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서 '하이런 17점포' 터진 체넷(터키)에게 1:23 열세 딛고 대역전 우승
2017년 이후 2년 만에 세계 정상 차지... '31년 묵은 亞 최다 우승(3회)' 고바야시와 타이 기록
2017년 '포르토-청주' 연속 우승, 2019년 '포르토-베겔' 연속 결승행... 韓 월드컵 최다 결승(5회) 달성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한국의 김행직(전남·28)이 네덜란드 베겔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행직은 지난 27일 새벽에 끝난 '2019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터키의 뤼트피 체넷에게 1:23의 열세를 딛고 40:35(21이닝)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통산 세 번째 당구월드컵 정상에 올라섰다.
앞서 7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포르토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2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김행직은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에게 21이닝 만에 36:40으로 아깝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연속 결승에 올라 정상에 재도전한 김행직은 경기 초반에 하이런 17점포를 얻어맞고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해 마침내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었다.
김행직은 결승에서 맞붙은 체넷에게 1:4로 뒤진 3이닝에서 대거 17득점을 허용하고 1:21로 전반전을 마쳤지만, 후반전에 김행직이 중거리타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 따라붙으면서 끝내 결과가 뒤집혔다.
김행직은 3:24로 크게 점수가 벌어진 후반전, 6이닝 공격부터 총 16번의 타석 중 15번을 득점하며 대역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특히, 26:33까지 쫓아간 16이닝부터 17이닝과 18이닝에서 연속해서 3득점씩 모두 9점을 보태면서 32:33, 35:33으로 역전한 순간은 이번 결승전 최고의 승부처였다.
또한, 그보다 앞서 12:29로 17점 뒤진 김행직이 10이닝 공격에서 2-6-3-1 연속타로 쫓아가는 동안 체넷의 큐가 4연타석 침묵을 지키며 24:29까지 점수 차가 좁혀진 것도 김행직이 막판 역전의 불씨를 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후구였던 김행직은 체넷이 35:35로 동점을 만든 19이닝 공격에서 귀중한 2득점을 올리며 37:35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고, 20이닝에서 2점을 더해 39:35로 승기를 잡았다.
다잡았던 우승을 눈앞에서 허망하게 놓칠 위기에 놓이게 된 체넷은 막판 20이닝과 21이닝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실패하며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결국, 21이닝 후구에서 김행직이 남은 1점을 득점에 성공하고 통산 세 번째 월드컵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행직은 32강 리그전에서 조재호(서울시청)와 베트남의 응오딘나이에게 연달아 져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의 브라이언 크누센이 응오딘나이를 28이닝 만에 40:24로 잡고, 마지막에 김행직이 크누센을 15이닝 만에 40:24로 꺾어 3명 모두 1승 2패가 되면서 평균득점 2.075를 기록한 김행직이 16강 마지막 티켓을 어렵게 따냈다.
16강에서 다시 대결한 조재호를 24이닝 만에 40:30으로 꺾은 김행직은 8강에서는 강호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전반전 7:20의 점수 차를 후반전 세 차례 연속 6득점으로 뒤집어 18이닝 만에 40:30으로 승리하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당구월드컵 4강에 처음 올라온 응우옌득안찌엔(베트남)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22이닝 만에 40:38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김행직은 지난 2017년 포르토와 청주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당구월드컵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3쿠션 사대천왕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구월드컵 2회 연속 우승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2년 만에 다시 '포르토-베겔' 연속 결승행에 성공한 김행직은 한국 선수 최다 결승 진출(5회) 달성과 동시에 31년이나 묵은 아시아 선수 최다 우승(3회)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은 김행직(5회), 조재호(4회), 고 김경률(3회), 최성원·강동궁(2회) 등이 당구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우승에 도전했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종전까지 일본의 고바야시 노부아키가 지난 8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을 꺾고 처음으로 월드컵을 차지하고, 네덜란드 발켄버그(86년)와 벨기에 안트워프(88년)에서 두 차례 더 우승하며 최다 우승(3회) 기록을 보유했다.
김행직은 포르토(2017년), 청주(2017년)에 이어 이번 베겔 대회 우승으로 고바야시의 아시아 3승과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체넷은 포르토 당구월드컵 4강에서 야스퍼스에게 승부치기 끝에 0:1로 패하며 공동 3위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 8강에서 재대결한 야스퍼스를 16이닝 만에 40:3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다크호스'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에게 31이닝 만에 40:39로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2012년 이집트 후르가다에서 열린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 생애 첫 타이틀에 도전했던 체넷은 당시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고, 7년 만에 다시 결승에 진출해 사상 첫 우승에 도전했다.
결승전에서는 3이닝에서 터진 '하이런 17'로 한때 23:1까지 점수가 벌어져 체넷의 우승이 가시화되는 듯했지만, 당구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 경험이 있던 김행직의 뛰어난 경기운영에 막혀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92위였던 안토니오 몬테스는 '세계 2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비롯해 당구월드컵 챔피언 쩐뀌엣찌엔(베트남, 8위), 롤랜드 포툼(벨기에, 22위) 등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꺾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몬테스는 8강에서 자네티에게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어 21:4로 앞서고 이어서 후반 막판 3-1-1-6-1 연타로 21이닝 만에 40:22 대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김준태(경북)가 32강 리그전을 통과하고 16강에 진출하는 활약을 펼쳤다.
야스퍼스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당구월드컵 최고 하이런 타이기록 '24득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자 김행직은 우리돈으로 약 2000만원을 받았고, 준우승자 체넷은 약 1300만원, 공동 3위 응우옌득안찌엔과 몬테스는 상금 780만원을 획득했다.
3쿠션 당구월드컵이 10년 만에 네덜란드에서 부활한 가운데 오는 2020년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두 번째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 '2019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경기결과
<결승>
뤼트피 체넷 35(21이닝)40 김행직
<준결승>
김행직 40(22이닝)38 응우옌득안찌엔
뤼트피 체넷 40(31이닝)39 안토니오 몬테스
<8강>
뤼트피 체넷 40(16이닝)30 딕 야스퍼스
안토니오 몬테스 40(21이닝)22 마르코 자네티
에디 멕스 30(18이닝)40 김행직
토브욘 블롬달 32(22이닝)40 응우옌득안찌엔
경기결과 제공=코줌큐스코/UMB 세계캐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