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산체스, 결승서 28이닝 만에 50:35로 야스퍼스 꺾고 '3년 만에 우승'

경기 중반 터진 연속 7득점 결정타와 막판 '하이런 10점' 쐐기타로 단숨에 승부 뒤집어

"2년 동안 최종예선부터 뛰었기 때문에 우승 간절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감사한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가 2020 안탈리아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가 2020 안탈리아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세계랭킹 15위)가 마침내 안탈리아 당구월드컵 챔피언에 오르며 '3쿠션 사대천왕'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산체스는 한국시간으로 22일 밤 10시에 터키에서 열린 '2020 안탈리아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세계 최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1위)를 28이닝 만에 50:35로 제압하고 3년 만에 값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에서 산체스는 경기 초반 4번의 타석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해 야스퍼스에게 주도권을 내주 내내 어려운 경기를 했다.

산체스의 큐가 침묵을 지키는 사이 야스퍼스는 5-5-4-2 연속타로 점수를 8:17까지 벌렸다.

전반전 말미에 살아난 산체스는 7이닝부터 4-6-2점을 올린데 힘입어 12이닝에서는 18:19까지 쫓아갔다.

경기 중반에는 야스퍼스를 사정권 안에서 추격하며 서서히 기회를 옅보았다가 20이닝 타석에서 대거 7점을 보태 34:34 동점을 만들었다.

산체스의 7점짜리 한 방은 경기 분위기를 빼앗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산체스는 21이닝 타석에서 3점을 올려 37:34로 전세를 뒤집었다.

산체스는 어렵게 잡은 주도권을 끝까지 내주지 않았다. 야스퍼스의 잘나가던 큐는 갑자기 둔해져 이후 7번의 공격에서 단 1점에 그치는 최악의 플레이를 했다.

그사이에 산체스는 '하이런 10점'에 성공하고 단숨에 49:35로 달아나 마침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는 산체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는 산체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산체스의 연속 7득점과 하이런 10점 등 2방의 결정타가 터지면서 큰 점수로 역전 당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아쉬운 듯 당구대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산체스의 연속 7득점과 하이런 10점 등 2방의 결정타가 터지면서 큰 점수로 역전 당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아쉬운 듯 당구대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산체스의 당구월드컵 우승은 지난 2017년 룩소르 대회 이후 3년 만이다. 2017년 룩소르 결승전에서도 산체스는 야스퍼스를 단 10이닝 만에 40:28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당시 산체스는 2016년 세계선수권 우승과 룩소르 당구월드컵 우승 등의 성적으로 야스퍼스를 2위로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를 달렸다.

한동안 왕좌를 차지하며 3쿠션 세계 일인자로 군림하던 산체스는 이후 부상과 수술 등의 악재로 인해 대회에 불참하거나 조기 탈락하는 부진이 겹친 탓에 3년 동안 끝없이 추락했다.

지난 2018년 중순에 세계랭킹 13위까지 내려갔던 산체스는 그해 10월에는 17위까지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는 '톱랭커 14'에서도 밀려나면서 2년 동안 최종예선(Q) 라운드에 출전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올해 UMB 세계캐롬연맹(회장 파룩 바르키)이 발표한 첫 번째 세계랭킹에서 산체스의 순위는 19위였다.

지난 1월에 열렸던 스페인 내셔널 챔피언십 우승 성적이 세계랭킹에 합산되며 다소 오른 15위에 랭크되어 있었지만, 산체스의 부활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최근에는 오랫동안 써왔던 큐까지 바꾸었던 터라 적응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직전 열린 유러피언3쿠션팀챔피언십에 스페인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였다.

산체스는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의 8강 승부와 난적 김행직(전남)과 대결한 준결승전에서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왔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산체스는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의 8강 승부와 난적 김행직(전남)과 대결한 준결승전에서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왔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한 산체스와 축하하는 야스퍼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한 산체스와 축하하는 야스퍼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이번 안탈리아 당구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산체스는 2전 전승, 평균득점 2.285의 성적으로 종합순위 1위로 32강 본선 리그에 진출했다.

32강 본선에서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해 다소 무뎌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어렵게 조 2위로 올라온 본선 16강 토너먼트에서 한국의 김준태(경북)를 32이닝 만에 50:38로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는 라이벌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27이닝 만에 50:42로 꺾고 2년 만에 당구월드컵 준결승에 진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김행직(전남)과의 준결승전은 경기 막판에 역전을 허용해 패색이 짙었지만, 김행직의 실수 이후 얻은 기회에서 끝내기 4득점에 성공하며 50:48(24이닝)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 상대였던 야스퍼스와는 이번 대회 전까지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총 6번 대결해 3승 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야스퍼스는 상대가 없을 정도로 화려한 득점포를 과시하며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올라왔기 때문에 산체스에게는 힘겨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예상대로 산체스는 막판까지 계속해서 야스퍼스의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20이닝에서 터진 결정타 7득점과 26이닝 쐐기타 10득점으로 야스퍼스를 잠재우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만의 부활'을 알린 산체스. 오랜 만에 당구월드컵 시상대 우승 자리에 올라간 산체스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3년 만의 부활'을 알린 산체스. 오랜 만에 당구월드컵 시상대 우승 자리에 올라간 산체스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한나/코줌인터내셔널

결승전 후 MBC스포츠플러스와 인터뷰를 한 산체스는 "지난 2년 동안 Q라운드를 뛰어야 했기 때문에 우승이 간절했다. 결승전에서 너무 떨렸지만,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에는 아버지가 아프셔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주셔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산체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80점을 받아 종전 202점에서 274점으로 크게 오르며 세계랭킹 6위로 복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샤름 엘 셰이크에 이어 2회 연속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왔던 야스퍼스는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쳐 통산 26승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산체스는 당구월드컵 통산 13승을 기록하고 우승상금으로 1만6000유로(한화 약 2100만원)를 받았다.

UMB 3쿠션 당구월드컵은 오는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에서 다음 대회가 개최되며, 그에 앞서 3월 5일부터 8일까지는 독일 피어센에서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 '2020 안탈리아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 경기결과

다니엘 산체스 50(28이닝)35 딕 야스퍼스


<최종 순위>

1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Avg. 1.879 / H.R. 12
2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2.276 / 12
3  김행직(한국) 1.827 / 13
3  무랏 나시 초클루(터키) 1.605 / 10
5  응오딘나이(베트남) 2.011 / 12
6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1.825 / 14
7  응우옌쩐탄투(베트남) 1.525 / 11
8  응우옌꾸억응우옌(베트남) 1.519 / 11
9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 1.618 / 6
10 김준태(한국) 1.549 / 10
11 조명우(한국) 1.784 / 11
12 조재호(한국) 1.779 / 9
13 세미 사이그너(터키) 1.738 / 17
14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1.733 / 13
15 마틴 혼(독일) 1.489 / 8
16 쩐뀌엣찌엔(베트남) 1.803 / 13


경기결과 제공=큐스코/UMB 세계캐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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