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해촉할 만한 사정 있다고 보기 어려워", "선수위원들, 지위에 있다" 정해

남 회장이 주장한 '사단법인 고도의 자율성, 회장 재량권'도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

강자인 선수위원장 "당구선수에 대한 부당한 처우 계속 개선해 나갈 것"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강자인 선수위원장(왼쪽)과 남삼현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강자인 선수위원장(왼쪽)과 남삼현 회장. 빌리어즈 자료사진

[빌리어즈=김탁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선수위원회(위원장 강자인)가 선수위원 전원을 해촉한 당구연맹 이사회 결의의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승소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8월 24일 KBF 강자인 선수위원장과 이충복, 김행직 등 선수위원 13명이 제기했던 가처분신청에서 "선수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지위에 있음을 정한다"라고 판결하고, 선수위의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선수위는 지난 4월 28일 남삼현 회장이 KBF 이사회에 '선수위원회 전원 해촉'을 보고한 이후 4개월여 만에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번 가처분신청은 KBF 총회 부결로 일단락된 'KBF-PBA 상생협약' 과정에서 집행부와 선수위의 충돌 이후 남 회장이 선수위원 전원을 해촉하면서 발단되었다.

남 회장의 부당 해촉을 주장하던 선수위는 지난 5월 6일 변호사를 선임하고 "상생협약 과정의 불가피한 의견대립에 대해 남삼현 회장의 부족한 업무 이해를 바탕으로 체육단체의 중요한 요소인 선수위원을 전원 해임하는 것은 단체 질서 확립에 어긋난다"라며 이사회 결의를 무효화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그러자 남 회장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며 "선수위원 스스로 직무수행을 거부했고, 고도의 자율성이 보장된 사단법인의 회장에게 주어진 재량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 주장을 펼쳤다.

넉 달 동안 이어진 심리를 통해 재판부는 남삼현 회장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고, 선수위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선수위가 타당한 이유로 의견개진, 장외투쟁 등을 해왔기 때문에 남 회장의 주장처럼 직무를 태만히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선수위가 해촉될 만한)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남 회장이 주장한 '사단법인의 고도의 자율성과 회장 재량권'에 대한 판단도 앞서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남 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11월 선고에서 "임기 만료 전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것은 민법의 임의규정에 불과하고, 정관의 규정은 이사의 신분 보장 의미를 가지고 있어 단순히 주의 규정으로 볼 수 없다"라며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 인 사무집행 불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대법원판결을 인용해 "선수위원에 대한 해촉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고, 선수위원에게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정이 없는 이상 해촉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남삼현 회장)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이번 판결을 마무리했다.

강자인 선수위원장은 "합리적인 재판부의 판단에 감사한다. 더 활발한 선수위원 활동으로 당구선수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위원회 소속 선수 A씨는 "이번 판결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사단법인 운영이 고도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KBF의 주인은 선수인 만큼 선수위원들이 고도의 신분 보장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B씨도 "회장의 재량권을 주장하며 선수위원을 한순간에 모두 해임시킬 수 있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다. 이러한 황당한 발상으로 인해 KBF는 단체의 근간이 흔들렸다. 이번 사건은 선수위원 전원 해촉을 통한 조직사유화를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남삼현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 모두 중징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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