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PBA-KBF 상생협약 맺고 '프로-아마추어' 역할 분담하기로

"KBF 디비전으로 아마추어 시스템 구축하면 더 많은 후원 끌어낼 것"

"한국이 종주국인 프로 스포츠를 완성해서 당구계 종사자 모두가 잘 먹고 살길 바래"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PBA 프로당구협회 장상진 부총재. 사진=김민영 기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PBA 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와 KBF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2월 25일 상생협약식을 열고 공동 발전의 길을 걷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PBA 투어 출범을 기점으로 전 세계 3쿠션 당구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당구 발전을 가로막던 첫 번째 장벽을 비로소 넘어서게 되었다.

아직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바르키)의 제재를 푸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가 남아있지만, 캐롬 중심국 한국 내에서의 불협화음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상생협약은 매우 의미가 깊다.

PBA 장상진 부총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역할이 분리되어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라고 말하며,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보다는 이제 프로는 프로대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대로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게 되면 당구계는 더 많은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고 당구산업도 크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장상진 부총재와 나눈 일문일답.

 

-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PBA-KBF 상생협약’을 맺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지난 1년 PBA 투어가 출범하고 이를 주관하는 브라보앤뉴와 PBA 프로당구협회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KBF나 당구인 여러분들이 잘 이해해 준 것 같고, 앞으로 한국 당구가 세계 중심에서 ‘당구 한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

아직 협약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는 있지만, 양 단체의 선수들이 제약없이 자유롭게 당구대회에 출전해서 프로 선수들은 이름에 걸맞은 무대 위에서 최고의 상금을 놓고 열심히 경쟁하고, 또 다른 프로 종목처럼 대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프로당구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마추어 당구도 KBF를 중심으로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해서 기존 국내외 사업의 시스템에는 방송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 KBF와 갑작스러운 상생협약 발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지난해 말에 KBF에서 먼저 연락을 해주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KBF는 지난해에 방송 송출이 잘 안 되면서 내부에서 잡음이 들렸다.

당구 전문 채널인 빌리어즈TV는 아마추어 당구 컨텐츠를 송출할 수 있기 때문에 KBF 입장에서는 가장 적합한 중계권 사업자다.

따라서 브라보앤뉴가 마케팅 대행을 맡고 빌리어즈TV가 중계권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상생협약은 그동안 PBA와 KBF의 불협화음 속에서 불거진 선수 수급 문제를 비롯한 아마추어 당구 활성화 문제를 모두 해결했고, 프로당구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당구 한류를 완성하는 분수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구산업과 당구계에 있는 모든 분들이 응원해주기를 부탁한다.
 

- PBA 투어로 선수들이 움직이면 KBF에는 아마추어만 남게 되는데, KBF는 앞으로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다행스럽게도 올해 초 KBF가 디비전 사업에 선정되면서 아마추어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자금 16억원을 대한체육회로부터 4년 동안 매년 지원받아 운영하게 되었다.

너무 잘 됐다. KBF는 어차피 그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결과 발표 전 대한체육회에 디비전 사업에는 당구가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어떤 종목보다도 당구의 아마추어 시스템에서 클럽화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데서 큰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당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캐롬, 포켓볼, 스누커 등 세부 종목을 모두 지원해야 해서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연간 16억원이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풀뿌리 생활체육부터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는 7부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KBF가 몇 부를 할지는 몰라도 아마추어도 전문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많은 당구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

PBA 프로당구협회와 KBF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2월 상생협약을 맺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PBA 프로당구협회와 KBF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2월 상생협약을 맺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 프로와 아마추어가 역할이 분담된 이후에 이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종목 사례가 있나

KGA 대한골프협회의 사례를 보면, 아마추어 대회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 기업들이 발전기금 몇억 원을 낸다고 줄을 서도 대회개최권을 안 준다.

아마추어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 효과가 엄청 크기 때문이다. 당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기업들은 아마추어 단체가 프로 흉내를 내면 후원을 안 한다.

과거처럼 프로를 흉내내서 3000만원, 5000만원짜리 대회를 만들면 기업들은 후원을 할 이유가 없다.

이런 구조는 유소년도 아니고 프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마추어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외면한다.

또한, KFA는 1년에 한국오픈 남자, 여자와 매경오픈 등 큰 대회 3개만 갖고도 방송과 마케팅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

미국도 아마추어 단체가 마스터스대회 하나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앞으로 KBF도 아마추어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면 더 많은 후원사와 미디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초중고 학생대회 같은 경우는 빌리어즈TV나 여타 방송사랑 잘 협의하면 되고, 이런 방향에 더 치중하는 것이 더 많은 스폰서를 유치하는 길이라는 데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상생협약이 당구의 스포츠 시스템이 구축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봐도 좋나

그렇다. 당구는 기존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시스템에 치중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 유소년과 아마추어는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들은 이제 안정적인 스포츠 시스템 안에서 프로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고,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아마추어에서만 꿈을 꿔도 지도자로 갈 수 있는 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BA 입장에서도 아마추어와 유망주들이 프로에 도전하면 월드 스누커처럼 20대 초반에 챔피언에 오르는 선수가 많이 나와서 팬과 스폰서에게 더 많이 투어를 어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상생협약과 그리고 디비전 선정은 당구의 선순환구조가 마침내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PBA의 최종 스텝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당구라는 종목이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게 투어든 산업이든.

그 가운데서 브라보앤뉴는 마케팅회사로서 한국이 종주국인 스포츠를 완성해서 브라보앤뉴만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당구계 종사자 모두가 당구로 잘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의 바람이다.

PBA의 입장에서는 캐롬 3쿠션은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산업과 시장이 한국에 형성되어 있는데, ‘한국 중심’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하다.

그렇다고 UMB를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캐롬만큼은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꼭 이것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으로 투어를 시작했고,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오래 하면서 우리가 어떤 프로퍼티를 갖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겠다는 과정에서 당구를 만나긴 했지만, 당구계 전체에 선순환구조가 형성되어 ‘당구 한류’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 당구를 선택하는 모두가 잘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구는 프로화의 성공을 위한 기본 요소인 선수, 경기장, 미디어와 후원사 등 이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약간 후진적이어서 완벽한 건 아니었지만 시장은 분명 세계 최고였고, 나머지는 프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조금 더 다듬어지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에 KBF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고, 프로선수가 나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당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이 잘 구분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당구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한다. 우리가 힘을 모아서 잘 만들어 한국이 전 세계 당구의 종주국, 그걸 기반으로 3쿠션 프로를 글로벌화시켜서 대한민국 중심의 새로운 당구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꼭 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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