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교 추종호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남서울대학교 추종호 교수. 사진=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KBF 당구 디비전 리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디렉터나 심판, 운영진, 혹은 출전 선수 외에도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남서울대학교 추종호 교수는 'KBF 당구 디비전 리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KBF 당구 디비전 리그'의 신설을 위한 자문과 평가 등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첫 디비전 리그인 축구 디비전 리그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추종호 교수가 당구 디비전 리그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구 디비전 리그와의 첫 인연이 궁금하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축구 디비전 리그를 시작하면서 총괄 PM으로 현장 평가와 자료수집, 정보처리 등 전체적인 페이퍼워크를 진행했다. 당시 축구 디비전 리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축구 같은 단체 종목뿐 아니라 개인 종목에서도 디비전 리그를 진행해보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대한당구연맹의 나근주 사무처장이 학교 후배라 제안하게 됐다.

 

왜 당구 종목을 디비전 리그로 포함시키고 싶었나?

처음에 당구, 바둑, 볼링 이렇게 세 종목에 대한 디비전 리그를 제시했는데, 일단 디비전 리그 종목이 되려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종목들이 지원조차 못 하고 있는데, 당구는 이미 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워낙 인프라가 넓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만한 종목이 없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종목을 선정하길 원했고, 축구 이외에 3종목을 추가로 선정할 당시 당구와 함께 야구, 탁구가 디비전 리그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데 디비전 리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스포츠 선수가 탄생하는 과정이 이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학교 체육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통로로 자연스럽게 디비전 리그가 이용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 축구 디비전 리그를 만들 당시 우리 동네 꼬마가 세계 무대를 휩쓰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당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에서 당구 잘 치던 꼬마가 D5, D4를 거쳐 D2, D1 리그에 스카우트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서는 모든 종목이 유·청소년 시기부터 스포츠클럽을 연계한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 스포츠로서의 당구에 있어서도 디비전 리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당구를 스포츠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BF 당구 디비전 리그에서는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

2020년 대한당구연맹 주관으로 시행된 '2020 KFB 디비전5 리그 만족도-중요도 분석(IPA분석)'의 책임 연구자로 활동했다. 각 시도 디비전 리그 담당자들과 수혜자들을 만나 현 KBF 당구 디비전의 현황과 가능성을 진단하는 일을 했다. 현재도 디비전 관련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와 함께 디비전 리그 수립에 있어 자문과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당구 디비전 리그는 어떻게 평가하나?

코로나19라는 펜데믹으로 모든 리그의 평가가 어려웠다. 현장 평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가능성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의 열정과 동호인들의 의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디비전에 참가하는 수혜자들의 디비전에 대한 인식이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아직 일반 대중들의 당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좀 더 필요한 것 같고, 대한당구연맹의 입장에서는 지역적 편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KBF 당구 디비전 리그가 열리고 있는 대회장.  사진=대한당구연맹 제공
KBF 당구 디비전 리그가 열리고 있는 대회장. 사진=대한당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평가를 바탕으로 당구 디비전 리그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당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라 디비전 리그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30대, 40대, 50대 남성 위주의 참여로만 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좀 아쉽다. 유소년이나 여성 동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현재 11명의 여성 동호인들이 선수로 등록되어 있는데, 내년에는 각 팀마다 여자 선수를 보유할 수 있도록 여성 선수끼리의 대결을 포함해도 좋을 것 같고, 혼성 대결 종목을 신설해도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세대를 연결하는 3세대 리그도 해보고 싶다. 할아버지-아버지-손자가 한팀으로 출전해 대결하는 컨셉인데, 다른 몇몇 종목에서는 이미 진행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 꼭 내 친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당구 인구의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전팀들이 각자의 단복을 맞춰 통일하면 좋을 것 같다. 몇몇 팀은 이미 작년부터 팀복을 맞춰 입고 출전 중이다. 지역의 후원을 받고 패치를 붙이는 등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축구의 경우, 디비전 초창기에는 후원을 못 받게 했으나 지금은 굉장히 활발히 지역 스폰서들과 지역 팀들이 연계해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디비전 리그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하나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각 종목의 협회와 지도자, 수혜자, 심판 등 모두가 통섭의 관점에서 디비전을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동호인들 스스로도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스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제 진단하는 과정이다. 차근히 밟아 나가다 보면 가능할 것이다. 영국은 승강제 리그가 안착하는 데 100년이 걸렸다. 우리는 10년이면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국의 당구선수 중에도 강자인이나 김행직 같은 선수들이 유럽 당구리그에서 활동을 했다. 유럽의 스포츠 리그가 지금같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문화적 차이다. 유럽의 스포츠 문화는 대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반면,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자생적이지 못했다. 프로 스포츠 역시 정부의 주도로 생겨났다. 그렇다 보니, 동호인들의 생활체육이 자리 잡을 여력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형 디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메커니즘만 잘 만들어낸다면, 우리 동네 꼬마가 스포츠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KBF 디비전 리그를 진행하는 디렉터나 심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혜자들에게 디비전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인식시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헌신적이고 봉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꼭 디비전 리그를 주말 낮에만 하라는 법은 없다. 필요하다면 윤통성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는 등 시스템과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주길 부탁한다.

 

KBF 디비전 리그에 참가하는 동호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당구연맹에서 밥상과 반찬은 다 차려놓았다. 즐기는 마음으로 디비전 리그에 부담 없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시대가 바뀌고 당구문화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스포츠계 역시 혁신과 개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 축구, 야구, 당구, 탁구 총 네 종목만 디비전 리그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작년 2020년 평가에서 당구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는 당구 동호인들이 스스로 이런 문화를 즐기고, 발전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후속 세대에게 쾌적하고 명문화된 당구 문화를 물려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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