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챔피언전에서 져서 아쉬움이 컸는데, 복수해 기분 좋아"
지난 결승전 대결에서 2점 못 쳐서 진 기억 계속 떠올라
강한 선수 만나면 집중력 더 좋아져...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 임해"

준결승 경기 후 미디어룸에서 인터뷰하는 강민구.  사진=PBA 프로당구협회 제공
준결승 경기 후 미디어룸에서 인터뷰하는 강민구. 사진=PBA 프로당구협회 제공

[빌리어즈=김민영 기자] 강민구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꺾고 프로당구 투어 4차전 'TS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에 올라갔다.

강민구와 83년생 동갑내기인 카시도코스타스는 10대부터 두각을 나타내 3회 연속 주니어 세계 챔피언을 지냈고, 21살의 나이에 성인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2년 연속 진출하는 등 '3쿠션 사대천왕'의 뒤를 잇는 재목이었다.

일찌감치 세계 정상에 오른 카시도코스타스는 몇 년 전 오른손 신경 손상으로 인해 은퇴할 처지에 놓였지만 주력 손을 왼손으로 바꿔 재활에 성공, UMB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 오르고 PBA 1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PBA와 UMB, 오른손과 왼손 모두 세계 정상에 오른 카시도코스타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카시도코스타스에 비해 강민구는 국내에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다가 선수로 전향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진 선수다.

그러나 1차전 결승과 이번 4차전 준결승에서 강민구는 세계 최강 카시도코스타스에게 실력과 멘탈 등 모든 경기적 요소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준결승 경기 후 카시도코스타스와의 재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한 강민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민구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상대로 리벤지 매치에 성공했다.  사진=이용휘 기자
강민구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상대로 리벤지 매치에 성공했다. 사진은 경기에서 승리한 후 활짝 웃는 강민구.  사진=이용휘 기자

- 준결승전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이긴 소감은.

일단 복수에 성공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 초대 챔피언전에서 져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 복수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 카시도코스타스랑 4강에서 붙는 대진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꼭 복수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본선에 올랐을 때 대진표를 보니 결승까지 가는 길목에 한 번을 만날 것 같았다. 카시도코스타스랑 꼭 한 번 다시 붙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 두 선수 모두 4세트까지 잘 끌고 왔는데, 마지막 5세트에서는 둘 다 잘 안 풀리는 듯했다. 마지막 세트에 대한 부담이 있었나.

게임 초반에 서로 미스를 좀 했다. 다행히 초반에 흐름이 나에게 온 걸 잘 지킨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마지막에 카시도코스타스가 그렇게 잘 칠 줄 몰랐다. 지난 대회에서도 2점을 못 쳐서 졌는데 그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

제발 찬스 한 번만, 한 큐만 나한테 줘라, 줘라 했는데, 다행히 카시도코스타스가 실수를 해 나한테 너무 쉬운 뱅크샷을 줬다. 운이 좋았다.

준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카시도코스타스와 손을 맞잡은 강민구.  사진=이용휘
준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카시도코스타스와 손을 맞잡은 강민구. 사진=이용휘

- '강뱅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중요한 순간마다 뱅크샷이 성공했다.

뱅크샷이라는 게 PBA 룰에서 단순히 2득점을 할 수 있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로부터 기회를 뺏어 올 수 있는 샷이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성공률이 좋아서 고비 때마다 터져줘서 성적이 도움이 된 것 같다.
 

- 카시도코스타스와는 나이도 동갑에 중요한 순간마다 라이벌로 만나면서 라이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두 선수가 만나면 명승부가 나오는 것 같은데.

강한 선수를 만나면 집중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카시도코스타스 워낙 공을 잘 치는 친구다. 만약 이번에도 또 지면 앞으로 그를 만나면 계속 질 것 같은 생각에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 개막전 준우승 이후 2차, 3차 대회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2차 대회는 8강까지 올라가서 나름 만족할만 했는데, 3차 대회는 32강에서 탈락했다. 3차 대회 때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슬럼프가 심하게 와서 집중을 못 했다. 연습도 충분치 못했고. 내가 너무 못 쳤던 게 아쉬워서 이번 대회는 그런 후회를 안 남기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 곧 시작되는 결승전에는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세계 최강 쿠드롱을 만나는데 한 번도 쿠드롱이랑 시합을 해본 적이 없어서 우선을 즐기면서 치겠다. PBA 대회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결승에 두 번 올라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 두 번째 결승 진출인데,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생각이다. 두 번이나 결승에 올라갔다는 것만으로 큰 경험인 것 같다. 내 공만 열심히, 내 스타일대로 열심히 치자. 그러면 이기던, 지던 후회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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