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을 시작하고 2년 반 만에, 생애 첫 국제대회에 출전해 동메달까지 따내

"스스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이었던 송나경은 대한민국 주니어 당구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다.

송나경은 지난해 7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포켓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서서아와 함께 여자 복식 종목에서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포켓볼 강국인 대만에서, 대만의 쟁쟁한 유망주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따낸 메달이었다.

특히 포켓볼을 시작하고 2년 반 만에, 생애 첫 국제대회에 출전해 동메달까지 따낸 점이 주목된다.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미래의 포켓볼 여제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나는 날, 대회장 밖에서 만난 송나경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회장 당구대 앞에서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된 사랑스러운 미소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 오늘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매번 대회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다가 편안한 모습을 보니 딴 사람 같다.

시합 중에는 집중하느라 웃지를 않는데, 원래는 잘 웃는 편이다.  


- 우선 지난해 아시아주니어포켓볼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거 축하한다.  

감사하다.  작년에 제일 좋았던 일이었다. 올해도 또 좋은 성적 내도록 노력하겠다.  


- 당구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나.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갑자기 엄마가 당구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처음에는 취미처럼 시작했다.  


- 처음부터 포켓볼 종목을 선택한 건가.

그렇지는 않다. 처음에 엄마랑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주위에 3쿠션 당구클럽밖에 없었다.

오히려 3쿠션을 먼저 배울 뻔했는데, 우연히 지금의 선생님, 조필현 코치님을 만나게 돼서 포켓볼을 시작하게 됐다.
 

- 보통 주위에서 당구를 잘 아는 사람이 추천을 해주기도 하는데.

엄마랑 나는 정말 당구를 1도 모른 상태에서 당구를 배우기로 결정한 거라 주위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당구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도 없었는데 무작정 하겠다고 하고 덜컥 시작해 버렸다.
 

- 당구선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선뜻한다고 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재미있을 거 같았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는 거니까 호기심에 시작했다. 그러다 포켓볼이 점점 재미있어졌고, 6학년이 되면서 포켓볼 선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 당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2년 반 만에 국제대회 국가대표로 출전해 메달까지 따왔다. 기분이 어떤가.

너무 좋다. 처음으로 해외로 정식 시합을 나가는 거라 무척 설레고 떨렸다.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 

-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같이 출전한 서아 언니가 옆에서 잘 챙겨 줬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선생님이 문자로 ‘잘하려고 하지 말아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라, 서서 생각하고 엎드려서 쏴라’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 주셔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시합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공과 나’ 이렇게 둘밖에 없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공만 보였다. 그렇게까지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놀라웠고,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 첫 국제대회인데, 부담스럽거나 두렵지는 않았나.

그 대회에 서서아, 서영원, 장빈, 그리고 나 이렇게 남자 2명, 여자 2명이 국가대표로 선발전을 통해 뽑혔는데, 그중에 같이 훈련하는 서영원 오빠가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됐다. 영원 오빠가 대회 경험이 많아서 계속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고, 챙겨줬다.

또, 선생님이 가기 전부터 남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거나 잘하라고 하셔서 대만 선수들이나 다른 상대 선수들 신경 안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 그동안 훈련했던 걸 다 발휘했다고 생각하나. 

계속 멘탈을 잡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첫 국제대회라 그런지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집중도 잘 안돼서 훈련한 만큼의 실력은 다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대회였던 것 같은데.

맞다. 특히 복식으로 같이 출전한 서아 언니가 시합 들어가서도 다양한 조언을 많이 해줘서 게임 운영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 그동안 꾸준히 성적을 내고, 학생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 왔다.  

6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서 첫 메달을 땄다. 그 뒤로 국토정중앙배, 종별학생선수권 등 출전한 대회에서는 거의 대부분 입상을 했다. 하지만 우승은 작년에 열린 국토정중앙배 당구대회에서 처음 했다.  


- 처음 포켓을 취미로 시작했을 때와 선수로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 지금, 포켓볼이 여전히 재미있나.

지금은 재밌을 때도 있지만, 재미없을 때도 있다. 공이 잘 들어가고 내가 생각한 대로 공이 딱딱 갈 때는 성취감이 너무 좋은데, 내 마음처럼 공이 안 들어가거나 시합이 잘 안 풀리면 너무 속상하다.
  

- 요즘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멘탈 잡는 것. 7번, 8번 공을 넣고 9번 공과 가까워질수록 너무 떨린다. 욕심이 생기니까.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멘탈 잡고 감정을 추스르고 욕심을 버리는 게 당구에서 가장 어렵다.  


-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은.

포커페이스가 잘 된다. 그리고 계속 마음속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 당구 훈련 외에 다른 훈련도 병행하나. 

당구가 계속 한쪽으로만 엎드려서 치는 운동이다 보니 몸의 균형이 틀어지지 않도록 PT를 꾸준히 받고 있다.  


- 올해 중3이 됐는데,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세계주니어대회 우승이다. 열심히 하면 뭐든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국가대표로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갈 수 있을지 몰랐다. 엄청 가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선발전에서 9번 공까지 치고는 깜짝 놀랐다.
 

- 당구선수인 송나경을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친구들은 내가 당구 치는 걸 신기하게 생각한다. 친구들은 포켓볼이 뭔지도 잘 모른다. 그래도 시합이 있을 때마다 진짜 열렬하게 응원을 해준다.

대만으로 시합 가기 전에 시험 기간이라 시험 보자마자 놀지도 못하고 훈련하는 거 보고 엄청 불쌍해했는데, 막상 대만으로 시합 갈 때는 다들 부러워했다.  

- 같은 주니어 선수 중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나.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든 공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 가장 좋아하는 당구선수는 누구인가.

에프런 레이즈다. 당구를 정말 즐겁게 치는 선수다. 당구를 칠 때 카리스마 있는 것도 본받고 싶고, 공을 생각하는 대로 딱딱 보내는 수구 컨트롤도 배우고 싶다. 무엇보다 즐겁게 당구 치는 걸 정말 본받고 싶다.  


- 어떤 포켓볼 선수가 되고 싶은가.

포켓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관심 갖는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지금은 비록 어리지만, 진짜 잘 쳐서 세계 챔피언이 돼서 포켓볼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김연아 선수가 비인기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든 것처럼 나도 많은 사람들이 포켓볼을 좋아하게 만들고, 포켓볼을 부흥시키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또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인터뷰·글=김민영 기자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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