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여자 프로 당구선수'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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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여자 프로 당구선수' 최은지
  • 김민영 기자
  • 승인 2020.05.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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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만년 3등’이란 별명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제5회 하림배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전력도 있지만, 제6회 하림배 그랑프리 2위 이후 제7회, 제9회, 제10회 하림배 마스터스 3위, 2018년 국토정중앙배 3위 등 준결승의 고비를 넘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2년 정도 당구 큐를 내려놓고 다른 공부를 하는 사이 비슷했던 수준의 다른 여자 선수들은 이미 너무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LPBA로 이적한 후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최은지가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만나게 돼 반갑다. 지난 1월에 열렸던 PBA 7차전 결승전에서 김병호 선수를 너무 열심히 응원해서 그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김병호 선수가 우승했을 때 딸인 김보미 선수만큼 울던데.  

김병호 선수와 김보미 선수와 같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후 함께 살고 있다. 처음 당구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였던 사람들이라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다. 유일한 스승이자 아빠 같은 분이다. 진짜 아빠가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  

 

김병호 선수와의 인연이 당구와의 인연과 역사가 같은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당구를 시작하게 됐나? 

21살 때 대학교에 다니면서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한 대학교에서 개최한 포켓볼대회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우승을 했다.

당구장 사장님께 그 상장을 보여드렸더니 사장님께서 당구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냐며 당구를 정식으로 배워보라고 권유해 주셨다.

그때 사장님이 당구선수인 아는 형님을 소개해주셨는데, 그게 바로 김병호 선수였다. 그때부터 보미와 함께 당구를 배우게 됐다.  

 

처음부터 당구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당구를 시작한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처음에는 당구가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승부욕이 생기더라. 원래 전공은 건축인테리어다. 간호사 자격증, 피부미용사 자격증 등 그동안 따놓은 자격증도 많다.

그만큼 내 재능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제는 당구선수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구선수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대 초반에 김보미 선수와 같이 등록했다. 아마추어 활동을 하면서 성적을 냈는데, 다른 여자 선수들이 선수 등록을 하면서 선수로서 인정받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정식으로 당구선수로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대구연맹에서 선수로 활동하다가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당구선수를 하려면 서울이 좋을 것 같아서 김병호・김보미 선수와 같이 서울로 이적했다. 서울에 올라 온 건 4년밖에 안 됐다. 

 

서울 올라와서 어려움은 없었나? 

집값에 놀랐다.(웃음) 다행히 서울로 이적하면서 김치빌리아드 소속 선수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정직원으로 채용돼서 월급도 받고 한동안 독립해서 살 때는 월세까지 지원해 주셔서 감사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지난해 당구선수로서 큰 결심을 하고 프로당구로 이적을 했는데, 이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뭔가? 

우선 기존의 여자대회의 상금 규모와 비교할 수 없는 상금이 걸린 대회라는 거, 그리고 프로당구에 대한 기대감과 프로 당구선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컸다. 게다가 기존과 다른 경기 방식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동안 다른 여자 선수들에 비해 최은지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못했다. 특히 함께 지내는 김보미 선수가 2018년 먼저 WPBL(여자 프리미어 당구리그)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상실감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그동안 입상 성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랭킹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만년 3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3위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그에 비해 김보미 선수는 실력도 뛰어났고, 내가 간호사 자격증을 따느라 한 2년 정도 쉬는 사이에 실력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사실 보미가 유명세를 탈 당시에는 내가 너무 뒤처져 있어서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열등감도 있었다. 심지어 남들은 경기에 운도 잘 따르는데 나는 운도 그닥 내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운도 실력으로 이겨보자는 생각으로 노력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올라온 상태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해 어느덧 서른이라는 나이가 됐다. 조급함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어느 정도는 조급함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랑 또래인 강지은 선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임정숙 언니도 지난해에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않았나.

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꼭 성적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겠다.  

 

이제 LPBA 투어 두 번째 시즌이 곧 시작할 텐데, 올해 목표는? 

당연히 모든 선수가 그렇듯 목표는 우승이다. 지난 시즌에 최고 성적이 8강이었는데, 올해는 반드시 4강 이상 결승까지 진출하도록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본인이 파악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잘 잊어버린다. 패배했던 순간에는 너무 힘들고 속상하지만, 곧바로 털고 일어나는 편이다. 부정적인 기억에 오래 사로잡혀 있지 않는다.  

단점은 카메라 울렁증이 좀 있다. 이전까지 잘하다가도 방송 경기에만 들어가면 긴장이 많이 돼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한다.

예전에 김보미 선수와 8강전에서 만났는데, 내가 유독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걸 아는 김보미 선수가 오히려 쉬는 시간에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다독여줬다.

덕분에 다시 집중해서 시합에 전념할 수 있었다. 비록 1점 차이로 지기는 했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번 시즌에서 꼭 4강에 올라가서 극복했는지, 안 했는지 보여주겠다.

 

김보미 선수와 대회에서 상대 선수로 만나면 어떤가? 김병호 선수는 누굴 응원할지 입장 곤란할 거 같은데.  

아빠한테는 보미나 나나 똑같은 딸일 거다. 오히려 나한테 더 보미 이기고 오라고 응원해주시기도 한다. 예전에 잔카대회 때 보미한테 지고 그 뒤에 열린 서울연맹 대회에서 내가 보미를 이겼다.

그때 아빠가 “잘했다, 이번에는 니가 이길 줄 알았다”고 응원하고 축하해 주셨다. 누가 이기든 다 잘했고, 누가 지든 똑같이 위로해 주신다.  

 

올해 페리 큐에서 새로운 후원을 받게 됐다. 게다가 파랑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도 맺고.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고 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 좋은 성적 내도록 노력하겠다.  

 

올 시즌 PBA 투어에서 눈여겨 봐야 할 선수가 있다면? 

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여자 선수 중에서는 김보미 선수를 뽑고 싶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서현민 선수와 고상운 선수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마음 같아서는 김병호 선수가 한 번 더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사진=이우성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만약 LPBA 투어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이 선수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나? 

임정숙 선수. 요즘 너무 잘 친다. 언니가 뱅크샷도 잘 치고,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웃음) 반대로 꼭 만나고 싶은 선수도 있다. 보미. 결승에서 만나서 둘 중에 한 명은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당구선수는? 

프레데릭 쿠드롱. 그 선수의 공은 예술 같다. 뒤돌려치기를 할 때는 공이 심지어 이뻐 보이기까지 한다. 김치 소속 선수로 있을 때 쿠드롱에게 어려운 공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잘 알려줘서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하는 기술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느덧 20대가 다 지나가고 서른이다.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너무 늦지 않게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더 관심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꼭 우승하겠다는 약속 지키겠다.  

 

인터뷰·글=김민영 기자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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