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PBA가 주최한 '우승상금 1억원' 파나소닉 오픈 우승자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왼쪽)와 KBF의 '우승상금 5000만원' 슈퍼컵 3쿠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 빌리어즈 자료사진


지난 6월 국내 당구계에는 세 차례 큰 대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 이하 KBF)이 개최한 'KBF 슈퍼컵 3쿠션 마스터스'와 '무안황토양파배 전국당구선수권', 그리고 PBA 프로당구협회(총재 김영수)의 '프로당구 PBA 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 등이 각각 서울과 전라남도, 경기도에서 개최되었다.

여느 때처럼 한국의 정상급 당구선수들은 각 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겨루었고, 당구 팬들도 TV와 인터넷을 보거나 경기장에 직접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람했다. 형식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당구대회가 열렸고 선수들은 큐를 잡았으며 언론이나 관중은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매달 반복되던 일상의 연속이었다. 모두 제자리에 있는 듯 별다를 게 없는 한 달이었다.

그런데 딱 하나 변한 게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당구선수들이다. 한쪽 길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징계 규정이 만들어지고, KBF와 PBA 양 단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당구선수들은 뜻밖에도 '절반의 선택'을 강요당했다.

결국 사상 최고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대회에 출전할 당연한 권리가 있었던 선수들이 나오지 못했다.

또한, 5000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던 KBF 슈퍼컵에 출전할 권리가 있던 다른 선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만약 선수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손해인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날만을 기다려 왔던 선수들은 막상 열린 대회에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선수들이 오래도록 땀 흘려 훈련해 온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번 사태에 관계된 당사자들도 평생을 건 도전이 누군가로 인해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었다면, 과연 가만히 앉아서 불이익을 당하고만 있을까.

KBF와 PBA가 고집을 꺾지 못하고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손해는 모두 선수들이 떠안아야 한다.

양측에서 경쟁적으로 상금을 올리고 각자 선수들이 받는 피해를 보상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열릴 대회에 매번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피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각 단체가 입는 손해도 점점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현 상황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가장 나쁜 경우의 수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두 단체가 '윈윈'하는 조건은 분명히 있다. KBF나 PBA가 권리와 욕심을 일부분 내려놓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구와 선수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KBF가 잘되면 PBA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이와 같은 단체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또한, PBA가 흥행한다면 얼마든지 그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당구가 발전하고 산업이 확대되는 것이지, 누군가가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서 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정말 당구를 위하고, 선수를 위하고, 산업을 위한다면 적어도 가장 나쁜 경우의 수를 선수들이 선택하도록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선택을 선수들 스스로가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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