘(23일) 밤 9시 30분에 결승전에서 대결한다.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