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어떤 종목보다도 예민한 스포츠다. 선수가 멘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다. 시합에서 멘탈이 무너지면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나는 상대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이기기 어렵다.

지금까지 평생 당구만을 위해 살아왔던 당구 경기인들은 후배 선수에게 이구동성으로“멘탈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당구라는 스포츠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멘탈이라는 것 때문이다.

당구는 국제대회 원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 현지의 시차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합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지난해 10월 터키 시놉에서 열린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신영 선수는 대회 전날 저녁에야 현지에 도착했다. 한국을 대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가 시합 전날 저녁에 도착하게 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신영 선수는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 하고 소위 말하는 ‘죽음의 조’에 속해 다음날 오전 개최국인 터키 챔피언과 첫 경기를 치렀고, 디펜딩 챔피언과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예선 리그 결과 조 1위 히가시우치 나츠미와 2승 1무로 동률을 이루기는 했지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첫날 애버리지로 인해 조 2위 시드로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 이신영 선수는 8강에서 히다 오리에, 4강에서 테레사 클럼펜하우어와 같은 강자를 다시 상대해야 했다. 8강에서는 히다에게 1.562로 최고의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승리했지만,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었던 클럼펜하우어와 4강전을 치른 이신영 선수는 끝내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신영 선수가 하루라도 먼저 현지에 도착하여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분명히 메달 색깔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 3쿠션에서 최성원 선수가 세계선수권자가 되었다. 그리고 여자 3쿠션에서도 한국 선수가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하는 역사적인 해가 될 수도 있었다. 이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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