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대의원 18명 중 17명 참석한 가운데 찬성 2, 반대 14, 기권 1로 상생협약안 부결

대의원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의견 돌아선듯"

선수위 총회 앞서 3번째 장외집회 얼어.... 총회장 입구에서 2시간가량 대기하며 선수의 뜻 전달해

남삼현 회장, 사퇴 의사 밝혔으나 몇몇 대의원 만류로 추후 결정하기로 입장 수정하기도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이 19일 오후 4시에 서울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2020년도 제2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상생협약안에 대해 부결 처리했다.  사진=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이 19일 오후 4시에 서울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2020년도 제2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상생협약안에 대해 부결 처리했다. 사진=김주석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KBF) 집행부가 프로당구협회(PBA)와 추진 중인 상생협약안이 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KBF 대의원총회는 19일 오후 4시에 열린 2020년도 제2차 임시총회에서 상생협약안에 대해 찬반 표결을 거쳐 14 대 2의 압도적인 표차로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17명은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찬성 2, 반대 14, 기권 1표 등을 행사했다.

KBF 총회가 상생협약 안건을 부결함에 따라 이사회를 통과하고 시행만 남아있던 KBF-PBA 상생협약은 원점으로 돌아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25일 남삼현 집행부가 총회를 패싱하고 밀실에서 협약을 체결한 이후 총회의 지적으로 논란이 점화되었다.

이후 선수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과열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총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라지면서 점입가경 양상으로 흘러갔다.

당초 총회에서는 이사회와 선수위원회의 팽팽한 대립 사이에서 의견이 둘로 나뉜 가운데 집행부의 의견을 존중하는 쪽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기명으로 진행한 이날 표결에서는 뜻밖에도 반대표가 쏟아졌다.

선수들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생협약 추진을 강행했던 남삼현 회장은 안건이 부결되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몇몇 대의원이 만류하면서 의사를 번복해 사퇴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수정하기도 했다.

무기명 투표에 찬성하는 대의원들.   사진=김주석 기자
무기명 투표에 찬성하는 대의원들. 사진=김주석 기자

이날 총회에는 KBF 재적대의원 18명 중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협약 안건 표결을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인 끝에 무기명 투표로 의결 절차를 진행했다.

남삼현 회장은 총회 서두에 "최근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당구 발전을 위해 진행했던 일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참담한 심정이다. 오늘 대의원 여러분들의 귀중한 의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상생협약 과정과 디비전사업 등 경과보고에서는 이견이 없었고, 상생협약 세부안을 다룬 심의안건 논의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려 논쟁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발언한 차동활 경기도대의원은 "상생협약은 총회가 나설 일이 아니고 집행부 고유의 권한이다. 총회에서 표결을 하는 것은 원칙에서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생협약이 부결되면) 당구 역사에 대의원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다"라며 지난 총회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대의원(대학당구연맹 회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받아쳤고, 계속해서 상생협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던 배동천 강원도대의원과 김태석 인천대의원도 "대한체육회 유권해석에 따라 총회가 논의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차동활 대의원이 "일반적인 계약 사항인데, 표결을 왜 거쳐야 하나"라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혼자 표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자 김진석 대구대의원은 "상생협약이 무슨 일반적인 사안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의원 사이에 상생협약안 찬반 표결이 정당한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박태호 수석부회장이 발언권을 얻어 의사발언을 하면서 잠시 소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10분간 정회 후에 표결이 진행되었다.

표결은 감사인 김종일 세종대의원이 서명한 투표지에 '가결'과 '부결'을 기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개표 후 남삼현 회장은 14 대 2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려 상생협약안이 부결되었음을 선언했다.

상생협약안 부결을 선언하는 남 회장.  사진=김주석 기자
상생협약안 부결을 선언하는 남 회장. 사진=김주석 기자

총회가 끝난 다음 대의원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남삼현 집행부의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한 대의원은 "선수위원을 모두 해임한 것이 자충수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대의원은 "본인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부분에서 대의원들 의견이 (부결로) 많이 돌아섰다"라고 말했다.

상생협약안에 대해 반대했던 한 대의원은 "상생협약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닌데, 사실을 왜곡 해석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이런 비겁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집행부를 질타했다.

한편, 이날 총회장 밖에서는 KBF 소속 선수 20여 명이 총회 결과를 기다리며 입구에서 대기해 눈길을 끌었다.

선수위는 총회에 앞서 오후 1시 30분경부터 1시간가량 대한체육회가 있는 올림픽공원 앞에서 3번째 장외집회를 개최했고, 집회 후에는 올림픽파크텔로 장소를 옮겨 총회의 부결 소식이 들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총회와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에 3번째 장외집회 개최한 선수위원회.   사진=김주석 기자
총회와 같은 날인 오후 1시 30분에 3번째 장외집회 개최한 선수위원회. 사진=김주석 기자

현장에서 부결 결과를 전해 들은 선수위 관계자는 "KBF가 지난해 직접 작성해 배포한 문서에 왜 상생협약을 하면 안 되는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이런 식의 상생협약은 KBF를 해체하자는 소리나 다름없다"라며 "총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선수도 "총회의 부결은 매우 당연한 결과이며, KBF와 선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선수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위는 앞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핵심 인물에 대해 사퇴 및 징계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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