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롬 1쿠션 신규 정식종목 넣기 위해 포켓 9볼 남녀 개인전을 혼성단체전으로 통합했다

전국체전에서 포켓 9볼 개인전이 혼성단체전으로 변경되었다. 사진 이주원 기자
포켓 9볼 남녀 개인전 1개 메달로 축소, 캐롬 1쿠션 신설
출전 선수 숫자는 그대로, 1쿠션 종목도 3쿠션 선수가 중복 출전해야
대의원과 추가 논의없이 집행부 단독으로 종목 변경 강행
 
포켓 9볼 남녀 개인전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에서 사라졌다. 포켓 9볼에 걸려있던 2개의 메달이 종목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캐롬 1쿠션 종목의 자리를 만들면서 부득이하게 포켓 9볼을 혼성단체전으로 통합하게 되었다.

대한당구연맹(회장 장영철)은 지난 2월 13일 열린 2015년도 대한당구연맹 정기총회에서 2016년 전국체전 세부 종목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변경 내용은 종전 포켓 9볼 남자 개인전과 여자 개인전을 포켓 9볼 혼성단체전으로 통합하고, 캐롬 1쿠션 개인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포켓 9볼 남자 개인전과 여자 개인전은 올해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다.

종전 전국체전 당구 종목은 7개 정식종목에 각 시도 당 선수 4명(남자 3, 여자 1)이 출전한다. 일반부 남자는 캐롬 3쿠션 개인전과 포켓 9볼 개인전, 포켓 10볼 개인전, 스누커 개인전, 잉글리시빌리어드 개인전 등 5개 종목이 치러졌고, 일반부 여자는 포켓9볼 개인전과 포켓 10볼 개인전 등 2개 종목이 치러졌다.

금메달은 포켓볼이 4개, 캐롬3쿠션 1개, 스누커 1개, 잉글리시빌리어드 1개 등 숫자로 보면 포켓볼이 가장 많았다. 대한당구연맹에서 이번 종목 변경을 신청한 명분은 이것 때문이다. 종목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포켓볼을 1개 줄이고 캐롬을 2개로 늘려 3, 2, 1, 1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대한당구연맹은 향후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거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복귀할 때 과연 포켓 9볼 개인전을 대신해서 캐롬 1쿠션이 신생 종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전국체전 정식종목을 변경한 것인가. '국내 당구 환경에 따른 캐롬 종목 육성과 메달 균형'이라는 대한당구연맹 집행부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무리하게 전국체전에서 포켓볼 종목을 축소시키고 캐롬 1쿠션을 추가시킨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날 총회장에서 대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종목 변경 이전에 대의원들과 사전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의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을 변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캐롬 1쿠션 종목이 늘어났다고 해서 캐롬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3쿠션 선수 1명이 두 종목을 다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3쿠션 선수가 1쿠션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경기력 저하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다.

대한당구연맹 집행부는 이미 2년 전에 대의원들에게 보고를 했다며 그 당시에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의원 측은 "2년 전에 정식종목을 이렇게 변경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지난해에 이사회에서 이렇게 결정이 났다면 임시대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보고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대의원 측의 주장대로 전국체전 정식종목 변경이라는 중요한 사안조차 의사소통이 안 이루어지고 집행부 임원 몇 명이 자의대로 판단하여 일처리를 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약한 국내 포켓볼 저변에 악재가 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대한당구연맹 집행부는 너무 앞서 나갔다. 모든 세계 포켓볼 대회가 포켓 9볼 남녀 개인전을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 종합대회에서 포켓 9볼 개인전이 축소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한 선택이 향후 캐롬에 비해 척박한 환경에서 김가영, 정영화, 차유람 등 포켓볼 선수들이 수십 년을 쌓아온 선수와 종목의 입지에 영향을 주지나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엘리트 종목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종목 지원과 국가대표 육성, 선발, 훈련 등 모든 행정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전국체전 종목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 종합대회 종목이 불일치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제 종합대회에서 버젓이 메달이 걸린 종목을 전국체전 종목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이를 충분한 논의없이 강행한 대한당구연맹 집행부의 행정에 대해 대의원들과 당구선수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전국체전 종목 변경에 대한 이야기는 몇 년 전에 대한당구연맹 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되었던 부분이다. 당시에 어떤 종목을 빼고 1쿠션을 추가하느냐는 방안은 시간 관계상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재논의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당구연맹은 대의원들과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이사회의 의결로 종목 변경안을 대한체육회에 올렸고, 그 안이 통과되어 올해부터 전국체전 종목이 변경되었다. 

이번 결정을 뒤바꾸는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목을 추가하거나 선수가 증원되는 일은 현재로썬 불가능한 상태다. 포켓9볼 개인전이 전국체전 종목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전국체전 종목을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자 "어려운 일을 해놨더니 이제와서 딴소리냐"는 식의 집행부 임원의 발언은 무척이나 적절하지 못하다. 

종목 간의 균형과 캐롬 강국인 한국이 앞장서서 캐롬 종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정이지만, 국제 스포츠 환경을 무시한 한국만의 단독 행보가 과연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대한당구연맹이 엘리트 종목 육성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과 중요한 사안을 대의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결정한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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